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경제 성장을 견인하던 부동산 경기가 침체 국면에 접어들면서 중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3% 이하로 추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중진국의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한 조건 '5% 성장'에 미달하며 상당 기간 개발도상국에 머무를 수 있다는 경고다.
IIF는 미국 워싱턴에 소재한 글로벌 금융회사 협회다. 소속 학자들은 "주택을 보다 저렴하게 공급하기 위한 성공적인 캠페인은 더 이상 5~6% 성장을 이어갈 수 없는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보고서에 언급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내 2억8500만 이주노동자 중 약 20%가 건설업에 종사했다. 부동산 개발 시장 침체로 4만명 가까이 직원을 거느린 대형 부동산 기업 센탈린은 상하이와 선전 지사 내 직원 1000명을 해고할 계획으로 전해졌다.
중앙 정부로 집중된 세수 구조 속에서 차입마저 여의치 않은 나머지 땅장사로 연명하던 지방정부들도 죽을 맛이다. 데이터 제공업체 윈드에 따르면 지난해 지방정부들이 거둔 토지매매 수익은 1조3000억달러(약 1533조5000억원)에 달했다. 지방정부의 땅장사 의존도는 2015년 37%, 2019년 70%에서 지난해 84%로 불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지방정부들의 부외부채, 이른바 '음성부채'는 지난해 말 현재 중국 GDP의 52%에 달한다. 토지매매가 원활하지 않으면 지방정부들이 이 빚을 갚을 길이 사실상 없다. 베이하이시의 한 중견 부동산 회사 매니저 웨이지강은 "부동산 시장에 본격적인 침체는 아직 오지 않았다"며 "기업들은 더이상 (지방정부들의) 토지 경매에 참여하지 않는 대신 저장성과 같은 부자 지역의 새로운 개발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중국 투자를 보류하는 등 투자자들도 중국을 외면하기 시작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의 빅테크 때리기 1년(2020년 11월3일~2021년 11월2일) 뉴욕과 홍콩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술주 시가총액이 1조5000억달러(약 1780조원) 증발했다.
중국 공산당과 정부의 강력한 통제 속에 부동산을 대체할 '그 무엇'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경제학자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홍콩 소시에테 제네랄 소속 경제학자 야오웨이는 "부동산이 더 이상 성장 동력이 되지 않는다면 그 격차를 메울 수 있는 산업은 없다"고 단언했다.
3% 이하 성장은 중국이 '중진국 함정'에 빠지는 것을 의미한다. 올 초 주광야오 전 재무부 차관은 중진국 함정을 피하기 위한 조건으로 '2025년까지 연평균 5% 성장률'을 제시했다.
해외 기관들의 중국 전망은 하나 같이 비관적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올해 중국 GDP를 시장 평균인 8.2%에 미달한 7.7%, 내년에는 4%를 예상했다. 만약 부동산 가격이 10% 하락하고 은행의 부동산 담보 대출이 주춤하면 올해 7.5%, 내년 2.2%로 추락할 것으로 봤다. 골드만삭스도 올해 전망치를 8.2%에서 7.8%, 내년은 5.6%에서 5.2%로 낮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