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변동성 시대의 바이오기업 IPO

머니투데이 김재준 미래에셋벤처투자 전무 2021.11.11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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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준 미래에셋벤처투자 전무 /사진==김재준 미래에셋벤처투자 전무 /사진==


바이오기업들의 창업목적은 당연하게도 개발 중인 파이프라인들의 승인과 판매를 통한 사업화다. 창업의 동기는 다양하지만 바이오기업들은 개발단계, 인허가 규제 등으로 큰 테두리 내에서 보면 아무래도 비슷한 성장과정을 거치게 된다. 개발의 콘셉트를 정하고 다양한 과정을 거쳐 후보물질을 확보하고 선정하며 전임상과 임상을 거쳐 각국 규제당국으로부터 승인을 통해 시장에 제품을 선보이는 과정이다.

하지만 비슷한 과정을 거친다 하더라도 다양한 치료나 진단의 분야, 연구·개발역량, 개발과정, 또는 변화하는 시장의 상황 등에 따라 바이오기업들의 성장형태와 속도는 큰 차이를 보이게 되고 벤처캐피탈들은 나름의 기준으로 투자기업을 선정한다.



인류 건강증진의 발전이라는 숭고한 목적을 가진 기업이 있는 반면 기업가치를 올리는 데만 집중하는 기업들도 있기 마련인데 중요한 것은 진행 중인 개발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의미 있는 결과들을 꾸준히 도출하는지가 성장을 판가름하는 요소가 된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특정 아이템을 가지고 오랜 기간 기초연구를 기반으로 창업하는 순간 사업화까지 십수 년을 하기에는 시장이 기다려주지 않는 점은 사업의 성과가 나올 때까지 상대적으로 오랜 기간이 걸리는 제약·바이오텍산업 입장에서는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다. 코로나19(COVID-19)로 인한 상황은 최근 2년 동안 우리 생활에 엄청난 변화를 몰고 왔으며, 특히 글로벌 제약·바이오업계에 가장 큰 변동성을 부여한다는 점에서 바이오기업들의 자금조달과 IPO 계획 등이 흔들리는 상황을 새삼 느끼고 있다.

최근 3년간 300여개 기업이 한국 증시에 상장했고 60여개 제약·바이오텍·의료기기 회사가 IPO를 했다. 올해도 현재까지 19개 바이오텍기업이 상장했고 연말까지 2~3개 기업이 더 상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약·바이오 분야에서 매년 20개 전후 기업이 상장하는 셈이다. 창업 때부터 IPO 자체를 지상과제로 삼는 회사들까지도 있으니 기업의 성장과정에서 IPO는 상당히 큰 이벤트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IPO(Initial Public Offering)는 말 그대로 제한적인 주주구성인 상태에서 대중에게 기업의 내용을 공개하면서 기업의 시장가치를 인정받아 자금을 조달하는 과정이다. 상장 전까지는 제한된 투자자들과 협상을 통해 기업가치가 정해지므로 어떻게 보면 소수에 의해 만들어진 기업가치라는 해석이 나올 수도 있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올해 상장을 진행한 20여개 바이오기업 중 5곳만이 현재까지 공모가 이상 주가를 유지하고 있으며 지난해 상장한 23개 바이오기업 중 불과 9개사만이 현재 시점에서 공모 당시 주가 이상을 유지한다. 2년 평균 33%의 기업만이 상장 이후 시가총액이 증가했다는 의미다.



미국 나스닥 시장에는 2020년 1월부터 현재까지 173개 바이오텍기업이 상장했고 이중 57%의 회사가 상장 이후 기업가치가 상승했는데 주가는 수많은 변수와 본질과 큰 관계가 없어 보이는 시장의 변화에도 큰 영향을 받기 때문에 단순히 이러한 주가 상승률만 가지고 한국 제약·바이오기업들이 공모 시점에 고평가를 받아 상장한다는 의미로 해석되는 부분은 종종 안타깝다. 국내 인식들과는 다르게 해외 바이오·제약기업들은 임상2상을 진행 중인 기업들까지도 초기기업으로 인식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 바이오기업들도 많은 경우가 업력과 상관없이 초기기업인 것이다. 상장회사라고 많은 것을 이룬 회사가 아닌 아직 꾸준한 연구·개발을 계속하는 바이오기업들은 이제 성장을 시작한 회사일 수 있다는 점을 알아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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