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콘은 유니콘이 안다…VC 차려 스타트업 발굴·투자 팔걷었다

머니투데이 이민하 기자 2021.11.10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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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을 키우는 유니콘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직접 벤처캐피털(VC)을 차려서 재무적인 투자부터 전략적인 투자까지 팔을 걷어부쳤다. 동종 업계 후배 스타트업들에 중점적으로 투자하면서 협력 관계를 강화하는 모습이다. 부동산·패션 전자상거래(이커머스)·콘텐츠 분야 등 업계 전반으로 전문 VC 설립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부동산 플랫폼 직방과 패션 플랫폼 무신사, 콘텐츠 제작사 스마트스터디는 모두 VC를 자회사로 설립해 운영 중이다. 각각 프롭테크(부동산과 기술 융합)부터 패션 이커머스, 애니메이션·게임 등 콘텐츠 분야에 전문적으로 투자해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직방은 2019년 말 프롭테크 분야에 집중 투자하는 전문 VC 브리즈인베스트먼트를 설립했다. 지난해에는 직방과 우미건설이 각각 100억원을 출자해 200억원 규모의 '프롭테크워터링펀드'를 운용, 투자를 진행 중이다. 현재까지 가구 물류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플랫폼 '하우저', 국내 최초 민간 태양광 발전 기업 '브라이트에너지파트너스(BEP)', 인테리어 가상현실(VR) 서비스 '큐픽스', 공유주방 '고스트키친' 등의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안성우 직방 대표가 창업 전에 블루런벤처스에서 투자심사역으로 활동했던 경험이 반영된 투자 포트폴리오라는 평가다. 브리즈인베스트먼트가 투자한 대부분은 프롭테크와 관련된 혁신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다.

'직방·무신사·스마트스터디' 유니콘, VC 자회사 설립…후배 스타트업 투자·육성
유니콘은 유니콘이 안다…VC 차려 스타트업 발굴·투자 팔걷었다


패션 이커머스 플랫폼을 운영하는 무신사도 후배 기업 투자·육성에 적극적이다. 신진 브랜드 협업과 투자를 병행하면서 패션 플랫폼으로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전략이다. 2018년 설립한 VC 무신사파트너스는 창업투자회사와 사모펀드(PEF) 운용사로 인가를 받았다. 패션과 라이프스타일 전반의 영역에 잠재력을 갖춘 브랜드를 선별해 투자한다.



현재까지 모두 4개의 투자조합을 통해 지오그래픽, 커버낫, 안다르, 쿠어 등 30여 곳의 패션·라이프스타일 관련 기업에 투자했다. 올해는 202억원 규모의 '스마트무신사-한국투자펀드1호'를 조성했다. 해당 벤처펀드에는 현대카드, 더네이처홀딩스, 코오롱인더스트리, 한세드림 등이 공동 출자했다. 코드그라피(콘크리트웍스), 브랜디드(브랜디드인더스트리) 등에 투자를 마쳤다. 무신사 측은 "신생 브랜드에 대한 전략적인 투자와 협업으로 국내 패션업계를 주도할 차세대 유니콘들이 성장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유아 콘텐츠 '핑크퐁'과 '아기상어'로 유명한 스마트스터디의 VC 자회사인 스마트스터디벤처스는 올해 7월 450억원 규모의 '베이비샤크넥스트유니콘IP펀드'를 결성, 애니메이션·게임 등 콘텐츠 제작 스타트업 육성에 나서고 있다. 펀드 총괄 운용은 롯데엔터테인먼트, 산수벤처스, SV인베스트먼트 등을 거친 콘텐츠 전문 심사역인 이현송 스마트스터디벤처스 대표가 맡았다. 이 투자사는 앞서 아이돌봄 애플리케이션(앱) 스타트업 '째깍악어', 캐릭터 기업 '키키히어로즈', 애니메이션 제작사 '레드독컬처하우스' 등에 투자했다.

이현송 스마트스터디벤처스 대표는 "콘텐츠 산업에서는 제작 단계부터 구체적인 사업화 전략이 뒷받침돼야 지적재산권(IP)이 생명력을 이어갈 수 있다"며 "스타트업에서 출발해 콘텐츠 업계 선두기업으로 자리매김한 펀드 출자자들과 협력, 핑크퐁과 아기상어를 잇는 차세대 IP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유니콘 등 성공 반열에 오른 기업들의 스타트업 투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코스닥 상장사인 제주맥주도 최근 전문 VC '카스피안캐피탈' 설립을 추진,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사업 연관성이 큰 스타트업에 투자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도 네이버, 카카오, 스마일게이트 등 인터넷·게임업체들이 성장한 이후에 투자사를 설립해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사례들이 있었다"며 "최근에는 유니콘 등 성공 경험과 자금력을 갖춘 기업들이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재무적·전략적 투자가 증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머니투데이 미디어 액셀러레이팅 플랫폼 '유니콘팩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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