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상은 옛말"…공모주 시장, 이젠 본전 지키기도 어렵다

머니투데이 강민수 기자 2021.11.02 0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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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철 디자인기자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임종철 디자인기자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IPO(기업공개) 시장의 '옥석가리기'가 진행 중이다. 2차전지주는 '따상(공모가 2배로 시초가 형성, 이후 상한가)'을 기록하거나 배가 넘는 이익을 거두는 데 비해 다른 공모주는 공모가에도 못 미치는 일이 적잖다.



전문가들은 IPO 성수기로 인해 낮은 공모가로 상장한 기업도 관심 있게 지켜보라는 조언이다.

1일 엔켐 (332,000원 ▲15,500 +4.90%)은 시초가 대비 1600원(1.96%) 내린 8만원에 마감했다. 한때 주가는 21% 넘게 오르며 9만9300원까지 올랐다.



엔켐의 시초가는 공모가(4만2000원)의 194.29%인 8만1600원이었다. 신규 상장주의 상장일 시초가는 공모가의 90~200% 범위에서 정해지는 점을 고려하면 거의 상단에서 정해진 것이다. 현 주가는 공모가보다 90.48% 높다.

앞서 엔켐은 수요예측과 청약에서 상당한 흥행 기록을 세웠다. 지난달 21~22일 진행된 일반 공모 청약 경쟁률은 1275.69대 1에 달하며 청약 증거금으로는 16조4650억원이 몰렸다.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 경쟁률도 1647대 1에 달했다. 최종 공모가는 희망밴드(3만~3만5000원) 상단을 초과했다.

그러나 모든 공모주의 성적표가 이같지는 않다. 지난달 29일 상장한 프롭테크(부동산+기술) 기업 리파인 (9,510원 ▼430 -4.33%)은 상장 첫날 부진을 면치 못했다. 상장일 종가는 공모가(2만1000원) 대비 31.9% 낮은 1만4300원을 기록했다. 일반청약 경쟁률도 5.96대 1에 그쳤다. 수요예측에서도 두자릿수 경쟁률을 보이며 희망밴드 하단에서 공모가를 확정했다.


직영중고차 플랫폼 기업 케이카는 상장한 지 약 3주가량 지났으나 여전히 공모가를 밑돌고 있다. 저조한 수요예측에 공모가 밴드(3만4300~4만3200원)보다 한참 낮은 2만5000원에 공모가를 확정했으나, 부진을 피하지는 못했다. 두어 차례 공모가를 넘어서기도 했으나 아직은 비슷한 수준에서 등락을 반복하는 상황이다.

지난주 증시에 데뷔한 화장품·웨딩 사업체 아이패밀리에스씨 (23,550원 ▼250 -1.05%)도 비슷한 처지다. 배우 채시라의 남편이자 가수 출신 사업가 김태욱 대표가 설립한 회사로 관심을 끌었지만, 청약결과와 주가는 '대박'과는 거리가 멀었다. 부진한 수요예측에 희망범위(3만9000~4만8000원)보다 36%나 낮춘 2만5000원에 책정했다. 일반청약 경쟁률도 20대 1 수준에 불과했다. 현 주가는 공모가를 밑돌고 있다.

공모주 열풍이 장기화된 데다 국내 증시도 약세를 보이며 '옥석가리기'가 심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나승두 SK증권 연구원은 "하반기에 접어들며 상장 이후 수익률 하락폭이 다소 크게 나타나는 기업들이 증가하고 있다"며 "확실히 연초보다 신규 상장 기업의 차익실현 욕구가 크게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두각을 보이는 업종은 2차전지다. 앞서 언급한 엔켐은 2차전지 핵심소재 중 하나인 전해액 제조업체다. 세계 최초 2세대 전기차용 전해액의 사업화에 성공하고 미국·유럽· 한국·중국 등에 현지 생산 공장을 설립해 글로벌 생산 인프라를 구축한 점이 경쟁력으로 꼽힌다.

2차전지 장비주인 지아이텍 (2,770원 ▼140 -4.81%)은 상장 첫날 '따상(공모가의 2배로 시초가 형성, 이후 상한가)'에 성공했다. 이후 주가는 약세를 보이지만 여전히 공모가(1만4000원)보다는 70% 이상 높은 상황이다. 지아이텍의 수요예측과 청약 경쟁률은 모두 2000대 1을 넘어섰다. 지아이텍은 2차전지 및 수소전지 전극 공정 핵심 제품을 제조한다.

이달 초 상장한 원준 (15,110원 ▼550 -3.51%)의 현재 주가는 공모가(6만5000원) 대비 57% 높은 10만2200원이다. 한때는 상한가를 기록하며 15만2000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원준은 2차전지 양극재 열처리 전문업체다.

양극화가 심화되는 공모주시장에서의 전략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지금과 같은 때 공모가가 낮은 기업들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10~11월은 IPO 성수기인 만큼 시장의 관심이 분산돼 제값을 못 받는 공모주도 속출하기 때문이다.

최종경 흥국증권 리서치팀장은 "일정 변수 때문에 상대적으로 낮은 공모가로 상장하는 기업들이라면 상장 이후 자기 기업가치를 찾아 반등하는 것은 매우 당연한 과정"이라며 "수요예측 기업 수는 많아지고, 공모가는 안정화돼가는 흐름과 계절을 잘못 만나 낮은 공모가로 상장하는 기업에 대해 좋은 투자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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