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대통령도 청년 시절엔…" 靑수석이 한참 고민하며 올린 글

머니투데이 정진우 기자 2021.11.15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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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청와대24시]박수현 국민소통수석 "청년의 심장이 고동치지 않는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

(서울=뉴스1) =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서울 강남구 나라키움청년창업허브에서 열린 '위기를 기회로, 차세대 글로벌 청년 스타트업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20.5.14/뉴스1  (서울=뉴스1) =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서울 강남구 나라키움청년창업허브에서 열린 '위기를 기회로, 차세대 글로벌 청년 스타트업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20.5.14/뉴스1


"어느덧 24번째 이야기지만 좀처럼 입이 떨어지지 않아 꼬박 이틀간의 고민 끝에 겨우 이런 고백으로 글을 시작한다. 고민의 이유는 이번 이야기의 주제를 '청년'으로 정했기 때문이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매주 한차례씩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하거나 주재했던 정책 현장 혹은 이와 관련된 브리핑에서 공개되지 않은 내용들을 자신의 페이스북(브리핑에 없는 대통령 이야기)을 통해 소개한다.



지난 7월1일 시작한 이 코너는 벌써 24회째를 맞았다. 그런데 박 수석은 지난 14일 이번 글을 올리면서 평소와 달리 상당히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박 수석은 "이번주 글은 쓰면서도 공개하는 게 맞는 지 한참을 고민했다"며 "도대체 청년에게 어떤 말을 해야 하는지, 문재인 정부의 청년정책을 설명하면 청년의 마음을 더 힘들게 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끊이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그래도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문재인 정부의 청년정책을 설명하고 정리해야 대한민국 청년정책의 현주소를 정확히 파악하고, 다음 정부 청년정책의 방향과 출발점이 설정될 것이기 때문이다"고 강조했다.



눈에 띄는 점은 박 수석이 청년에 대해 얘기하는 것 자체가 자칫 청년들에게 '꼰대'로 비춰질까 우려하면서도, 문 대통령과 자신의 청년시절 얘기를 솔직하게 올린 대목이다.
(서울=뉴스1) = 박수현 국민소통수석이 5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장·차관급에 대한 정무직 인사 단행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청와대 제공)2021.8.5/뉴스1  (서울=뉴스1) = 박수현 국민소통수석이 5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장·차관급에 대한 정무직 인사 단행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청와대 제공)2021.8.5/뉴스1
박 수석은 "문 대통령도 청년 시절 일자리에 대한 고민이 컸다. 구속되고 복학이 안 된 긴 시간 동안 개인의 삶으로 암담함을 느끼고, 다른 사람보다 뒤처지는 것 같았다'고 자신의 청년시절의 고민과 경험을 회상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문 대통령이 새로운 세대를 알아야 미래를 준비할 수 있다면서 지난 2019년 청와대 전 직원에게 '90년생이 온다'는 책을 선물한 적이 있고, 올해 초에는 '90년생 공무원이 왔다'라는 책을 역시 청와대 전 직원에게 선물한 적이 있는데 '청년정책 감수성'에 대한 대통령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청년시절도 고달팠음을 털어놨다. 박 수석은 "소위 '586세대'인 나의 청년기도 매우 불안정했다.'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말은 힘내라는 당연한 덕담으로 여기면서 나름 시대의 절망을 딛고 새 길을 열기 위해 노력했다"며 "그러나 지금의 청년에게 '아프니까 청춘'이라고 한다면 힘을 내라는 격려가 아니라 청년의 현실을 전혀 모르는 '꼰대'가 되는 시대가 됐다"고 했다.


그는 "이런 차이의 본질은 무엇이고 왜 이런 차이가 발생했을까? 수많은 견해와 분석이 있을 수 있겠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이렇게 생각한다"며 "우리의 청년기는 힘들었어도 열심히 노력하면 극복할 수 있다는 '기회와 희망이 많은 시기'였다면, 지금은 그것이 '적은 시기'라는 근본적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차이는 치열한 생존경쟁의 환경이 더욱 심화되어 공정한 기회를 갖기가 어렵게 되었기 때문에 발생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이어 "나의 생각과 분석이 종합적이지도 못하고 맞는다는 보장도 없다. 어쩌면 후배 청년에게 '기회와 희망의 크기'를 키워주지 못한 미안함에 대한 변명일지도 모르겠다"며 "하지만 오늘을 사는 청년들이 더 많은 기회를 가지며 우리 세대처럼 미래로의 새 길을 기대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고 덧붙였다.
=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청년일자리대책 보고대회 겸 제5차 일자리위원회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청와대 제공) 2018.3.15/뉴스1  =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청년일자리대책 보고대회 겸 제5차 일자리위원회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청와대 제공) 2018.3.15/뉴스1
박 수석은 노파심에서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지금 청년의 어려움을 생각하면 문재인 정부의 청년정책을 설명하는 것이 자칫 '물정 모르는 소리'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우리의 노력이 이랬고 현실은 이렇다는 것을 정확히 정리해야 다음 정부의 출발점이 정해질 수 있다는 진심에서 이 글을 기록함을 분명히 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문재인정부의 징검다리를 바탕으로 다음 정부의 청년정책은 두 걸음 더 나가기를 바란다. 그리하여 마침내 우리 후세 청년의 심장이 우리가 그랬듯이 '거선의 기관처럼 힘차게 고동치기를' 간절하게 소망한다"며 "대한민국의 청년의 삶에도 '오늘 주말에는 춘천에 갔다 오려 한다. 소양강 경치가 아름다울 것이다'란 어느 수필가의 말처럼 인생에 행복감을 더해줄 약간의 낭만과 여유가 생기기를 간절히 바란다. 청년의 심장이 고동치지 않는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고 했다.

한편 박 수석은 이번 글을 통해 문재인 정부의 청년 정책의 네가지 특징을 강조했다. 그는 △청년정책 본격 추진을 위한 뼈대를 세우고 청년정책을 제도화한 첫 정부 △역대 정부와 대비했을 때 일자리 정책을 포괄하며 청년의 삶 전반을 보듬는 보편적, 포괄적 정책으로 전환 △체감도와 효과성 높은 청년정책을 발굴하고 확대 △청년들이 겪는 어려움을 공감하고 함께 나누며 기존의 대책을 넘어서는 특단의 대책을 강구 등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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