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제약사 '통합 셀트리온' 청사진이 안보인다

머니투데이 김도윤 기자, 정기종 기자 2021.11.08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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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포스트 서정진, 셀트리온 재도약의 조건①

편집자주 한국 바이오의 신화 셀트리온이 흔들리고 있다. 40만원에 육박하던 주가는 11개월만에 20만원 아래로 떨어져 반토막이 났다. 허공에 사라진 시가총액만 27조원(11월8일 기준)이다. 그룹의 숙원인 상장 3사(셀트리온,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의 합병도 요원하다. 회사의 든든한 우군이던 개인주주들도 회사와 대립각을 세울 정도로 격앙돼 있다. 공교롭게도 이 모든일은 서정진 명예회장이 경영에서 물러난 올해부터 발생했다. 회사 측은 서정진 명예회장 이후 새로운 셀트리온, 셀트리온2.0을 기대해달라 당부했다. 이젠 서정진 신화를 넘어 새로운 청사진을 제시해야 할 때라는 지적이 나온다. 셀트리온의 기초체력에 문제가 없는지 현재 상황을 진단하고 나아갈 길을 모색해 봤다.

글로벌 제약사 '통합 셀트리온' 청사진이 안보인다


"최적의 시기는 지난 것 아닌가요. 결국 기업가치 상승과 미래 청사진 제시를 통해 주주들의 마음을 달래야 합니다."



셀트리온 (191,200원 ▲7,400 +4.03%)의 상장 3사(셀트리온,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 합병은 그룹의 오랜 숙원이라 할 수 있다. 우선 덩치를 키우고 지배구조를 재편해 글로벌 제약사로 거듭나기 위한 전제조건이다. 고질적으로 지적 받고 있는 일감 몰아주기 해소, 경영 투명성 및 효율성 강화를 위해서도 필요하다. 또 장기적으로 서정진 명예회장의 2세 승계를 위한 작업이기도 하다.

하지만 숙원 과제인 상장 3사 합병이 지지부진하다. 셀트리온은 아직 구체적인 계획을 마련하지 못했다. 시장엔 3사 합병과 관련해 공식적 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다른 기업들이 ESG(사회·환경·지배구조) 경영을 외치는 가운데 셀트리온은 지배구조 재편을 위한 상장 3사 합병 전략에 대해 유독 조용하다.



앞서 셀트리온은 2020년 9월 셀트리온헬스케어홀딩스 설립 때 2021년 말까지 셀트리온홀딩스와 셀트리온헬스케어홀딩스 합병으로 지주회사 체제를 설립하고 이후 경영 투명성 확보 및 효율화 제고를 위해 상장 3사 합병을 신속하게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셀트리온헬스케어 (75,900원 ▼4,500 -5.60%) 모회사인 셀트리온헬스케어홀딩스 설립은 서 명예회장의 양도소득세 부담 완화뿐 아니라 향후 상장 3사 합병 및 승계 절차를 간소화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됐다.

이 같은 사안의 중요성을 고려하면 상장 3사와 관련한 침묵은 시장에서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일각에선 이미 3사 합병을 위한 때를 놓친 게 아니냔 지적도 나온다. 올해 지속된 기업가치 하락으로 3사 합병에 지대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주주들의 마음이 돌아섰다. 회사 측에서 주주들을 설득할 뚜렷한 명분이나 카드가 없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셀트리온 소액주주의 지분율은 64.29%에 달한다. 합병이 성사되려면 주주총회에서 출석주주의 3분의 2 이상 찬성을 받아야 하는데 소액주주가 적극적으로 반대할 경우 어려울 수 있다. 또 반대 주주의 주식매수청구권이 발생하기 때문에 소액주주 설득이 합병 성공을 위한 가장 중요한 열쇠다.

주식매수청구권이 예상보다 많이 행사될 경우 3사 합병을 위해 통합 과정에서 외부 투자자를 끌어들이는 방안이 있는데, 지금은 예전보다 셀트리온의 중장기 성장동력에 대한 시장 평가가 밝지 않다. 마땅한 투자자 유치가 어려울 수 있단 의미다. 결국 3사 합병을 강행하기 유리한 환경은 아니다.

