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토크쇼 봇물 속 생존 위한 다양한 변주

머니투데이 최영균(칼럼니스트) ize 기자 2021.11.02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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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집콘라이브' 등 코로나 시국서 힐링 선사

사진제공=tvN사진제공=tvN


tvN이 매주 일요일 방송 중인 ‘집콘라이브’는 3부작 음악 토크쇼다.



지난 24일 윤종신, 31일 사이먼 도미닉(쌈디)가 출연했고 마지막으로 박정현이 예정돼 있는데 뮤지션의 집에서 펼쳐지는 공연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새롭다. 지인을 초청해 집이라는 공간이 사적인 느낌을 더하는 에피소드들로 토크도 나누고 단독 주택인 윤종신은 마당에서, 주상복합에 사는 사이먼 도미닉은 옥상에서 공연을 보여주는 구성으로 진행됐다.

음악 토크쇼의 원형은 KBS2 ‘유희열의 스케치북’일 것이다. ‘이소라의 프로포즈’ ‘윤도현의 러브레터’ 등을 거쳐오면서 KBS2는 토요일 저녁 초대 가수의 공연과 근황에 대한 토크를 나누는 구성의 음악 토크쇼의 틀을 잡았다.



이후 타 방송사에서도 비슷한 음악 토크쇼에 대한 시도가 뒤를 이었는데 특히 올해 들어서는 그 어느 때보다도 음악 토크쇼를 자주 만날 수 있었다. SBS가 ‘전설의 무대 아카이브K’(이하 ‘아카이브K’)로 2021년을 열었고 이어 ‘티키타카’를 선보여 4%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JTBC는 ‘배달gayo-신비한 레코드샵’(이하 ‘신비한 레코드샵’), MBC는 ‘배철수잼’ 등을 상반기 방송했다. KBS에서는 지난해 진행했던 오디션 프로그램 ‘트롯전국체전’의 입상자들도 ‘트롯매직유랑단’이라는 트로트 장르 기반의 음악 토크쇼가 전파를 타기도 했다.

토크쇼는 아니지만 음악 토크쇼와 장르적으로 상당한 교집합을 갖는 여행+음악 예능도 이어졌다. 배우와 가수들이 동해안에서 바를 열고 공연을 펼치는 JTBC ‘바라던 바다’나 솔지 김나영 케이시 승희 Hynn(박혜원) 등 다섯 젊은 여성 보컬리스트가 여행과 공연을 보여주는 SBS ‘더 리슨:바람이 분다’도 여행에 대한 관찰 예능 부분에서 토크가 적지 않게 함께 했다.


이처럼 음악과 토크가 결합된 예능은 올해 호황이다. 앞서 언급한 프로그램 방송 시간들이 그러하듯 자극성을 피한 편안한 재미와 휴식을 돕는 음악의 결합은 주말 저녁 시간대를 책임지기에 더할 나위가 없는 포맷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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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더믹 영향도 있어 보인다. 거리두기와 방역에 지친 대중들에게 필요한 힐링을 전하기 좋은 포맷으로 음악 토크쇼만한 것도 없는 듯하다. 하지만 쏟아지는 물량에 비해 음악 토크쇼가 처한 상황은 장밋빛과 거리가 있다. 원조인 ‘유희열의 스케치북’이 그렇듯 음악과 토크만의 순수한 구성으로는 폐지를 고민해야 할 만큼 시청률이 안 나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올해 나온 음악 토크쇼는 대부분 음악과 토크 외에 다른 흥미 유발 요소들과 짝짓기에 애를 쓰고 있다. ‘배철수의 음악캠프’ 30주년을 기념해 배철수가 정통 음악 토크쇼 형식으로 선보인 ‘배철수 잼’ 정도가 예외인 듯하다.

음악 토크쇼가 아닌 예능들도 서로 다른 장르들을 결합해 선보이는 것이 최근 추세지만 음악 토크쇼는 다른 예능 장르 외에도 대중들의 관심 유도 장치들을 예능 안팎에서 가져오는 등 시청률 확보를 위해 짝짓기에 적극적이다.

‘집콘라이브’의 경우 스타의 사적인 영역인 집과 친구들을 소개하는 관찰 예능을 끌어다 결합시킨 포맷이다. ‘신비한 레코드샵’은 출연한 게스트의 개인사를 색다르면서도 흥미롭게 보여주는 방편으로 현재 온라인 음악 감상에서 중요한 매개체가 된 플레이리스트를 끌어와 예능과 묶어 놓았다.

김구라 탁재훈이 만나 올해 소개된 음악 토크쇼 중 가장 시끌벅적한 분위기였던 ‘티키타카’는 공간이 대개 정적인 토크쇼의 단점을 스트리트 뷰로 보완하기 위해 통유리 버스를 도입해 이동형 예능을 추구했다.

올해 음악 토크쇼 중 시청률과 평가 양면에서 가장 좋은 반응을 얻은 ‘아카이브K’는 다큐적인 요소들이 가미됐다. 본래 프로그램 취지가 최근 대중음악사를 기록하고 정리하기 위한 아카이빙 작업의 일환이라 다큐적인 요소가 빠질 수 없었는데 이런 부분이 전설적인 가수들의 좋은 공연과 결합돼 시청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위드코로나의 시작으로 코로나 블루는 줄어들겠지만 이런저런 음악 토크쇼를 만나는 일은 계속될 것 같다. 코로나의 위협이 약해져도 치열한 생업 전선으로 돌아가는 한주의 시작은 여전히 계속될 것이고 이에 앞서 편안한 주말 저녁을 책임지기 좋은 예능은 음악 토크쇼와 ‘알쓸신잡’류의 인포테인먼트 프로그램 정도이기 때문이다.

음악 토크쇼는 니즈가 항상 있다 해서 쇄신을 게을리할 수는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 그래서 앞으로 음악 토크쇼가 어떤 새로운 짝과 손잡고 등장할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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