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먹는약'…머크보다 효과 좋은 화이자 등장에 '술렁'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2021.11.08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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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먹는약'…머크보다 효과 좋은 화이자 등장에 '술렁'


세계 코로나19(COVID-19) 경구용 치료제 주도권 전망이 다시 안갯속 국면으로 바뀌었다. 머크가 가장 먼저 임상 결과를 내놓고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긴급사용 승인을 신청하며 세계 경구용 치료제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그로부터 한 달 뒤 화이자가 머크를 넘어선 임상 결과를 공개했다. 백신 국면 초기, 다양한 백신이 순차적으로 출시되며 경합을 벌인 것과 같은 상황이 펼쳐질 여지가 커진 것. 동시에 국산 경구용 치료제를 개발중인 제약사들의 고민도 깊어진다. 머크에 이어 화이자 치료제의 의료현장 적용이 빨라질 수록 후발 주자의 설 자리가 좁아지기 때문이다.

글로벌 치료제 각축전 다시 안갯속
8일 마켓워치에 따르면 지난 5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화이자 주가는 전일보다 10.86% 급등한 48.61달러를 기록했다. 반면, 머크는 같은 기간 9.86% 급락하며 81.61달러에 장을 마쳤다.



이와 관련, 제약업계와 의료계에서는 "세계 경구용 치료제 샅바싸움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평이 나왔다. 양사 주가의 희비가 교차한 지난 5일 화이자는 자사가 개발한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팍스로비드'가 입원과 사망 확률을 89%까지 줄여준다는 임상 결과를 발표했다. 팍스로비드를 증상 발현 후 3일 이내에 복용하면 중증 코로나19 위험이 있는 코로나19 감염 환자의 입원과 사망 위험을 89% 줄여주고 5일 이내에 복용하면 85% 내려준다는 결과였다.

이는 지난 달 1일 머크가 공개한 치료제 효과를 상회하는 결과였다. 당시 머크는 회사가 개발중인 치료제 '몰누피라비르'가 코로나19 외래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에서 입원과 사망률을 50% 떨어뜨린 결과를 얻었다고 발표했다.



'코로나 먹는약'…머크보다 효과 좋은 화이자 등장에 '술렁'
머크가 이 같은 임상 결과를 내놓은 뒤 한 달여 간 국내에서도 머크가 세계 치료제 시장을 장악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었다. 머크는 임상 결과를 토대로 곧바로 미국 FDA에 몰누피라비르의 긴급사용승인을 신청했고, 치료제 개발 속도전에서 강력한 경쟁자로 꼽혔던 로슈의 치료제가 임상 2상에서 경증 또는 중등도 환자의 코로나19 바이러스 양 감소에 대한 '1차 평가변수'(primary endpoint) 를 충족하지 못했다는 소식까지 전해졌다. 화이자의 임상 결과가 발표되기 하루 전날에는 영국이 머크의 치료제를 세계 최초로 승인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머크가 임상 결과를 처음 공개할 때만 해도 50%의 입원확률 경감을 '획기적 결과'로 해석하는 시각이 있었다"며 "하지만 이를 크게 상회하는 결과가 한 달여만에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머크의 치료제가 영국에서 전세계 최초 승인을 받고, 미국에서도 긴급사용승인 신청이 빨랐던 만큼, 화이자보다 의료현장 적용은 다소 앞서가겠지만 효능 면에서 뛰어난 화이자 치료제의 추후 행보에 이 같은 '시차'가 무의미할 수도 있다는 것.

화이자까지 가세…국산 치료제 '더 안갯속'
머크와 화이자 치료제는 복용기간(5일)과 가격(약 700달러)이 일단 비슷한 것으로 파악되지만 작용 방식은 전혀 다르다. 머크의 몰누피라비르는 코로나19 바이러스 리보핵산(RNA)에 오류를 주입해 바이러스의 자가 복제를 막도록 설계됐다. 화이자의 팍스로비드는 바이러스가 증식하는데 필요한 효소를 차단해 증상이 악화하는 것을 막는 방식의 치료제다. 결국 이 같은 작용 방식의 차이가 실제 의료현장에서 효능과 안전성 측면의 변수를 만들어 내느냐의 여부가 세계 경구용 치료제 주도권을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 의료계 분석이다.


제약업계에서는 세계 경구용 치료제 각축전에 화이자가 추가되며 국산 치료제 개발 전망은 더 불투명해 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국내에서 경구용 치료제를 개발중인 곳은 대웅제약 (110,500원 ▼1,100 -0.99%)신풍제약 (13,360원 ▼140 -1.04%) 정도다.

대웅제약 치료제는 경증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2상에서 주 평가지표인 '임상적 증상이 개선되기까지 걸린 시간'을 달성하지 못했고 신풍제약 치료제 역시 주평가지표인 'RT-PCR 진단키트기반 코로나19 바이러스 음성 전환 환자비율(음전율)' 관련, 대조군과 차이가 없었다. 증상이 심하지 않은 환자 중 자연치유되는 비중도 상당하기 때문에 효과 입증이 쉽지 않다는 것이 업계 분석. 경증 환자 중 중증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높은 환자를 추리는 등, 임상 대상 모집이 쉽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대웅제약은 관련 치료제의 임상 3상을 추가 진행할지 여부를 고심중인 상태로 전해진다. 당초 지난달 임상 2상 최종 결과를 발표하고 임상 3상 진행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었지만, 일정이 지연되고 있는 상태. 신풍제약은 임상 3상을 진행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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