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은 뭘 좋아할지 몰라서"…초등학생과 훈훈한 중고거래

머니투데이 류원혜 기자 2021.11.03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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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을 전한 A씨가 중고거래 상대였던 초등학교 5학년생과 나눈 대화(왼쪽), 학생으로부터 받았다는 손편지./사진=트위터사연을 전한 A씨가 중고거래 상대였던 초등학교 5학년생과 나눈 대화(왼쪽), 학생으로부터 받았다는 손편지./사진=트위터


한 성인과 초등학교 5학년생의 중고거래 후기가 누리꾼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하고 있다. 어른의 '배려심'과 아이의 '순수함'이 돋보인다는 평가다.

3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훈훈한 당근마켓 거래 현장'이란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이에 따르면 누리꾼 A씨는 최근 중고거래 사이트 '당근마켓'에 물건을 판매하겠다는 글을 올렸고, 한 초등학생으로부터 구매를 원한다는 연락을 받았다.



A씨가 공개한 대화 내용을 보면 학생은 "어른이세요?", "저 아직 어린 초5 잼민이(초등학생을 낮춰 부르는 말)인데", "어떤 분은 잼민이랑 거래 안 한다고 해서요"라고 걱정했다. 이에 A씨는 "거래하는데 (나이가) 중요한가요"라며 판매 의사를 밝혔다.

당시 상황에 대해 A씨는 "멀리 사는 어린 친구라서 내가 사는 곳까지는 못 온다고 했다"며 "배려하는 차원에서 내가 이 친구의 집 근처까지 가서 물건을 팔았다"고 설명했다.



이후 5일이 흘렀고 A씨는 당근마켓에 포토 카드를 판매한다는 새로운 글을 적었다. 그런데 같은 학생으로부터 또다시 연락이 왔다. 학생은 두 번째 거래도 자신이 사는 지역에서 할 수 있는지 물었다.

A씨는 거리가 꽤 멀었던 탓에 잠시 고민했지만, 이윽고 흔쾌히 학생의 집 근처로 향하기로 결정했다. 그는 "내게도 부담이 되는 거리였다"며 "첫 거래는 어린 친구를 배려해 가줬지만 이번에는 거래 장소를 조금 조정해볼까 싶었다. 하지만 여전히 멀다고 해서 오늘도 그 장소에 갔다"고 밝혔다.

이어 "거절할 수 있었지만, 아직 어린 친구 마음에 상처라도 날까 싶은 마음에 또 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A씨는 거래하는 물건 외에도 간식거리와 학생이 좋아하는 연예인 사진을 준비해 건넸다.


학생도 마음이 통했는지 삐뚤빼뚤한 글씨로 적은 손편지와 보자기를 챙겨왔다. 보자기에는 쿠키와 캐릭터 스티커 등이 들어 있었다. 학생은 편지에서 "멀리서 여기까지 와주셔서 감사해요"라며 "넣다 보니 많이 넣었습니다. 어른은 뭘 좋아하는지 모르겠네요. 천사분 거래 감사합니다"라고 적었다.
A씨가 중고거래한 상대 학생으로부터 받은 다양한 물건들./사진=트위터A씨가 중고거래한 상대 학생으로부터 받은 다양한 물건들./사진=트위터
A씨는 "나는 돈보다 더 귀한 마음을 받았다"며 "초등학생의 시선에서 예뻐 보이는 물건을 내게 잔뜩 줬다. 그 마음이 예쁘고 소중해서 심장이 말랑해졌다. 이 친구를 위해 멋진 어른까진 아니어도, 남에게 조금이라도 친절한 어른이 되기로 했다"고 다짐했다.

이를 본 누리꾼들은 "초등학생이지만 인격적으로 대한 어른도, 상대방 배려에 감사할 줄 아는 아이도 너무 멋있다", "훈훈한 중고거래 후기는 오랜만", "앞으로 서로에게 힘이 되는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 "너무 귀엽다. 학생의 따뜻한 마음이 여기까지 전해진다" 등 반응을 보였다.



일각에서는 미성년자의 중고거래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좋은 어른을 만나서 다행이지 자칫하면 범죄에 노출될 수 있다", "미성년자와 거래할 땐 법정대리인 동의를 꼭 받아야 한다", "세상이 무서우니 앞으로는 혼자 어른과 거래하지 말고 부모님과 동반하길" 등 우려를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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