(서울=뉴스1) 유승관 기자 = 서정진 셀트리온 그룹 회장이 25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뉴스1 주최 글로벌바이오포럼 2020에서 '위기를 기회로...세계 펜데믹에 부는 K바이오'를 주제로 기조발표를 하고 있다. 2020.11.25/뉴스1  (서울=뉴스1) 유승관 기자 = 서정진 셀트리온 그룹 회장이 25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뉴스1 주최 글로벌바이오포럼 2020에서 '위기를 기회로...세계 펜데믹에 부는 K바이오'를 주제로 기조발표를 하고 있다. 2020.11.25/뉴스1
3사 합병 시너지 효과는? 주주 마음 돌려야
상장 3사 합병이 주주들의 동의을 얻으려면 합병을 통한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는지 여부가 관건이다. 합병으로 주주 가치가 떨어질 경우 합병에 찬성할 이유가 없다.

우선 상장 3사 중 셀트리온제약 (105,100원 ▲1,400 +1.35%)은 셀트리온 연결 자회사라 합병을 통해 기대할 수 있는 눈에 띄는 이득이 크지 않다. 일부 실적이 더해지는 정도다.

핵심은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합병인데, 두 회사가 합병할 경우 내부거래가 제거되며 실제 합병법인 실적은 두 법인의 합산 수치보다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셀트리온이 생산한 의약품을 셀트리온헬스케어에 공급하고 셀트리온헬스케어가 판매하는 구조기 때문이다. 결국 셀트리온헬스케어 매출과 합병법인 매출 규모가 별 차이가 나지 않을 수 있다. 오히려 셀트리온의 이익률 하락이나 재고 부담 우려가 커질 수 있다.

거기다 실제 시장에 제품을 판매하는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성장률 둔화가 눈에 띄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도 그룹 전체 기업가치에 악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지난해까지 이어온 고성장을 앞으로 내년, 그리고 그 이후까지 지속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이동건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3사가 합병하더라도 합병법인의 시가총액은 현재 셀트리온 수준이거나 최악의 경우 그보다 낮을 수 있다"며 "3사 합병으로 기업가치가 훼손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환경을 감안할 때 셀트리온이 3사 합병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주주들의 반대에 직면할 경우 이를 타개할 해법이 마땅치 않다.

예를 들어 셀트리온 소액주주의 10%가 합병을 반대할 경우 주식매수청구권 규모만 현재 주가 기준 3조원에 육박한다. 이를 받아내려면 외부 FI(재무적투자자) 등 투자자를 끌어들여야 하는데 셀트리온에 대한 최근 시장의 부정적인 평가를 고려하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실제 셀트리온 지주사 합병 과정에서 주주들의 과도한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로 셀트리온스킨큐어는 제외됐다. 주주들의 동의 없는 합병은 불가능하단 명백한 사실을 눈으로 확인한 사례다.

(서울=뉴스1) = 식약처가 5일 셀트리온의 코로나19 항체치료제 '렉키로나주' 에 대해 3상 임상시험 결과 제출을 조건으로 품목 허가하는 것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해 인천 연수구 셀트리온 2공장에서 한 연구원이 코로나19 항체 치료제 렉키로나주(CT-P59)를 살펴보는 모습. (뉴스1 DB)2021.2.5/뉴스1   (서울=뉴스1) = 식약처가 5일 셀트리온의 코로나19 항체치료제 '렉키로나주' 에 대해 3상 임상시험 결과 제출을 조건으로 품목 허가하는 것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해 인천 연수구 셀트리온 2공장에서 한 연구원이 코로나19 항체 치료제 렉키로나주(CT-P59)를 살펴보는 모습. (뉴스1 DB)2021.2.5/뉴스1
그럼에도 가야 할 길…통합 셀트리온 청사진 제시해야
시장에선 셀트리온 지주사 합병이 서정진 명예회장의 세금 문제와 2세 승계를 위한 행보란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기도 했다. 실제 연말까지 진행하는 셀트리온홀딩스와 셀트리온헬스케어홀딩스의 합병은 서 명예회장의 양도세 납부 유예를 위한 조세특례제한법 과세이연제도를 감안한 결정이란 평가가 많다.

