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핵심은 '성평등'…여성이 이끄는 회사가 돈도 잘번다"

머니투데이 대담=박재범 증권부장, 정리=김사무엘 기자, 사진=김휘선 기자 2021.11.1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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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투초대석]존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존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존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한국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는 다 E(환경)만 생각해요. 그런데 진정성 없는 경우가 많아요. E보다는 S와 G가 더 중요해요. 이 두 가지가 되면 E는 저절로 되는 겁니다."

존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는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ESG 경영에 대해 이같이 비판했다. 글로벌 사회에서 ESG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ESG 중 'E' 부문에 치중하면서 그린워싱(친환경 위장술) 같은 문제를 낳고 있다는 지적이다.



존리 대표는 한국 ESG에서 가장 큰 이슈는 '여성'이라고 강조했다. 여성 취업률, 임금격차, 여성임원 비율 등 많은 부분에서 선진국 기준에 한참 못미치는 수준을 보여준다. 이는 단순히 정치적 올바름(PC) 차원이 아닌 기업 경쟁력에 직결되는 문제라고 존리 대표는 지적했다. 예를들어 화장품 회사나 소비재 등 여성 고객이 많은 회사에서도 고위직은 대부분 남성 임원들이 차지하고 있어 소비자들의 수요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지 못하다는 설명이다.

이밖에 펀드업계에서는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시행, 공모펀드 활성화 등 많은 이슈들이 불거지고 있다. 증시에서는 계속되는 변동성으로 많은 개인 투자자들이 힘든 시기를 보내는 중이다. 노후에 대한 불안도 여전하다. '동학개미'들의 대장, 존리 대표의 얘기를 들어봤다.



-글로벌 사회에서 ESG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데요. 투자자 입장에서 한국의 ESG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한국의 ESG는 E만 계속 생각해요. 그런데 그린워싱(친환경 위장술)이라고 하잖아요. 진정성이 없는 경우가 많아요. '우리 기업은 ESG를 표방합니다'라고 하지만 환경을 위해 얼만큼 노력했는지 알기 어렵죠. 그런데 ESG에서는 E보다 S와 G가 더 중요해요. 이 두 가지가 되면 E는 저절로 따라와요.

ESG와 관련해 한국에서 가장 큰 이슈는 여성이에요. 여성이 인구의 반인데 여성 인력을 활용하는 비율은 세계에서 꼴찌예요. 저희 회사 펀드 중에 '메리츠더우먼펀드'라는 여성 펀드가 있는데, 성평등 고용을 달성하고 있는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예요. 그런 기업들이 더 ROE(자기자본이익률)가 높게 나와요. 예를들어 화장품 회사인데 사장부터 직원까지 다 남자라고 생각해보세요. 소비자들의 수요는 제대로 파악할 수가 없죠. 여성들이 결정권자가 되고 여성들이 중추 역할을 하는 회사는 잘 될 수밖에 없어요. 그런게 진정한 ESG라고 생각합니다.

존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존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펀드업계에서는 금소법 시행으로 많은 불편함이 생기고 있는데요. 공모펀드 활성화를 위해 개선해야 할 점이 있을까요?
▶금소법의 시행으로 펀드업계는 굉장히 불편해졌습니다. 펀드 가입 절차도 번거로워 지고요. 그런데 오히려 비대면 펀드 판매가 더 활성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중요한 건 공모펀드 활성화예요. 정부가 성과연동형펀드(공모펀드가 투자 성과에 따라 운용보수를 가져가는 것) 도입을 검토한다는데 그런 건 헤지펀드나 하는 거예요. 공모펀드에 그걸 적용하는 나라는 없어요. 그보다 세제 혜택을 더 많이 주는 게 훨씬 낫습니다. 연금저축 납입액에 대한 세액공제 한도를 높여주거나 세율을 낮추거나 장기 투자에 혜택을 주는 방법 등으로 장기 투자를 유도하고 국민들이 노후에 대비할 수 있게끔 만들어야죠.


-최근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ETF(상장지수펀드) 투자 열풍이 불고 있는데요. 메리츠자산운용에서도 ETF를 출시하시나요?
▶오는 16일 저희 회사의 액티브 ETF 2종이 처음 출시됩니다. 하나는 'MASTER 테크미디어텔레콤액티브'라고 반도체, AI(인공지능), 전기차, 5G(5세대 이동통신), 디지털 미디어, 메타버스 등에 투자하는 ETF고요. 다른 하나는 'MASTER 스마트커머스액티브'라고 성장성이 높은 온·오프라인 유통인프라와 컨텐츠 산업에 투자합니다. 액티브 전략으로 지수 대비 초과 수익을 추구하고요.

