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년 만에 두산 떠나는 박용만···"그늘에 있는 사람들 더 돌볼 것"

머니투데이 김성은 기자 2021.11.10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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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머니투데이DB/사진=머니투데이DB


박용만 두산경영연구원 회장이 그룹에서 모든 직책을 내려놓고 떠난다. 연초 공언했던 대로다. 두 아들 박서원 오리콤 부사장, 박재원 두산중공업 상무도 그룹을 떠나 각자의 전문분야를 찾아 독립한다.

두산그룹은 10일 "박용만 두산경영연구원 회장이 두산경영연구원 회장직에서 사임한다"며 "박서원 오리콤 부사장, 박재원 두산중공업 상무는 그룹 임원직에서 물러난다고 알려왔다"고 밝혔다.



두산그룹 측은 "박 회장께서는 '두산인프라코어 매각 이후 그룹의 모든 직책에서 사임하겠다'고 계속 얘기해왔다"며 "'매각 이후 경영 실무는 관여치 않고 매각이 마무리됐으므로 자연스럽게 사임하는 것'이라 밝혔다"고 설명했다.

박 회장은 2016년 그룹 회장직에서 물러났으며 당시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직은 유지했다. 대한상의 회장직을 역임하는 동안에도 회장직은 유지했었다. 두산인프라코어가 현대중공업그룹으로 인수되면서 자연스럽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직은 내려놓게 됐다.



이후 박 회장의 직함은 두산경영연구원 회장으로 통했다. 박 회장은 2016년 두산경영연구원 전신인 DLI 회장직을 맡았었고 2016~2019년 대표이사를 지냈다. 박 회장이 두산을 떠나게 된 것은 것은 1983년 두산건설 뉴욕지사에 몸담은 때로부터 시작하면 38년 만이다.

박 회장 뿐 아니라 두 아들도 이번에 두산 그룹으로부터 독립한다.

박 부사장, 박 상무는 각자 전문분야에 맞는 일을 찾아 독립하기 위해 이번 결정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두산그룹 측은 "박 회장께서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서 이사장을 맡고 계신 재단법인 '같이 걷는 길' 등을 통해 지역 사회에 대한 봉사, 소외계층 구호사업 등 사회에 대한 기여에 힘쓰실 것이라 말씀하셨다"며 "박 부사장, 박 상무는 각자 개인 역량과 관심사를 확장해 새 사업을 전개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박 부사장은 크리에이티브 콘텐츠 분야 전문가이자 인플루언서로 자리잡았다. 박 부사장은 "관련 업계에서 다수의 유망 회사들을 육성하는 일에 이미 관여하고 있다"며 "이제 본격적으로 관련 사업을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두산 측에 알려온 것으로 전해졌다.

또 박 상무는 스타트업 투자 사업을 본격화할 예정이란 설명이다. 박 상무는 두산인프라코어 재직 당시 미국 실리콘밸리에 스타트업 투자를 위한 벤처캐피탈 회사 설립을 주도하는 등 관련 사업에 관심과 역량을 보였다.

이날 박 회장은 개인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연초부터 공언한 대로 그룹의 모든 자리를 떠나기로 했다"며 "그룹의 실무를 떠난지는 이미 오래됐고 상징적 존재로 있던 자리까지 모두 떠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렇게 두산을 떠나는 것이나 나도 독립"이라며 "이제부터는 그늘에 있는 사람들 더 돌보고 사회에 좋은 일하며 살아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박 회장은 "아무리 자식이 나이를 먹고 어른이 되어도 부모 입장에서는 늘 충고하고 가르쳐줘야 할 것 같은 강박이 있고 노파심도 한 몫을 한다"며 "둘 다 그냥 독립해서 사무실 구하고 자기일 하겠다고 하는데 다른 어떤 감정보다도 먼저 떠오른 것은 고맙단 생각이었다"고 전했다.

이어 "사실 따지고 보면 내 그늘에서 그만큼 공부하고 경험했으면 됐다 싶다"며 "어차피 자식들 커리어는 자식 본인이 만들어 가는 것이니 부모로서 내 역할은 여기까지가 맞는 일, 이제부터는 삶의 동반자로 그리고 사랑을 나누는 가족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하면 될 일"이라고 담담히 전했다.

아울러 함께 그룹에서 독립한 두 아들도 언급하며 "서로 바라보며 응원하고 화이팅을 외친다"며 "마음이 그득하니 좋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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