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제대로 '불금'…밤 1시 넘자 음주 운전자 줄줄이 걸렸다

머니투데이 홍효진 기자 2021.11.06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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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코로나' 후 음주단속 현장…"오전 3~4시로 단속시간 더 늦춰야"

6일 오전 12시52분 서울 송파구 잠실동 종합운동장 남문 인근 도로에서 실시한 경찰 음주단속에서 적발된 한 남성이 호흡기 측정을 대기하고 있다./사진=홍효진 기자6일 오전 12시52분 서울 송파구 잠실동 종합운동장 남문 인근 도로에서 실시한 경찰 음주단속에서 적발된 한 남성이 호흡기 측정을 대기하고 있다./사진=홍효진 기자


"술 먹은 지 4시간 됐는데… 마신 양보다 (수치가) 많이 나왔어요."

6일 오전 12시52분 서울 송파구 잠실동 종합운동장 남문 인근 도로. 검은색 BMW에서 내린 남성은 순식간에 몰려든 취재진에 당황한 듯 코끝을 매만지며 헛웃음을 터뜨렸다. 음주단속에 걸린 이 남성은 "단속하는 건 좋은데, 이분들한테 (사진) 찍히는 건 되게 불편하다"며 취재진을 향해 직접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결국 취재진과 멀찍이 떨어져 호흡기를 분 그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75%. 면허 정지 수준이었다. "저녁 자리에서 술을 마신 지 4시간이나 지났다"며 해당 수치에 이의를 제기한 이 남성은 채혈을 요구했다.

단속 시작 약 1시간… 적발된 건은 '제로'
6일 오전 12시25분 서울 송파경찰서 소속 교통경찰관들이 송파구 방이삼거리에서 음주단속을 하고 있다. /사진=홍효진 기자6일 오전 12시25분 서울 송파경찰서 소속 교통경찰관들이 송파구 방이삼거리에서 음주단속을 하고 있다. /사진=홍효진 기자


서울 송파경찰서 소속 교통경찰관들은 전날 밤 11시40분부터 이날 오전 1시15분까지 송파구 방이삼거리와 잠실동 종합운동장 남문 인근에서 음주 단속을 벌였다. 지난 5일 밤 11시30분이 되자 단속구간 도로 곳곳에는 음주단속을 알리는 노란색 표지판과 안전경고등, 주황색 라바콘이 배치됐다. 현장에 투입된 교통경찰관 8명은 바쁜 움직임으로 단속 준비에 나섰다.

10분이 지난 11시40분. 먼저 방이삼거리에서 본격적인 음주단속이 시작됐다. 형광색 상의를 입고 빨간 빛의 경광봉을 든 채 통행 차량을 막아선 경찰관들은 신형 음주측정기를 운전자의 입에 가져갔다. 지난 9월 초 도입된 신형 음주측정기는 입으로 직접 불지 않아도 차량 내부 공기를 빨아들여 체내 알코올 성분을 감지한다.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로 측정할 수 있어 단속은 신속하게 이뤄졌다.



음주단속이 시작된지 약 1시간이 흐른 6일 오전 12시30분. 단속구간을 지나친 차량들은 100대 가량 됐으나 적발된 이는 한 명도 없었다. 이날 현장에 나온 안재범 경위는 "오전 3~4시쯤 음주사고가 좀 많이 일어나는 편"이라며 "사실 지금 시간은 단속하기엔 조금 애매하다"고 말했다.

가장 눈에 많이 띄는 차량은 택시였다. 10초에 서너대 꼴로 단속구간을 빠르게 스쳐갔다. 안 경위는 "지금 이 시간대는 택시가 가장 많다"며 "택시 운전자는 음주단속에선 잘 적발되지 않지만 교대시간이나 영업이 끝날 때쯤인 새벽에 마시고 가다 적발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설명했다.

강남에서 술 먹고 집 가는 길, 경찰 눈에 '딱' 걸렸다
6일 오전 12시55분 서울 송파구 잠실동 종합운동장 남문 인근 도로에서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한 남성이 호흡기를 불고 있다. 이 남성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75%로 면허 정지 수준에 해당했다./사진=홍효진 기자6일 오전 12시55분 서울 송파구 잠실동 종합운동장 남문 인근 도로에서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한 남성이 호흡기를 불고 있다. 이 남성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75%로 면허 정지 수준에 해당했다./사진=홍효진 기자

끝없이 이어지던 차량 행렬은 조금씩 잦아들었다. 이를 지켜보던 경찰관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며 설치된 라바콘 등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방이삼거리에서 차로 약 10분 거리에 있는 잠실동 종합운동장 남문 앞으로 단속구간을 변경하기 위해서였다.

