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도 탐내던 곳인데…보톡스 허가 취소 위기에 휴젤 '휘청'

머니투데이 박다영 기자 2021.11.10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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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도 탐내던 곳인데…보톡스 허가 취소 위기에 휴젤 '휘청'


수년간 국내 시장 점유율 1위를 지켜온 휴젤 (206,500원 ▼1,500 -0.72%)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 '보툴렉스'가 허가 취소 위기에 놓였다. 휴젤은 식품의약품안전처를 상대로 즉각 법적 대응에 나서기로 했지만, 메디톡스 (129,300원 ▼2,900 -2.19%) 전철을 밟아 오랜 기간 진통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또 회사 가치 하락이 예상돼 1조7000억원에 휴젤 경영권을 인수하기로 한 매수자 측의 고민도 커질 것이란 전망이다.

식약처, 보툴렉스 품목허가 취소 착수...휴젤 "취소소송 제기"
식약처는 이날 오전 휴젤과 파마리서치바이오 (29,950원 ▼50 -0.17%)의 보툴리눔 톡신 6개 품목이 국가출하승인 없이 국내에 판매된 사실이 드러났다며 품목허가 취소 절차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유통중인 제품에 대해서는 회수·폐기 명령을 내렸다.



보툴리눔 톡신은 일명 '보톡스'로 불린다. 주름을 옅어지게 하는 미용 목적 외에 눈꺼풀 경련 등을 치료하기 위해서도 사용된다. 휴젤의 보툴렉스는 2010년 품목허가를 승인받은 후 판매가 시작됐고 2016년부터 국내 시장 점유율 1위를 유지해 왔다. 국내 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에는 중국에서도 승인을 받았다. 지난 6월 기준 회사 매출의 56%를 차지하는 대표 제품이다.

보툴리눔 톡신은 생물체에서 유래된 물질을 이용해 만들어지기 때문에 판매 전 품질 검사가 중요하게 여겨진다. 국내에 유통되기 전에 제품의 품질을 확인하는 '국가출하승인'을 거쳐야 한다. 이 과정이 없이 국내 판매됐다는 사실이 문제가 된 것이다.



휴젤은 식약처 처분에 반발하며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회사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해당 제품은 수출용으로 생산된 의약품인데 식약처가 국내 판매용으로 간주해 이번 조치를 내렸다"며 "식약처 조치에 대해 취소소송(본안소송)을 제기하면서 동시에 집행정지 신청을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식약처 "메디톡스와 같은 사례"
국가출하승인 없이 국내에 보툴리눔 톡신을 판매해 적발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지난해 메디톡스도 동일한 이유로 적발됐었다. 메디톡스도 동일하게 해당 제품이 중국 수출용이기 때문에 국가출하승인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메디톡스는 식약처 처분에 대해 취소소송과 집행정지 가처분 소송을 냈다. 현재 본안소송이 진행중이다. 이번 조치로 인해 휴젤이 식약처를 상대로 본안소송과 집행정지 신청을 진행하면 메디톡스의 전철을 밟게 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관행에 대해 식약처가 무리하게 해석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해외 판매를 맡은 국내 판매 대행사에 제품을 공급하는 과정을 식약처가 '판매'로 인식하고 국가출하승인이 없는 점을 문제삼았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식약처가 업계 관행과 동떨어진 잣대로 평가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말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메디톡스와 이번 휴젤이 동일한 사례인 것으로 보인다"며 "조사 단계에서 수출용 제품이라는 사실이 완전히 입증됐다면 이런 처분이 내려지진 않았을 것으로 생각된다. 식약처는 업계 관행을 조사하는 역할이 아니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기준에서 벗어난 부분에 대해 조사하고 관리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국내 업계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수도"

휴젤이 공격적으로 법적대응에 나선다 하더라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리스크를 피하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당장 이날 휴젤의 주가는 20% 가까이 하락했고 주권매매거래가 정지됐다. 추후 소송을 거치면서 집행정지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국내 판매는 가능해지지만, 과정이 길어지면서 소송 비용 등 리스크도 커질수밖에 없다. 허가를 내준 중국 당국이 민감하게 볼 경우 현지 허가에도 영향이 생길 수 있다.

보툴렉스는 휴젤 매출의 56%를 차지하는 대표 품목이다. 영업이익률이 40%를 웃돌 정도로 높아 대기업들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지난 8월에는 GS그룹 컨소시엄이 1조7000억원에 휴젤을 인수하기로 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식약처의 이번 처분으로 인해 GS그룹의 고민도 깊어질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는 "허가취소 이슈가 불거지면 매출 타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면서 "국내 업체들이 잇따라 같은 이슈로 도마에 올라 업계 전반에 대한 선호도가 낮아질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휴젤의 경우에는 매각을 결정한 그룹에서도 고민할 수밖에 없지 않겠냐"고 했다. 그는 "휴젤의 핵심사업인 보톡스 판매가 어려워질 경우 '중대악화 사유'에 해당 될 수 있다"며 "매각이 성사되는데 중대한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보툴렉스의 허가를 내준 중국 현지 당국도 이 조치를 민감하게 볼 수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해외 규제기관마다 다른 판단 기준을 갖고 있는데 민감한 국가라면 국내 조치를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면서 "국내에서도 해외 당국의 조치를 들여다보고 있다"고 했다.

한편, 휴젤과 함께 처분을 받은 파마리서치바이오도 직격타를 입게 됐다. 이 회사는 지난해 63억원의 매출을 냈는데 보툴리눔 톡신 제품이 유일한 제품이다. 수출 전용인 보툴리눔 톡신 제품을 국내 판매용 허가없이 판매한 것으로 드러나 6개월간 전 제조업무가 정지되는 처분도 받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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