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가 미래다" 투자자·기업 찬사 쏟아진 '글로벌 로드쇼'

머니투데이 ESG 글로벌 로드쇼 특별취재팀 2021.11.12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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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글로벌 로드쇼(종합)

유인식 IBK기업은행 ESG 경영팀장이 11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2021 ESG 글로벌 로드쇼에서 탈탄소로 바뀌는 산업지도 대응방안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홍봉진기자 honggga@유인식 IBK기업은행 ESG 경영팀장이 11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2021 ESG 글로벌 로드쇼에서 탈탄소로 바뀌는 산업지도 대응방안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홍봉진기자 honggga@


"투자자와 기업 모두가 만족한 최고의 ESG 종합 행사"

11일 머니투데이 주최로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2021 ESG 글로벌 로드쇼'에 대한 참석자들의 평가다. 투자자들은 기업의 ESG 수준을 파악하고, 기업은 ESG를 통해 글로벌 자금 유치 기회를 가질 수 있었던 최고의 자리였다.

글로벌 투자업계와 국내 주요 대기업들의 뜨거운 관심 속에 ESG 글로벌 로드쇼가 마무리 됐다. ESG란 기업이 환경(Environmental), 사회적 가치(Social), 지배구조(Governance) 부문에서 얼마나 잘 대응하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척도다.



기후변화로 인한 전 지구적 위기와 소비자들의 인식 변화, 기업들의 지배구조 리스크 등을 거치면서 ESG는 기업 경영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요소로 자리 잡았다. 주요 연기금이나 자산운용사 등 글로벌 자본도 ESG를 제대로 갖추지 않은 기업에는 투자하지 않겠다고 할 정도다. 이제 ESG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ESG의 중요성은 커지는 가운데 아직 국내에서는 이에 대한 정보나 준비 수준이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투자자들은 국내 기업들의 ESG 수준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파악하기 어렵고, 기업은 투자자들이 원하는 것을 알지 못해 글로벌 자금 유치에 어려움을 겪는다.



이번 ESG 글로벌 로드쇼는 ESG에 관한 투자자들과 기업들의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다. 행사는 크게 기업별 IR(기업설명) 발표와 ESG 포럼 두 가지로 진행됐다. 기업별 IR(기업설명) 발표에서는 삼성, SK, LG 등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직접 회사의 ESG 방향과 미래를 소개했다. ESG 포럼에서는 국민연금과 자산운용사 등 전문가들의 발표와 토론이 이어졌다. 행사장 한 쪽에 마련된 별도 부스에서는 기업과 투자자 간 개별 상담도 이뤄졌다.

ESG가 기업의 미래…환경·안전이 핵심
11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머니투데이 주최 '2021 ESG 글로벌 로드쇼'에서 장민아 CJ제일제당 지속가능발전팀 부장이 ESG 방향을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11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머니투데이 주최 '2021 ESG 글로벌 로드쇼'에서 장민아 CJ제일제당 지속가능발전팀 부장이 ESG 방향을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기업 IR 발표에는 SK하이닉스 (185,300원 ▲1,500 +0.82%), LG화학 (402,500원 ▲11,500 +2.94%), SK이노베이션 (110,400원 ▼400 -0.36%), 롯데지주 (26,850원 0.00%), 신세계 (173,700원 ▼3,100 -1.75%) 등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대거 참여했다. 각 기업들은 회사가 ESG 기준을 준수하기 위해 어떤 노력들을 이행하고 있는지 집중적으로 설명했다.

CJ제일제당 (332,500원 ▼17,500 -5.00%)은 '건강과 안전'을 핵심 가치로 삼고 구매, 생산, 소비, 폐기에 이르기까지 자연의 순환을 생각하는 '네이쳐 투 네이쳐'(Nature to Nature) 선순환 체계를 달성하겠다고 선언했다.


장민아 CJ제일제당 지속가능팀장은 "최근 CJ그룹은 변화의 시대에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4대 성장 요건을 문화·플랫폼·웰니스·지속가능성으로 정립했다"고 강조했다. 주요 전략과제로 △기후변화 대응 △지속가능한 원재료 조달 △친환경 패키징 △친환경 소재 솔루션 개발 △인권 리스크 제로화 등을 삼았다.

롯데그룹은 2025년까지 글로벌 ESG 경영 선도 기업을 성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2040년까지 그룹의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고 자원 선순환 전략을 고도화한다. 사회 분야에선 지역별 특화 사회공헌 사업을 추진한다. 지배구조 분야에선 그룹 거버넌스 체계를 개선한다는 목표다.

폴리이미드 등 화학 제품을 생산하는 PI첨단소재 (26,650원 ▼450 -1.66%)는 ESG 중 E(환경) 분야에 중점을 뒀다. 함희준 PI첨단소재 전략본부장은 "DMF(디메틸포름아마이드) 월간 사용량 3000톤 중 약 1200톤을 재활용하고 있다"며 "재활용 비율을 내년까지 70% 이상으로 올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체 유해 화학 물질인 DMF를 최대한 버리지 않고 회수해 사용하면서 환경 보호와 원가 절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의도다.

탄소배출 이슈에 민감한 조선업계에서도 ESG를 강조했다. 한국조선해양은 회사의 ESG 전략을 △그린쉽 개발 전략 △디지털 선박 개발 전략 △스마트조선소 △그린수소 인프라 등 4개 부문으로 나눠서 진행한다. LNG선 등 친환경 선박을 적극 수주해 글로벌 경쟁력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국민연금 "ESG 투자 기준 강화…제대로 안하면 주주행동"
김용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11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머니투데이 주최 '2021 ESG 글로벌 로드쇼'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김용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11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머니투데이 주최 '2021 ESG 글로벌 로드쇼'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ESG 포럼에서는 국민연금 등 국내 주요 기관 투자자들이 ESG 투자 현황과 개선점 등에 대해 논의했다.

