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망 먹통되자 지하철로 뛰었다"..공공 와이파이의 재발견

머니투데이 차현아 기자 2021.11.13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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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뉴스1) 허단비 기자 = 13일 오전 광주 북구 한 경로당에서 무료 와이파이가 설치되고 있다. 북구는 정보 격차 해소를 위해 북구 경로당 370곳에 무료로 와이파이를 설치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광주북구 제공)2021.1.13/뉴스1  (광주=뉴스1) 허단비 기자 = 13일 오전 광주 북구 한 경로당에서 무료 와이파이가 설치되고 있다. 북구는 정보 격차 해소를 위해 북구 경로당 370곳에 무료로 와이파이를 설치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광주북구 제공)2021.1.13/뉴스1


"스마트폰 인터넷이 안되서 고장난 줄 알았다. 그런데 공공 와이파이로 접속이 되서 확인하니 KT 통신장애였다" "재택근무중 급히 처리할 일이 있었는데 인터넷은 물론 전화까지 모두 먹통이 됐다. 급하게 밖으로 나와 공공 와이파이로 연결했다"

지난달 전국 KT 유·무선 네트워크를 멈춰 세운 역대급 통신장애로 인해 공공 와이파이의 가치가 재발견됐다. 지하철과 버스 정류장, 심지어 동네 경로당 등 지역 곳곳에 설치돼 전국 KT 유무선 네트워크 모두 먹통이 된 상황에서 대안 통신 서비스로 기능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예산낭비라는 비판을 받아온 공공 와이파이로선 '국민 백업망'으로 환골탈태한 것이다.



앞서 지난달 25일 전국 KT 통신장애로 곳곳에서 피해가 속출했다. 85분 간 이어진 먹통으로 온라인으로 중간고사를 보던 대학생이나 재택근무를 하던 직장인은 물론 점심 장사를 준비하던 소상공인, 배달 플랫폼, 중소기업 등의 일상이 모두 멈춰섰다.

장애 당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급히 공공 와이파이를 찾으러 다녔다는 후기가 잇따른다. 당시 장애 여부를 안내하는 문자나 알림이 없었고 일부 이용자는 전화나 문자까지 끊기다보니 정확히 어떤 상황이 발생한 건지 파악하지 못한 이들이 많았다. 결합상품에 가입해 집안 모든 통신 서비스가 KT였던 사용자는 사실상 '통신고립' 상태에 놓였다. 이들에게 유일한 해결책 중 하나는 공공 와이파이였다.



공공 와이파이 끄떡없던 이유..."3개 통신망 모두 사용"
(서울=뉴스1) 김진환 기자 = 24일 오후 서울 강남역 인근 한 버스정류장에 공공와이파이가 설치돼있다. 서울시는 시민 통신비 부담 완화를 위해 승차대가 설치된 2340개 버스정류장에 공공와이파이 구축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버스정류장의 무료 공공와이파이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스마트폰 와이파이 기능을 켜고 'SEOUL_Secure'(보안접속)을 선택한 후 ID와 비밀번호에 'seoul'을 입력하면 된다. 최초 1회 설정 후 공공와이파이가 설치된 모든 정류장에서 자동 연결돼 사용이 가능하다. 2021.8.24/뉴스1  (서울=뉴스1) 김진환 기자 = 24일 오후 서울 강남역 인근 한 버스정류장에 공공와이파이가 설치돼있다. 서울시는 시민 통신비 부담 완화를 위해 승차대가 설치된 2340개 버스정류장에 공공와이파이 구축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버스정류장의 무료 공공와이파이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스마트폰 와이파이 기능을 켜고 'SEOUL_Secure'(보안접속)을 선택한 후 ID와 비밀번호에 'seoul'을 입력하면 된다. 최초 1회 설정 후 공공와이파이가 설치된 모든 정류장에서 자동 연결돼 사용이 가능하다. 2021.8.24/뉴스1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구축된 공공와이파이는 공공장소 2만8132곳과 시내버스 2만9100대 등 전국 5만7천232곳에 달한다. 여기에는 서울시 등이 자체 구축한 공공와이파이(까치온) 등은 빠져있어 실제 가용권역, 액세스포인트는 더 많다.

공공 와이파이가 통신재난 상황에서 역할할 수 있었던 이유는 하나의 서비스 권역에 이동통신 3사의 망을 고루 이용하기 때문이다. 이번 사고로 KT망을 이용하는 공공 와이파이에도 장애가 발생했으나, SK텔레콤이나 LG유플러스 망을 이용하는 다른 곳에선 문제가 없었다. 서울시의 경우 행정인터넷망을 활용한 공공와이파이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공공 와이파이는 한 통신사에 장애가 발생해도 전체가 먹통이 되는 일은 없다"며 "이번 장애로 공공 와이파이 필요성을 실감한 이용자들도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 정부의 공공 와이파이 사업은 꾸준히 비판에 직면해왔다. 통신 취약계층을 포함해 데이터요금 부담을 줄이기위한 복지차원에서 구축이 시작됐다. 그러나 많은 고객이 이미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를 쓰고 있는데 굳이 공공 와이파이에 수천억원 예산을 투입해야 하느냐는 반론도 적지않았다.

전 국민이 이용하는 이동통신 서비스에 비해 품질이 떨어지다보니 예산대비 효용이 크지 않은 사업이란 지적도 있었다. 실제로 지난해 기준 공공 와이파이의 속도는 최대 400Mbps로 같은 기간 5G(5세대 이동통신) 평균 속도(690.47Mbps)에 못 미친다.



다만 정부도 품질 개선에 박차를 가하는 만큼 공공 와이파이 활용도가 높아질 전망이다. 정부는 2022년까지 총 4만1000개소를 추가 구축하겠다는 목표를 내걸고 공공 와이파이를 약 50%씩 늘려가고 있다. 2023년을 목표로 전국 시내버스 와이파이 품질개선에도 나섰다. 개선 작업이 끝나면 전국 시내버스에서 최대 500Mbps 속도로 무료 인터넷을 쓸 수 있게 된다. 이외에 현재 전국의 노후 와이파이 장비를 최신 장비(와이파이6)로 교체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배창석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 공공와이파이팀장은 "공공 와이파이가 국민 통신망 전체를 다 책임지지는 못할 수 있다"면서도 "무제한 데이터를 이용하지 않는 국민은 물론 이번 사고같은 긴급한 통신장애 상황을 위한 통신 서비스로 공공 와이파이가 충분히 제 역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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