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10억에도 안내는데 더 깎아?…카드수수료는 어디서 받나요"

머니투데이 이용안 기자, 김세관 기자 2021.11.1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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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카드 수수료의 경제학(上)

편집자주 당정이 카드 수수료 인하를 기정사실화하자 카드사 노조가 총파업도 불사하겠다고 했다. 점포와 인력, 마케팅비 등을 줄여서 이익을 낸 만큼 또 수수료를 낮춰야 하는 구조에 반기를 든 것이다. 영세자영업자에 대한 수수료가 제로인 상황에서 카드산업의 지속 가능성과 고용이 위협받는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기울어진 운동장' 놓인 카드사…"수수료율 0%인데 더 내린다고?"
"매출 10억에도 안내는데 더 깎아?…카드수수료는 어디서 받나요"


"연 매출 10억원 이하 가맹점은 다른 세제까지 감안하면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이) 거의 0%에 가깝게 합의됐다." 2018년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당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득의만면한 표정으로 한 말이다.

영세·중소가맹점이 내는 카드 가맹점 수수료는 이미 0%다. 정확히 말하면, 전체 가맹점 중 92%는 수수료가 0%다. 연 매출 30억원 이하 가맹점은 우대수수료율을 적용받고, 부가가치세법에 따른 세액공제 제도로 카드수수료를 환급받고 있어서다. 당정은 이런 수수료를 다시 낮추려는 중이다. 여신전문업법에 따라 3년 마다 적격비용(원가) 재산정을 해 카드 수수료를 정하기 때문이다.



9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카드 가맹점 우대수수료율을 적용 받는 연 매출 30억원 이하 가맹점 수는 전체 가맹점 수의 96.1%인 283만3000개다. 2019년부터 우대 수수료율을 받는 가맹점의 범위를 기존 연 매출 5억원에서 30억원 이하로 확대한 결과다. 현재 카드사의 가맹점 수수료율은 신용카드의 경우 1.97~2.04%다. 이마저도 일반가맹점 약 4%만이 적용 대상이다. 대부분의 우대수수료율 가맹점은 카드결제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0.8~1.6%만 내면 된다.

더욱이 2009년부터 가맹점은 카드 이용 금액 1.3%에 대한 세액공제 혜택을 받고 있다. 2019년부터는 공제 한도도 기존 5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늘었다. 이에 따라 연 매출이 3억원 미만인 가맹점은 실질 수수료율이 -0.5%가 됐고, 3억~5억원 구간 가맹점은 0%가 됐다. 매출 5억~10억원인 가맹점의 실질 수수료율도 0.1~0.4%에 불과하다. 카드수수료가 영세·중소가맹점의 영업을 어렵게 하는 요소가 아니라는 얘기다. 이미 실질 수수료율이 0%이기 때문에 이를 더 낮춘다 하더라도 자영업자의 92%는 추가로 수수료 부담이 줄어드는 게 없다. 4%의 일반 가맹점은 대기업이다. 그 나머지 4%가 매출 10억원 초과~30억원 이하 가맹점인데, 이들은 영세자영업자가 아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매출 세액공제는 다른 공제들과 함께 정산돼 가맹점들이 이를 별도로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카드매출 세액공제를 인지하더라도 카드수수료와 연계하기보다는 정부의 별도 환급으로 이해하는 경향이 높다"고 설명했다.

현행 카드수수료 구조에서 영세·중소자영업자로부터 적자를 보고 있는 카드사가 이를 만회하려면 대기업 등 대형 가맹점 수수료에서 이익을 내야 한다.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카드사와 가맹점들이 개별 협상을 해야 하지만 다수의 카드사와 1개의 대형 가맹점이 협상을 해야 하다 보니 유리한 패를 쥐게 되는 건 가맹점이다. 2019년에도 현대자동차와 백화점 등 대형 가맹점은 수수료 인상 요구를 거부하며 계약 해지 방침을 통보했다. 결국 카드사가 자세를 낮췄고 적자 폭 만회도 실패로 돌아갔다.