-대표님은 그동안 투자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시면서 '동학개미들의 대장'으로 떠오르셨는데요. 최근에는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손실을 보신 분들이 많습니다. 최근 국내 증시가 안 좋은 원인은 뭐라고 보시나요?
▶그걸 알면 제가 여기 안 있겠죠. 원인을 따질 필요도 없고요. 언론에서는 코스피가 3000을 넘었다, 안넘었다 이런 걸로 얘기하는데 아무런 의미가 없어요. 내가 갖고 있는 기업이 올랐는지 떨어졌는지가 중요한 거예요. 지금 기사들을 보면 미국 연준이 테이퍼링(유동성 공급 축소)을 한다, 금리를 조기인상 할 수 있다 이런 얘기가 나와요. 그래서 '앞으로 시장이 안 좋을 거니까 일단 현금 비중을 높여라'라고 하는데, 그게 최악의 어드바이스예요. 이건 마켓 타이밍을 보는 거예요. 경제 지표를 보고 시장을 예측해서 현금 비중을 늘렸다 줄였다 하는데 그렇게 하면 뒷북을 치게 돼요. 우리는 항상 투자가 돼 있어야 해요.

-항상 '좋은 기업'에 장기 투자할 것을 강조하시는데요. 좋은 기업의 기준이 뭔가요?
▶나에게 감동을 주는 회사, 내가 이 회사의 주인이면 얼마나 좋을까. 거기서부터 출발해야죠. 일단 안 망할 것 같은 기업이어야 하고요. 그 다음에 확장성이 높아야 합니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만 봐도 예전에는 (한국 콘텐츠가) 한국에서만 팔렸는데 이제는 전 세계가 열광하잖아요. 이제 그런 시대가 된거예요. 그런 확장성 있는 기업인가를 봐야하고요.

또 경쟁이 들어오기 쉽지 않은 산업인가, 경영진은 얼만큼 똑똑한가, 경영은 얼마나 투명한가, 고객의 이익을 중시하는가 이런 기준을 보고 가격을 보는거죠. 만약 PER(주가순이익비율)이 200배인데 성장이 엄청 빨라요. 200배 주고도 충분히 되겠다하는 생각이 들면 사는 거예요. '너무 사고 싶은데 20% 하락하면 사야지'하는 건 제일 잘못된 투자 방법이에요. 이 회사의 가치가 충분하다고 판단하면 사는 거죠.

-메리츠펀드를 보면 삼성전자우, 카카오, SK텔레콤의 비중이 높던데요. 이들 기업이 대표님이 보시는 좋은 기업인가요?
▶삼성전자는 계속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거라고 봤어요. 그리고 보통주보다는 우선주가 더 유리하겠다고 판단했죠. 우선주는 의결권이 없다는 것 때문에 디스카운트가 되는데, 투자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조금도 불편하지 않거든요. 배당도 더 주고요. 카카오 같은 경우는 확장성의 대표적인 사례죠. 카카오라는 이름 하나만으로도 뭐든 할 수 있다는 거죠. SK텔레콤은 기존엔 B2C(기업과 소비자간 거래)기업이었지만 앞으로는 B2B(기업간 거래)도 굉장히 커질 거라고 보고 있습니다. 자율주행, 5G(5세대 이동통신), 시스템 반도체 등 이런 사업들이 상당한 확장성이 있다고 봐요.

-노후가 불안하다는 분들이 많습니다. 행복한 노후를 보내기 위한 현실적인 조언을 해주신다면요?
▶월급을 아무리 적게 받아도 월급의 10%는 무조건 내 노후를 위해 투자한다는게 첫번째예요. 처음에는 금액이 크지 않지만 이게 1000만원이 되고 2000만원이 넘어가고 3000만원을 넘으면 이게 복리의 마법이구나 하는걸 느껴요. 20대에는 월급의 10%, 30대에는 20%, 40대에는 30~40%, 50대에는 절반을 투자해야 돼요. 20대에는 복리의 마법이 작동할 시간이 충분하니까 10%만 투자해도 돈의 증가 속도가 굉장히 빨라져요.

노후 자금으로 얼마나 모아야 하는지는 은퇴한 이후 생활비에 따라 다르죠. 만약 은퇴 자금이 10억원이면 이 중 4%를 생활비로 쓰면 돼요. 1년에 4000만원이죠. 4%를 생활비로 쓰게 되면 죽을 때까지 원금 손상이 거의 없어요. 계속 재투자가 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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