안 경위는 "송파 쪽에 거주하는 분들이 강남에서 음주를 한 뒤 이쪽을 지나온다"며 "여기가 차량 이동량이 많아 단속구간을 옮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해당 단속구간에서는 총 2건의 음주운전이 적발됐다. 먼저 오전 12시52분쯤 도로를 내달리던 검은색 BMW 차량 운전자 A씨(남·40대)가 단속에 걸렸다. 차에서 내린 A씨는 몰려든 취재진에 당혹감을 드러냈다. 경찰이 "초상권이 충분히 보상되도록 할 것"이라 안심시켰지만 A씨는 취재진을 향해 거듭 불만을 표했다. 경찰의 제지에 따라 취재진과 순찰차 1대를 사이에 두고 떨어진 A씨는 그제야 호흡기를 입에 물었다. 측정 결과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75%로 면허 정지 수준에 해당했다.

하지만 A씨는 "저녁 자리에서 술을 마신 지 4시간이 지났다"면서 해당 수치를 인정하지 않았고 끝내 경찰에 채혈을 요구하며 병원으로 향했다. A씨는 병원으로 이동하기 직전까지 "지금 참고 있다. 짜증난다"며 취재진을 향해 인상을 썼다.

6일 오전 1시 서울 송파구 잠실동 종합운동장 남문 인근 도로에서 시행한 경찰 음주단속에서 두 번째로 적발된 남성. /사진=홍효진 기자6일 오전 1시 서울 송파구 잠실동 종합운동장 남문 인근 도로에서 시행한 경찰 음주단속에서 두 번째로 적발된 남성. /사진=홍효진 기자
오전 1시쯤 검은색 벤츠를 운전하다 적발된 또 다른 남성 B씨(40대)는 측정 과정에 비교적 순순히 응하는 모습이었다. 경찰이 건넨 생수로 입 안을 헹군 그는 5초가량 호흡기를 불었다. B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69%. A씨와 마찬가지로 면허정지에 해당하는 수치였다. B씨는 "측정 수치에 이의 있으면 30분 안에 채혈을 요구할 수 있다"는 경찰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이의가 없다"고 답했다.

B씨는 음주 당시 상황을 묻는 경찰에게 "삼성동에서 소주 1병, 맥주 1병 정도 마셨고 집으로 귀가하는 길이었다"고 답했다. B씨는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벌금은 얼마 정도 되냐"고 경찰에게 되묻기도 했다. 그는 "300(만원) 정도 나온다고 봐야 한다"는 경찰의 말에 체념한 듯 "네"라고 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새벽에 음주사고 몰릴라… "음주단속 시간대 더 늦추는 게 효과적"

 6일 오전 12시46분 서울 송파경찰서 소속 교통경찰관들이 송파구 잠실동 종합운동장 남문 인근 도로에서 음주단속을 하고 있다. /사진=홍효진 기자 6일 오전 12시46분 서울 송파경찰서 소속 교통경찰관들이 송파구 잠실동 종합운동장 남문 인근 도로에서 음주단속을 하고 있다. /사진=홍효진 기자
지난 1일 정부의 새로운 코로나19(COVID-19) 방역 이정표인 '위드코로나'(With Corona·단계적 일상회복)가 시행된 뒤 맞은 첫 금요일 밤. 식당 등 다중이용시설의 24시간 영업이 가능해졌고 사적인원 모임도 10명으로 늘어났다. 오후 9시부터 진행되던 음주단속 시간대도 덩달아 이전보다 더 늦춰졌다.

안 경위는 오전 12시~1시 사이보다 단속 시간대를 더 늦추는 방향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경찰의 단속이 없는 새벽 시간대인 오전 3~4시로 음주운전자들이 몰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식당 등의 영업시간 제한마저 풀리면서 음주를 즐기는 시민들이 더 늘어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는 "보통 3, 4시쯤 되면 '음주단속 안 하니까 나와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며 "이 시간대는 평소보다 대리운전을 구하기도 어려워 '이 정도 거리는 괜찮겠지'하고 운전대를 잡기도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단속을 강화하는 것도 괜찮은 방안이다. 시간대를 좀 더 늦춰서 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가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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