서 명예회장이 셀트리온헬스케어홀딩스를 설립하는 과정에서 현물출자한 셀트리온헬스케어 지분에 대한 양도차익 세금 납부 유예(과세이연) 혜택을 받기 위해선 연말까지 지주회사 설립을 완료해야 한다.

그럼에도 지주회사 합병에 대해 주주들이 원론적으로 찬성하는 이유는 이 행보가 상장 3사 합병을 위한 밑그림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3사 합병을 통한 지배구조 재편이 중장기적으로 필요한 과제란 점에 대해 시장과 주주 사이에서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된 측면이 있단 설명이다.

하지만 상장 3사 합병이 난관에 부딪힐 경우 셀트리온 지배구조 개편이란 숙원 과제를 풀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회사와 함께 지속 성장하길 바라는 주주들의 아쉬움이 큰 대목이다.

무엇보다 셀트리온이 지주사와 상장 3사 합병, 그리고 2세 경영 등과 관련해 확실한 성장 전략을 공개하며 시장과 소통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단 비판은 새겨들을 만하다.

내부거래 등 일감 몰아주기 지적에서 벗어나면서 대규모 글로벌 제약사로 도약하기 위해 3사 합병이 필요하고, 3사 합병을 통해 앞으로 신약 개발 등 신규 사업 진출이나 중장기 성장동력 확보 계획 등 구체화된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단 지적이다.

주력인 바이오시밀러(복제약) 사업은 글로벌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며 레드오션으로 전환하고 있고 기대를 모은 코로나19(COVID-19) 치료제 렉키로나는 글로벌 승인을 받지 못하며 실적 성장에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주가는 급락했고, 기업가치 하락은 주주들의 피해로 이어졌다. 그럼에도 셀트리온 소액주주들은 중장기적으로 3사 합병이 필요하단 의견에 공감하고 있다.

셀트리온 소액주주 비상대책위원장 A씨는 머니투데이와 통화에서 "원칙적으로 상장 3사 합병을 찬성한다"며 "하지만 현재 주가, 주주가치가 하락한 상태에선 반대"라고 말했다.

결국 셀트리온 상장 3사 합병을 위해선 기업가치 상승이 필요하고, 이에 더해 3사 합병을 통한 미래 성장 전략 등 청사진을 제시해 주주들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셀트리온 지주사 합병과 향후 상장 3사 합병이 오너가의 세금 문제와 승계를 위한 지적도 일부 있다"며 "하지만 상장 3사 합병을 통한 지배구조 재편이란 큰 그림과 분리해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3사 합병이 주주들의 동의를 얻기 위해선 기업이 나아가야 하는 방향을 명확히 제시하고 실적 성장을 증명해야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를 최소화 할 수 있는데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며 "개인적으로 3사 합병을 통한 지배구조 재편과 대규모 제약사 도약 목표는 긍정적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애널리스트는 "주주들은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코스피 이전상장 등을 통해 기업가치를 높인 뒤 상장 3사 합병을 추진하는 그림을 기대할 것"이라며 "단순한 상장 3사 합병은 내부거래로 만들어진 실적이 제외되며 기업가치가 하락할 수 있기 때문에 셀트리온헬스케어 이전상장 정도의 당근을 제시하지 않으면 주주들의 동의를 구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셀트리온은 향후 승계 작업까지 염두에 둘 수밖에 없는데 그룹 전체의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는 셀트리온헬스케어 이전상장 같은 작업을 직접 하려고 할지 모르겠다"며 "회사에서도 상장 3사 합병에 대해선 방법이나 시점에 대해 함구하고 있어 구체적 방법과 시기는 파악하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상장 3사 합병은 매우 민감한 사안으로 구체적인 계획이나 방안이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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