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루시드는 알류미늄 리본으로 배터리셀을 묶은뒤 접착제로 고정해 배터리팩을 만드는데, 이는 기존 경쟁업계의 방식인 철사로 묶는 것보다 전기 저항을 줄일 수 있다. 루시드 측은 이에 따라 약 80마력어치의 전력을 절약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에어의 경우 118kWh(킬로와트아워) 배터리를 장착했는데 이는 GM이 출시를 예고한 픽업트럭 허머(200kWh)보다 적은 수치다. 그러나 허머의 주행거리는 350마일(약 563㎞)다. 단순히 배터리 용량이 많다고 더 멀리 가지 않는 셈이다. 전력 효율과 배터리활용 기술, 차 무게 등이 주요하게 작용한다.
루시드가 자체제작하는 모터도 성능대비 무게와 부피가 적다. 모터·인버터·기어박스 등을 합산한 총 무게는 74㎏다. 크기는 롤러백에 담길 정도로 알려졌다. 최대 2만rpm(분당 회전수)의 출력을 보이는데, 900볼트 전압을 사용해 충전속도가 빠르다. 20분 충전해 480㎞를 갈 수 있으며, 출력밀도(충전 속도 측정 기준)는 테슬라의 두배 수준이다.
차체 형태·스프링하중량·공기저항 등 다양한 방면에서 주행 효율을 높였다. 차체에 알루미늄을 사용하고, 용접 대신 볼트 등으로 고정했고, 스마트 온도조절 시스템을 통해 배관 크기도 줄이는 등 무게를 최대한 줄였다. 루시드가 발표한 에어의 항력계수는 0.21로, 이 역시 테슬라 모델 S(0.23)보다 낮은 수치다. 항력계수는 공기저항을 측정할 때 쓰이는 단위로, 숫자가 적을수록 주행 효율이 좋다는 의미다.
미국 전기전자학회(IEEE)가 발간하는 전문지 'IEEE 스펙트럼'은 "(루시드는) 모든 부분에 대해 조금씩 개선하는 방식(every little bit approach)을 취했다"고 분석했다. 주행거리를 늘리기 위해 모든 방면에서 노력을 기울였다는 평가다.
국산 최장 주행거리는 475㎞…못만드나, 안만드나

그러나 국산 전기차 중 가장 긴 주행거리는 기아 EV6 롱레인지의 475㎞다. 국제 기준으로도 510㎞로, 루시드 에어의 60% 수준이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미국 배터리 개발업체 SES에 약 1억달러를 투자하는 등 주행거리 확보에 노력을 기울이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아직까지 국내서 초장거리 전기차가 없는 이유에 대해 "할 수 있어도 못한다"고 설명했다. 만들 수는 있어도 비용 면에서 이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 교수는 "루시드는 1억이 넘는 프리미엄차이기에 이같은 주행거리가 가능하다"며 "주행거리 관련 기술은 한국서도 어느정도 갖춰 필요하다면 늘릴 수는 있겠지만 대중 모델은 500㎞ 선이 적당하기에 생산이 이뤄지지 않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도 "당장 만들라면 만들 수는 있겠지만 배터리 가격에 따라 비용이 뛰기에 쉽지 않을 것"이라며 "기술력과 생태계, (시장)잠재력이 갖춰져야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데 냉정하게 말해서 한국은 미국에 비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원에 따르면 미국의 자동차부품업체 수는 5700여개로, 이중 친환경 자동차 관련 업체는 약 1200개다. 이는 한국의 내연기관을 포함한 전체 자동차부품업체 수와 비슷한 숫자로, 관련 인력·자본·시장 규모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 연구원은 "미국에는 럭셔리 브랜드를 만들어도 살 시장이 있고, 생산 관련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생태계가 갖춰져있다"며 "한국이 쫓아가려면 정부가 주도해 지금보다 빠르게 전기차 전환을 해야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