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하 프로젝트 작가(하윤 연세대 신경외과 교수)/사진=티타임즈TV
아직 NFT 아트가 유화나 수채화처럼 대중화된 미술은 아니지만 하윤 교수는 일찍이 NFT 아트를 시작했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NFT는 복제가 쉬운 디지털 콘텐츠에 소유권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해준다. 디지털 아트에 NFT을 적용하면 NFT 아트가 된다.
NFT 아티스트로서의 윤하 작가는 이달 10일부터 다음 달 9일까지 서울 상암동 서정아트센터 본관과 NFT 미술 시장 플랫폼인 '크립토복셀(Crypto Voxels)'에서 윤하 프로젝트 초대전 '벨 에포크'展을 열고 그동안 창작했던 NFT 미술작품을 전시한다.
"집에서 자연스럽게 그림을 통해 생각을 표현하는 방법을 익히게 됐고 미술 대회에서 상을 받다보니 미술 활동에 대해 굉장히 좋은 추억이 계속 남아 있었어요. 미술은 언어 외의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서 큰 역할을 하죠."
그는 미술을 통해 사람들과 많은 공감을 항상 갈망했지만, 본업이 있는 탓에 그동안 쉽지는 않았다. 그를 다시 예술 활동으로 이끈 건 코로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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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인해 학문 영역에서도 여러 교류가 많이 차단될 수밖에 없었죠. 그러다 보니 학문을 통한 커뮤니케이션 외에 예술 활동을 통한 커뮤니케이션을 찾게 됐고 다시 미술을, 디지털 아트를 찾게 됐어요."
뇌에 지도를 올리고, 지도에 뇌를 올리는 브레인 맵핑
윤하 작가는 '브레인 맵핑'이라는 창작 방법을 통해 자신만의 미술 작품을 만들어낸다. 브레인 맵핑은 뇌에 지도를 올리는 방식, 그리고 지도 위에 뇌를 올리는 방식, 두 가지다.
"우리는 감각기관을 통해 들어온 정보를 우리의 뇌(브레인) 안에 복잡한 신경 네트워크 안에서 재조합하고 해석해요. 그리고 마지막 단계에서 하나의 어떤 이미지 또는 의미가 머릿속에 기억으로 남게 되는데, 이게 사물을 인지하는 방식이죠. 이는 과학적인 해석이에요. 저는 이걸 예술적으로 확대 해석해 표현하는데, 이걸 브레인 맵핑이라고 합니다."
사람의 머릿속에 있는 생각을 그림으로 표현한 것이다. 사람마다 인식하는 사물이나 현상이 다르고 이를 해석하기 위해 고민하기 때문에 각자 다른 브레인 맵(두뇌 지도)을 가지고 있다. 사람마다 브레인 맵이 다르기 때문에 어떤 하나의 현상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온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특징을 각자 다른 독특한 브레인 맵으로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또 사람이 어떤 하나의 생각과 사고에 집중하게 되면 다른 건 다 잊어버리고 그것에만 몰두하고 몰입하게 됩니다. 어떻게 보면 인간이 가장 아름다울 때의 모습이죠. 그런 모습들을 형상화한 것입니다."
예를 들어 그의 작품 <Architect Brain 2021>는 뉴욕에 사는 유태인 부호의 머릿속을 브레인 맵핑한 작품이다. 뇌 위에 뉴욕의 높은 빌딩들이 그려져 있다.
윤하 작가의 작품 <Architect Brain 2021>
다음은 지도 위에 뇌를 표현한 것. 이 방법은 특정 지도 좌표 위에 그 지역이 가지고 있는 상징과 의미를 그려 넣은 것이다.
윤하 작가의 작품 <Superman>
"뉴저지 지도에서 슈퍼맨이 하늘을 향해 오르는 작품입니다. 지금은 크리스토퍼 리브가 없지만, 재단이 계속 더 번창해서 더 많은 사람에게 희망이 될 수 있는 역할을 해달라는 의미에서 만들었습니다."
NFT 디지털 아트, 소유와 감상의 분리
윤하 작가는 과거엔 수채화나 아크릴화를 그렸지만, 최근엔 디지털 아트로 작품활동을 한다. 과거 아날로그보다는 훨씬 더 속도감 있게 작품 활동을 할 수 있게 됐다. 또 아이패드와 아이패드 펜슬만 있으면 어디서든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다.
디지털로 작업한 작품 중에서 일부를 NFT로 발행한다. 그는 NFT가 미술 시장에 많은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NFT는 새로운 자본 시장과 미술의 결합이죠. 기존의 전통적인 미술 산업은 장인 정신과 맞닿아 있었고 규모가 작은 갤러리 중심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신인 작가와 블록체인, 가상자산 비즈니스를 통해 형성된 자본들이 모여 새로운 형태의 미술 시장을 만들고 있어요. 그 잠재적인 폭발력은 클 것이라고 보고 있어요."
미술 산업에 새로운 방식과 자본이 등장하면서 아티스트들에게 새로운 기회의 장도 열리게 된 셈이다. 특히 NFT가 기반이 되는 블록체인은 위변조가 어렵고 진품과 소유권을 증명할 수 있는 특징을 갖고 있어 작품에 대한 신뢰성을 높일 수 있다. 이로 인해 아무리 복제품이 많이 나와도 진품에 대한 희소성은 보존할 수 있게 된다.
"그동안 디지털 작품은 무한 복제가 가능하기 때문에 소유권을 주장하기 어려웠고 작가들은 부를 창출할 기회가 원천적으로 막혀 있었죠. 하지만 NFT라는 블록체인 신뢰 구조를 바탕으로 디지털 작품에도 자산화 개념이 생기고 소유권이 생기게 됐습니다."
또 윤하 작가는 디지털 작품의 소유와 감상의 분리도 NFT 아트의 주요한 특징으로 봤다. 기존에는 명화가 아닌 이상 대부분의 미술 작품은 작품을 소유한 사람만이 감상할 수 있었다.
"디지털 작품 이전에는 내가 작품을 사면 내 방에만 걸어두고 나 혼자만 봤었는데, 이제는 메타버스 갤러리를 통해 누구나 볼 수 있도록 전시할 수 있게 됐죠. '감상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소유권은 내가 갖는다'를 소유와 감상의 분리라고 봤어요. 새로운 개념이죠"
이번 전시회에서는 아이패드와 노트북, 프로 크리에이터와 일러스트레이터를 활용해 각국 각지의 지형도를 추상화한 매핑 작업 등 그의 다양한 작품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