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서 유독 한국만 카드수수료 규제···"이유는 정치"

머니투데이 김세관 기자 2021.11.09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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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카드 수수료의 경제학

편집자주 당정이 카드 수수료 인하를 기정사실화하자 카드사 노조가 총파업도 불사하겠다고 했다. 점포와 인력, 마케팅비 등을 줄여서 이익을 낸 만큼 또 수수료를 낮춰야 하는 구조에 반기를 든 것이다. 영세자영업자에 대한 수수료가 제로인 상황에서 카드산업의 지속 가능성과 고용이 위협받는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전세계서 유독 한국만 카드수수료 규제···"이유는 정치"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이하 카드 수수료율) 산정과 관련해 매 3년마다 잡음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근원적으로 정치권과 정부의 가격개입 때문이다. 전 세계에서 카드 수수료에 당정이 직접 관여하는 나라는 한국 뿐이다. 그나마 가격개입의 근거가 되는 법과 규정도 지켜지지 않는다. 금융당국이 신용판매(이하 신판)의 원가 개념인 적격비용을 계산해도 국회가 흔들어 놓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태생부터 영세 자영업자를 위한다는 정치적 의도로 시작한 거라 과정과 결과 모두 정치가 작동한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이달 말 당정협의를 거쳐 카드수수료율 재산정 결과를 발표한다. 카드수수료율이 더 내려갈 것이란 전망이 일반적이다. 코로나19(COVID-19)로 자영업자들의 사정이 어려운 데다 대통령선거까지 다가오고 있다. 이들의 표심을 저버릴 수 없다.



카드수수료율은 3년마다 재산정 된다. 카드사 신판의 원가 개념인 '적격비용'을 계산해 카드사 마진을 더해 당정이 수수료율을 정한다. 카드사들이 제출하는 △자금조달비용 △위험관리비용 △일반관리비용 △밴수수료 △마케팅비용 △조정비용 등을 검토해 적격비용을 계산한다.

카드사와 가맹점 간의 합의로 시장에서 결정되던 카드수수료율은 참여정부 끝무렵인 2007년 경제운영방향을 계기로 정부의 통제를 받는다. 카드업계가 자발적으로 카드수수료율 결정체계를 개선하게 한다고 했지만 팔을 비튼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해 말 대선을 앞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관치금융 논란이 일었지만 소상공인과 영세가맹점에 대한 수수료 부담 경감 논리가 더 우선시 됐다.



2012년에는 아예 법제화가 됐다. 게다가 금융위원회가 회계법인의 시뮬레이션을 바탕으로 신용카드 가맹점 우대 수수료율을 1.6%로 조정할 계획이었으나 당시 김석동 금융위원장의 주문으로 1.5%로 내려갔다.

이후 최고 4.5%였던 카드수수료율은 점점 하향돼 2019년 1월부터 1.97~2.04%가 됐다. 이 수수료율은 전체의 4%인 일반 가맹점에만 해당된다. 나머지 96%는 우대수수료율 0.8~1.6%을 적용받는다. 영세자영업자들을 위한 우대수수료율을 연매출 30억원인 가맹점까지 넓히면서 생긴 기현상이다. 특히 2019년 카드수수료율 재산정 당시 5억원까지였던 우대수수료율 구간이 당정협의를 거치면서 30억원까지 갑자기 확대됐다. 물론 정치적 의사결정이었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카드사들은 당정협의 이후 카드수수료율이 정치적인 의도와 목적을 통해 더 왜곡될 가능성을 우려한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매출 10억원이 넘는 곳을 영세자영업자라고 부를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우리나라만 있는 규제여서 비교군이 없다 보니 입맛대로 고무줄처럼 늘려도 된다고 인식한다"고 말했다.


앞으로 3년간의 카드사 수수료율을 과거 3년간의 적격비용으로 정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비판도 나온다. 카드사들이 지난 3년간 신판 부문 적자에도 불구하고 비용절감과 저금리 기조, 대출·할부금융 영업 확대 등으로 괜찮은 수익을 냈지만 향후 3년간 지금과 같은 금융환경이 유지될 것으로 가정하는 것은 무리다. 카드사들은 자금조달 비용 상승을 특히 우려한다. 적격비용 계산에서 가장 큰 영향을 주는데, 금리인상기가 도래해 조달비용이 크게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카드사 노동조합 관계자는 "수수료율을 볼모로 한 엉터리 정책이 자행되는 동안 카드사 신판 부문 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기형적 구조가 됐다"며 "산업을 왜곡하는 제도는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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