'구글 갑질방지법' 우회 꼼수 막는다…방통위, 시행령 공개

머니투데이 김수현 기자, 변휘 기자 2021.11.17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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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결제 높은 수수료율로 법 우회 차단
자료 제출 명령 불이행시 이행강제금 부과

(서울=뉴스1) 이성철 기자 = 30일 서울 강남구 구글 스타트업캠퍼스. 2021.8.30/뉴스1  (서울=뉴스1) 이성철 기자 = 30일 서울 강남구 구글 스타트업캠퍼스. 2021.8.30/뉴스1


구글, 애플 등 앱마켓 사업자가 앱 개발사에게 외부 결제를 허용하더라도 수수료율을 높게 정해 사실상 인앱결제를 강제하는 '꼼수'를 막기 위한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이 나왔다. 다만 인앱결제 강제를 금지하는 법이 전세계 최초로 시행돼 참고할만한 전례가 없는 만큼, 과징금 부과 매출액 기준이나 수수료율에 대한 구체적인 수치는 시행령으로 규정되지 않았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인앱결제 강제 금지 규제의 신설에 따라 세부 유형과 기준, 이용자 권익보호 의무, 실태조사 대상·방법, 자료 제출 명령 불이행 시 이행강제금 등의 내용이 담긴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을 마련했다고 17일 밝혔다.



우선 금지되는 인앱결제 강제 행위의 유형을 앱 등록·갱신·점검을 거부·지연·제한·삭제·차단하는 등의 직접적 방식 뿐만 아니라, 다양한 우회·간접 방식의 강제까지 폭넓게 제시했다. △절차적으로 어렵고 불편하게 하거나 △결제방식에 따라 이용조건을 합리적 범위내에서 다르게 설정하는 것을 제한하고 △수수료·노출·검색·광고 또는 그밖에 경제적 이익 등으로 불합리하거나 차별적인 조건·제한을 부과하는 행위 등의 규정이다.

이와 함께 특정 결제방식을 강제할 경우 매출액의 2%, 모바일 콘텐츠의 심사 지연·삭제 행위는 매출액의 1% 이하 과징금을 부과하고, 고발 대상이 되도록 제도를 정비했다.



아울러 앱 마켓사업자에게 이용자 피해예방 및 권익보호 의무를 부과하고, 앱 마켓 운영에 관한 실태조사안을 마련하며, 금지행위 사실조사 과정에서 자료 제출 명령 불이행 시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는 제도를 시행한다. 대기업 또는 대기업 계열사인 전기통신사업자의 과태료를 1000만원 이하에서 5000만원 이하로 높이는 방안도 포함됐다. 김재철 이용자정책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행강제금은 하루마다 강제되는 것이기 때문에 사업자 매출이 클 때는 하루에 1000만원에 달할 수도 있고 한 달이면 액수가 매우 커진다"며 "과징금과 별개로 현행법에 근거해 사업자 위반 행위가 중대하다고 판단하면 고발 조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미국 앱공정성연대,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글로벌 앱생태계 공정화를 위한 국제세미나'를 열었다. /사진=윤지혜 기자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미국 앱공정성연대,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글로벌 앱생태계 공정화를 위한 국제세미나'를 열었다. /사진=윤지혜 기자
이번 시행령은 앞서 구글 갑질방지법(인앱결제 강제금지법) 시행 이후 구글의 수수료 꼼수 논란이 가열되는 가운데, 법안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나왔다. 구글이 이달 초 공개한 결제시스템 변경 계획은 제3자 결제방식을 허용하고 있지만, 수수료율이 인앱결제보다 겨우 4%포인트 낮은 26%에 달해 사실상 개선이 없다는 비판을 받았다. 별도의 카드 수수료 등을 더하면 기존 30%보다 더 큰 수수료를 물어야 한다는 게 앱 개발사들의 입장이다.

방통위가 이날 공개한 시행령엔 이 같은 업계의 목소리가 반영됐다. 다만 '지나치게 높은 외부 결제 수수료율'이 구체적으로 얼마인지는 시행령으로 규정되지 않았다. 김 국장은 "법 자체가 수수료율 자체를 규제하는 법은 아니기 때문에 (구글에) 수수료율을 몇 % 내리라 할 수는 없지만, 인앱결제보다 높아 차별적 조건이라 판단되면 낮추도록 해야 하는 것"이라며 "금지행위를 별도로 검토해서 제재가 필요하면 하는 게 맞다"고 언급했다.


이번에 마련된 시행령 및 고시 제·개정안은 향후 입법예고를 통한 의견수렴과 관계부처 협의 및 법제처 심사 등을 거칠 예정이다. 방통위는 업계, 정치권, 관계부처의 의견 수렴을 통해 초안 수정 작업을 거쳐 내년 3월쯤 시행령을 확정할 계획이다. 장봉진 방통위 통신시장조사과장은 "여태까지 앱 개발사 중심으로 의견 수렴을 해왔다"며 "수수료와 관련된 부분은 실무적인 차원에서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와 같이 주요사들에 대한 의견을 듣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구글은 실무적으로 의견을 논의하고 있는 와중이고, 애플도 (전기통신사업법 이행 계획)에 대해 재제출을 요구했기 때문에 의견을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고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개정 전기통신사업법의 취지를 제대로 실현하기 위해 전문가로 구성된 연구반을 운영하고 앱 개발사, 앱마켓 사업자 등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시행령 개정안을 마련했다"라며 "신속한 후속조치로 법 집행의 차질이 없도록 준비해 공정하고 건전한 앱마켓 생태계를 조성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이날 오후 3시 팀 스위니 에픽게임즈 대표와 앱마켓 등 디지털 플랫폼 생태계 상생 발전 방안을 논의하는 화상 면담을 가질 계획이다. 스위니 대표는 전날 국회를 방문해 "한국이 구글·애플의 OS 독점과 싸워 공정경쟁을 회복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며 "독점기업에 맞서는 여러분과 함께 한국인이라고 말할 수 있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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