발표에 나선 이동섭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수탁자책임실장은 "국내주식 투자시 기후변화와 산업안전을 중점관리 사안으로 선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ESG 평가체계를 점검하고 신규지표 추가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국민연금은 기존 지배구조 중심의 주주활동을 환경, 사회 영역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국내주식에 대해 환경, 사회 관련 중점관리사안을 선정해 수탁자책임활동을 이행하는 방안이다. 기업이 기후변화 대응에 미흡하거나 산업재해가 발생하면 국민연금이 이에 대한 책임을 묻고 이사 해임·선임 주주제안 등 적극적인 주주활동을 할 수 있다.

자산운용사들은 전체 투자 과정에 ESG를 적용하려는 'ESG 통합 전략'에 나선다. 최용환 NH-아문디자산운용 주식리서치본부 ESG리서치팀장은 "ESG는 기업의 '지속가능'을 측정하기 위한 것"이라며 "글로벌 주요 투자자의 80%가 이미 ESG투자 프로세스 도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은기환 한화자산운용 주식운용1팀 차장은 "그동안 가치투자가 핵심이었다면 이제는 ESG가 새로운 투자 패러다임으로 진입하고 있다"며 "경제 성장과 번영만을 추구하는 기존 주주 자본주의가 전체 공동체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고 있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성주 의원 "ESG, 선택이 아닌 필수"
김성주 국회 ESG포럼 공동대표(더불어민주당 의원)가 11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머니투데이 주최 '2021 ESG 글로벌 로드쇼'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김성주 국회 ESG포럼 공동대표(더불어민주당 의원)가 11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머니투데이 주최 '2021 ESG 글로벌 로드쇼'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주요 인사들도 행사를 빛냈다.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을 지냈고, 현재 국회 ESG 포럼 공동대표로 있는 김성주 의원은 이날 축사를 통해 "ESG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던) 2018년 연기금의 책임투자와 ESG 전략을 배우기 위해 유럽 여러 나라들의 연기금을 만났다"며 "그들은 공통적으로 ESG 투자는 기본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유럽의 연기금들은 굉장히 적극적이고 금융시장 선도하는 ESG 전략을 갖고 있다"며 "1000조 원의 운용자금으로 세계 3대 연기금으로 도약하게 될 국민연금의 위상에 걸맞도록 TCFD(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공개 협의체) 참여 등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용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한국형 ESG 발전을 위한 민간의 자율적인 역할을 기대했다. 김 이사장은 "정부가 직접 ESG에 대해 규제하기보다 경제 주체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앞으로 ESG의 방향은 국내에 갇히지 않고 글로벌 표준에 따라야 한다는 것이 김 이사장의 생각이다. 그는 "일부에서는 우리 사회 실정에 맞는 평가체계를 만드는 것이라고 얘기하는데 개인적으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평가는 글로벌 스탠다드를 지향하고, 보편 가능한 모델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종면 머니투데이 대표는 투자자와 기업이 상생하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ESG 글로벌 로드쇼를 개최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올해 국내외 ESG 논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기업과 투자자들의 관심도 커졌지만 ESG가 착한 이미지를 만들어가기 위한 보조적 수단 정도로 인식되면서 혼란도 커졌다"며 "지금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투자자와 기업 간의 진솔한 소통"이라고 말했다.

현장 분위기 후끈…빈 자리 없어 서서 듣기도
11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2021 ESG 글로벌 로드쇼' 오프라인 상담. /사진=이기범 기자 leekb@11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2021 ESG 글로벌 로드쇼' 오프라인 상담.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현장 분위기는 ESG에 대해 공부하려는 투자자들과 기업들의 열기로 한껏 달아올랐다. 코로나19 상황 속 거리두기 지침에 따라 마련한 좌석은 이미 행사 시작 전부터 빈 곳이 없었다. 미처 자리를 잡지 못해 강연장 뒤에 서서 연사들의 말을 메모해 가며 듣는 참가자들도 종종 눈에 띄었다.

해외 IB(투자은행) 업계에서도 많은 관심을 보였다. 이번 행사에는 블랙록, 피델리티, 웰링턴, JP모간, UBS증권 등 해외 주요 자산운용사와 IB 관계자들이 대거 참여했다.

국민연금의 ESG 포럼에 참석한 한 해외 IB 관계자는 "한국에서도 ESG를 그린워싱(친환경 위장술)이나 반짝 테마가 아닌 지속적으로 관심 가져야 할 이슈로 인식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특히 국민연금이 ESG 확대를 위해 적극 행동해 나가겠다고 말한 부분이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기업과 투자자 간 1대1 상담 프로그램에서는 투자자들의 날카로운 질문이 쏟아졌다. 한 대기업 ESG 담당자는 "요즘 트렌드인 만큼 투자자들이 탄소 배출 감축에 관심이 많았다"며 "그린 리모델링이나 친환경 패키지 사용 등 우리 기업의 친환경 정책을 잘 전달했고 투자자도 만족해 했다"고 설명했다.

◇ESG 글로벌 로드쇼 특별취재팀 = 황국상, 정인지, 김평화, 김사무엘, 김영상, 백지수, 임찬영, 오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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