금융당국에서도 현행 제도에 손을 댈 필요성을 제기한다. 지난 8일 한국금융연구원 주최로 열린 세미나에 김종훈 금융위원회 중소금융과장은 "난 10년간 카드 수수료가 다른 국가와 비교해 크게 낮아진 상태이기 때문에 카드수수료 재산정 작업을 계속해야 하는지 고민해 볼 때가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카드사에 대한 수수료 규제는 상대적으로 높은 수수료율을 가맹점에 부과하고 있음에도 아무런 규제를 받고 있지 않은 빅테크와 비교된다. 즉 네이버파이낸셜, 카카오페이 등 빅테크(IT대기업)들은 카드사보다 1%포인트 가량 높은 수수료율을 매긴다. 네이버파이낸셜의 경우 네이버페이의 주문관리 서비스를 받는 가맹점에 △매출 3억원 이하의 경우 2.2% △3~5억원은 2.75% △5~10억원은 2.86% △10~30억원은 3.08% △30억원 이상은 3.63%의 수수료율을 책정했다.

카드사가 수수료율 체계에서 '기울어진 운동장'에 놓여있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박지홍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빅테크의 선불충전금과 카드사의 체크카드가 비슷한 기능을 하지만 카드사는 여러 규제가 있어 빅테크만큼 혜택을 제공하기 힘들다"며 "동일기능 동일규제 원칙에 따라 카드사와 빅테크 간 규제 형평성을 합리적으로 맞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당국의 속내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하던 대로 한다"
2018년 11월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여당 관계자들과 금융당국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카드수수료 개편방안 당정협의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2018년 11월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여당 관계자들과 금융당국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카드수수료 개편방안 당정협의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이하 카드수수료율)을 3년마다 재산정한다는 세계 최초의 재갈을 카드사에 물린 건 정부다. 하지만 정책적 판단이라기보다는 정무적 필요에 따른 결정이었다. 금융당국 내부적으로 적격비용 계산과 카드수수료율 재산정 규제가 적절하지 않다고 보는 의견이 적지 않지만 감히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 자칫 '영세 자영업자를 돕는다'는 선한 취지를 거스른다는 비난을 받을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미국이나 유럽연합(EU), 일본, 호주 등 대다수 금융선진국들처럼 카드사와 가맹점이 자유롭게 계약을 해 수수료율을 책정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전문가들 주장에 어느 정도 동의한다"며 "협상력이 떨어지는 중소형 가맹점주들에게 카드사들을 대상으로 이른바 카드사들의 '갑질'이 있을 수 있으니 최대 한도를 정하는 규제 정도는 마련해 두는 게 적절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정치권에 요구에 부응해 도입된 제도인 만큼 금융당국은 '운신의 폭'이 좁다. 또 다른 금융당국 관계자는 "최근 빅테크(IT대기업)의 간편 결제 수수료가 카드사보다 높아 문제가 되고 있는데, 엄밀히 얘기하면 카드수수료율을 정부와 국회가 정하는 게 유례가 없는 경우"라며 "정치권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정부가 스스로 카드수수료율을 없애자는 말을 어떻게 하냐"고 반문했다.

정치권도 이 같은 내용을 인지하고 있다. 수많은 언론과 소비자들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빅테크 간편 결제 수수료율 규제를 신설하는 법안 발의 등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게 이를 드러낸다. "민간 기업의 서비스 수수료를 정부가 규제한다는 것이 말이 되지 않는다"며 입법화 시도를 하지 않는다.

카드수수료 규제 역시 같은 논리로 보면 맞지 않는다. 카드사와 빅테크에 대한 규제의 형평성 문제가 있다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 그렇다고 선뜻 나서 규제를 폐지하지도 않는다. 폐지하자고 하는 순간 '안티(anti)자영업자'로 낙인찍힐 것을 잘 안다. '대선'을 앞두고 자충수가 될 수 있으니 하던 대로 한다.

카드업계는 '결자해지'(結者解之)의 심정으로 정치권이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카드수수료율 규제의 불필요성에 업계나 정부가 말을 할 순 있지만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수 있는 건 고양이 뿐"이라며 "'동일서비스 동일규제'를 위해서라도 카드수수료율 제도 개선을 정치권이 먼저 나서서 논의의 장을 열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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