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FT' 말만 해도 주가 급등…증시 휩쓸었던 테마주의 교훈

머니투데이 김영상 기자 2021.11.12 11:47
글자크기

[오늘의 포인트]

/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


요즘 국내 증시는 NFT(대체불가능 토큰) 없이 설명하기 어렵다. 시총 17조짜리 기업(엔씨소프트)도 NFT와 엮이면 상한가를 기록하는 세상이다.

게임은 물론이고 코인, 엔터 등 다양한 업종에서 NFT 연계 사업을 벌이면서 투자자들의 자금을 끌어가고 있다. 하지만 구체적인 비전 없이 테마를 타고 주가가 급등한 경우도 적지 않아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NFT에 가장 적극적인 업종으로는 게임이 꼽힌다. 블록체인 기반 NFT 기술을 이용한 위메이드 (47,000원 ▲1,000 +2.17%)의 '미르4' 흥행에 성공하면서 펄어비스 (30,050원 ▲750 +2.56%), 카카오게임즈 (20,950원 ▲50 +0.24%), 게임빌 (30,350원 ▼200 -0.65%) 등 주요 업체가 따라붙었다.

위메이드는 게임 내 재화를 코인으로 바꾸고 이를 다시 가상화폐로 교환하는 '플레이투언''(Play-to-Earn·돈 버는 게임)' 방식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게임빌은 내년 상반기 NFT 거래소를 설립하고, 카카오게임즈 역시 스포츠·게임·메타버스에 특화된 NFT 거래소를 개발 중이다.
기존 강자였던 엔씨소프트가 최근 부진을 맛본 뒤 NFT를 결합한 게임을 준비 중이라고 밝히면서 상한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위메이드가 코스닥 시가총액 6위까지 오른 것을 비롯, 펄어비스, 카카오게임즈 등 3종목이 코스닥 시가총액 10위 내에 들었다.



이재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NFT 언급 빈도가 가장 많은 게임 업종은 내년 코스피 내 이익 영향력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고 상대적으로 주가 레벨 부담이 아직 크지 않다"고 밝혔다.

국내 엔터 대표주 역시 모두 NFT 사업에 뛰어들었다. 전날 YG플러스는 하이브와 두나무가 설립할 NFT 합작법인을 통해 NFT 사업에 진출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JYP는 두나무가 지난 7월 지분 인수를 통해 NFT 사업과 관련해 협력하기로 했고, SM 역시 최근 상장한 엔터테인먼트 플랫폼 디어유를 통해 NFT 사업 진출 계획을 밝혔다. 이수만 SM 프로듀서가 "한국이 메타버스의 세계, NFT 컨텐츠의 선두주자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엔터주는 이미 '위드 코로나'의 대표적인 수혜주로 꼽히는 상황에서 NFT 테마까지 등에 업으면서 주가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이효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같은 NFT 사업이지만 초기 단계인 만큼 각 사의 방향성이 달라 이를 추정치에 반영하기 위해서는 추가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며 "다만 지금은 NFT 테마에 민감한 장이어서 관련 언급만으로도 주가가 반응하는 구간"이라고 밝혔다.

NFT가 확실한 주도 테마로 떠오르면서 NFT라는 이름만으로 주가가 상승하는 사례도 더러 발생하고 있다. 구체적인 비전이나 계획 없이 시장의 흐름에 따라 NFT를 얹는 경우도 적지 않다.

특정 테마의 힘으로 증시가 움직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미 올해 중순 '메타버스가 증시의 중심에 서면서 당시 관련주로 분류된 기업들이 일제히 급등했다. 7월 상장한 맥스트는 '따상상상'(공모가 두배에서 시초가 형성 후 사흘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고, 자이언트스텝은 공모가 대비 10배 이상 올랐다.

하지만 단순히 메타버스 기업에 투자했다는 소식에도 10% 이상 주가가 오르는 등 혼선도 적지 않게 빚어졌다. AI 영상인식 솔루션 기업 알체라는 메타버스 관련주로 꼽히면서 주가가 급등했다가 "메타버스와 관련된 직접 사업 모델이 없다"는 회사 측 발표에 다시 급락하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편 지난해에는 이른바 '코로나19 사태'가 가장 큰 테마였다. 코로나19 사태가 주목받은 지난해 3~4월 두 달 동안 마스크, 진단키트, 백신·치료제 등 테마주 평균 수익률이 40%를 넘기도 했다.

코로나19 사태가 가장 큰 관심사로 떠오르자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었다는 소식만으로 주가가 급등했다. 마스크와 손세정제 업체 역시 실제 밸류에이션과 무관하게 오르내렸다.

단순 호재성 소식으로 코로나19 테마에 편입되면서 급등락에 따른 피해자도 속출했다. 결국 코로나19를 향한 관심이 이전과 달리 사그라들자 별다른 실적을 내지 못한 종목은 대부분 제자리를 되찾았다.

한때는 삼성중공업 우선주가 10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는 등 우선주 테마가 주목받기도 했다. 삼성중공업, 현대건설 등은 우선주가 보통주 가격의 10배를 상회하기도 했다. 통상적으로 우선주는 보통주보다 가격이 저렴하지만, 이렇다 할 호재 없이 우선주라는 이유만으로 이상 급등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이처럼 특정 테마와 관련된 투자를 하기에 앞서 각 회사의 사업 구조를 명확하게 살필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테마 쏠림 현상이 지속될 경우 과열이 식으면서 주가가 크게 하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현재 NFT, 메타버스 등이 지닌 성장 스토리가 매력적이기 때문에 대형주 주가가 부진한 상황에서 시장의 관심을 끌기 적절한 테마인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일부 기업은 아직 사업이나 실적이 실체화되지 않았는데도 폭등세를 보였다는 점은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