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완전 망쳤다"…美 증시 날았는데, 체면 구긴 워런버핏·손정의

머니투데이 송지유 기자 2021.11.13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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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7~9월 버크셔해서웨이 투자수익 85% 급감,
'천하의 버핏'도 세계적인 공급망·원자재 리스크 못 피해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최고경영자(왼쪽)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오른쪽)/사진=AFP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최고경영자(왼쪽)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오른쪽)/사진=AFP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도 전 세계적인 공급망 대란과 원자재값 상승 등 리스크를 피하지 못했다.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해서웨이의 올 3분기 투자 수익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기술기업 투자업계 큰 손인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은 중국 규제에 발목이 잡혔다.

블룸버그·로이터통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올 7~9월 버크셔해서웨이의 장부상 이익은 38억달러(약 4조5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48억달러(29조4000억원) 대비 85% 급감했다.



이 기간 순이익도 103억4000만달러(12조3000억원)로 전년 동기 301억4000만달러(35조8000억원)보다 66% 줄었다. 이익이 줄면서 주당 순이익은 지난해 3분기 1만8994달러에서 올해 3분기 6882달러로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64억7000만달러(7조70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18% 증가했지만 시장 기대치인 40%에 한참 못 미쳤다. 올 2분기(21%)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버크셔해서웨이는 실적 보고서에서 "사업이 지속적인 글로벌 공급망 혼란과 원자재 가격 상승의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도 "글로벌 공급망 악화나 병목 현상이 없었다면 버크셔의 영업이익은 훨씬 좋았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버크셔해서웨이의 투자수익이 감소한 것은 애플·뱅크오브아메리카·코카콜라 등 보유 비중이 높은 종목 주가 흐름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의 다양한 제조와 소매 업체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한 버크셔해서웨이가 공급망 대란 영향을 제대로 맞았다는 해석도 있다.

버크셔해서웨이의 올 3분기 투자수익이 85% 감소했다./사진=AFP버크셔해서웨이의 올 3분기 투자수익이 85% 감소했다./사진=AFP
이밖에 허리케인 '아이다' 영향으로 버크셔해서웨이가 인수한 게이코 등 보험사에 보험금 청구액수가 늘면서 관련 손실이 지난해 같은 기간 2억1300만달러(2500억원)에서 7억8400만달러(9300억원)로 커진 것도 실적 부진 요인으로 작용했다.

3분기 실적 부진과 관련 버크셔해서웨이는 의미가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회사 측은 "특정 분기 투자수익이나 손실 액수는 큰 의미가 없다"며 "주당순이익과 같은 숫자들은 회계 규정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는 투자자들을 극단적으로 오도할 수 있다"고 밝혔다.


버크셔해서웨이의 현금 보유액은 1492억달러(177조원)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3분기 76억달러(9조원) 상당 자사주를 매입했는데도 현금이 많이 쌓였다. 이는 버핏이 지난 몇 년간 대규모 기업인수·합병(M&A)을 단 한 건도 성사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기업들의 밸류에이션(평가가치)이 치솟은데다 M&A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버크셔해서웨이가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했다는 풀이다.

중국 규제에 발목 잡힌 日소프트뱅크, 4조원대 대규모 적자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 이 회사는 유망한 글로벌 기술기업을 발굴해 투자하는 비전펀드를 운영하고 있다. /사진=AFP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 이 회사는 유망한 글로벌 기술기업을 발굴해 투자하는 비전펀드를 운영하고 있다. /사진=AFP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일본 소프트뱅크는 올 7~9월 3979억엔(4조1000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지난해 4~6월 1조4381억엔(14조9000억원) 순손실을 기록한 데 이어 5분기 만에 또 다시 대규모 적자를 냈다. 실적이 적자전환한 것은 소프트뱅크그룹이 운용하는 세계 최대 벤처캐피털 비전펀드의 투자 손실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중국 기술업체와 한국 쿠팡 등에서 큰 손실이 났다.

중국 정부는 지난 7월부터 자국의 정보기술(IT) 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이 여파로 비전펀드가 20% 이상의 지분을 갖고 있는 중국 최대 차량 호출업체 '디디추싱' 주가가 폭락했다. 올해 뉴욕증시에 상장한 디디추싱 주가는 현재 8달러 안팎으로 공모가(14달러)보다 40% 가까이 하락했다. 소프트뱅크그룹이 약 25%의 지분을 갖고 있는 중국 알리바바 주가도 30% 이상 급락했다. 한국 최대 온라인쇼핑업체인 쿠팡 역시 소프트뱅크의 손실을 키웠다.

중국 기업에 대한 투자 손실이 늘어나자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은 당분간 중국 신규 투자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비전펀드의 중국 비중도 23%에서 6월 말 11%까지 낮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도 실적 악화는 멈추지 않았고, 소프트뱅크 주가는 지난 3월 고점 대비 40% 이상 하락했다. 이 때문에 소프트뱅크 주주들은 자사주를 매입해 주가를 부양하라고 손 회장을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소식통을 인용해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를 포함한 일부 소프트뱅크 주주들이 노골적으로 자사주 매입을 요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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