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센텍, 105억원 법인인감 위조사건 휘말려 "경찰 신속수사 요청"

머니투데이 김건우 기자 2021.11.0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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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위산업 전문기업 휴센텍 (1,505원 0.00%)이 법인인감을 위조해 105억원을 대출받은 사모펀드 경영진을 서울수서경찰서에 고소했다.



1일 휴센텍에 따르면 지난 10월 26일 서울수서경찰서에 H프라이빗에쿼티(PE)의 A 대표이사와 B 이사 등 4명을 사기, 사문서 위조, 공정증서원본불실기재 등으로 고소했다.

고소장에 따르면 휴센텍은 H PE가 설립한 펀드에 투자를 추진했다. 이 PE는 상장사의 M&A(인수합병)에 수차례 자금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진 곳이다.



A 대표는 8월 18일 휴센텍을 사모펀드의 유한책임사원(LP)으로 변경 등기한다며 법인인감증명서를 요청했다. 회사는 사모펀드의 LP참여를 위해 8월 11일 출자확약서를 작성하고, 13일 20억원을 송금한 상태였다.

문제는 휴센텍이 법인인감증명서를 교부한 지 두달여 뒤인 10월 21일 터졌다. 법률사무소가 휴센텍이 105억원을 차용했다는 공증문서를 보낸 것. 휴센텍이 10월 15일 제이앤에이치티와 105억원을 연 이자 15%, 연체 이자 20%로 빌리는 금전소비대차계약을 했고, 만기일인 10월 18일에 지급을 하지 못하면 즉시 강제집행을 한다는 내용이었다.

이 금전소비대차계약서에는 사모펀드의 LP 변경 등기 목적으로 준 법인인감증명서가 첨부돼 있었다. 휴센텍은 강제집행으로 자칫 주주 피해가 발생할 것을 우려해 서둘러 고소를 준비됐다.


휴센텍, 105억원 법인인감 위조사건 휘말려 "경찰 신속수사 요청"


4일 동안 105억원을 차입할 이유 없다...황당한 금전소비대차계약
휴센텍은 8월 13일 사모펀드 참여를 위한 20억원을 송금한 뒤 LP로 변경이 필요했다. 고소장에 첨부된 문자 메시지를 보면 B 이사가 직접 회사와 연락을 했고 '앞으로 잘 부탁드린다' 등의 대화를 했다.

휴센텍은 8월 18일 법인인감증명서를 'LP 변경 등기 필요서류' 용도로 명시해 내부결제를 거친 뒤 B 이사에게 교부했다. 회사는 법인인감증명서 관리대장에 일련번호, 사용목적, 제출처, 사용자 등을 구체적으로 작성해 관리하고 있다.

휴센텍은 "금전소비대차계약 공증정서 작성통지를 받고 확인해본 결과 사모펀드의 LP로 변경되었는지 불분명한 상태"라며 "도리어 LP 변경은 변경 등기사항도 아니었고, B 이사에게 교부한 법인인감증명서는 회사 명의의 위임장을 작성하는데 사용됐다"고 말했다.

회사는 10월 21일 법률사무소로부터 제이앤에이치티와 휴센텍의 대리인이라고 주장하는 C씨가 작성했다는 105억원의 금전소비대차계약공정증서를 받았다. 하지만 회사는 C씨가 누구인지도 알지 못하는 상황이다. 제이앤에이치티는 지난 4월 자본금 6000만원으로 설립된 신설법인이다.

회사 관계자는 "상장사가 회사의 임직원도 아니고 아무런 관계가 없는 C씨에게 회사 명의로 105억원의 거액을 연 15%의 고이율로 차용하고, 변제기한을 차용일로부터 불과 3일 후로 정한 금전소비자대차계약을 써주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토로했다.

이어 "휴센텍은 2019~2020년 2년 연속 약 180억원, 올해 상반기 51억원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며 "차용일 뒤 3일 후 전액 변제하지 않을 경우 강제집행까지 감수하는 조건으로 차용할 만한 이유가 전혀 없다"고 했다.

특히 이 계약서에는 위임인의 성명에 휴센텍으로 써 있지만 전화번호는 C씨의 개인번호가 기재돼 있다. 일반적인 위임장은 상대방이 회사에 확인할 수 있도록 직통 번호와 대표이사 연락처를 기재하는 게 일반적이다.

제이앤에이치티, 채권 압류 시도...일반 주주들 피해 우려
휴센텍은 이날 제이앤에이치티가 105억원 규모의 기업은행 예금 등 채권 압류 및 추심명령을 법원으로부터 받았다고 공시했다. 이에 회사는 압류 결정과 관련해 강제집행정지 신청서를 제출했다.

회사 측은 사건이 확대되는 것을 우려하며 A 대표 등 전원에 대한 신속한 수사와 출국금지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회사는 고소에 앞서 제이앤에이치티를 찾았지만 문이 닫혀진 상태였다. 105억원을 빌련준 제이앤에이치티가 회사를 방문한 기록이 없고, 회사의 어떤 관계자도 제이앤에이치티 관계자와 연락한 적이 없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상식적으로 100억원이 넘는 돈을 빌려줬고, 약속한 일자에 갚지 못하면 당연히 회사로 찾아오는 것이 수순인데 휴센텍에서는 제이앤에이치티 관계자와 만난 적이 없다"며 "계약서에 적힌 대리인의 연락처로 전화로 해도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결국 이번 사건에 대한 피해는 휴센텍의 일반주주들이 볼 가능성이 크다. 이날 휴센텍의 주가도 전일대비 7.98% 하락한 2250원으로 장을 마쳤다.

업계 관계자는 "법인인감증명서만 있으면 똑같이 인감도장을 만들 수 있다. 과거에는 관리대장만 철저히 관리하면 됐지만 최근에는 교부되는 법인인감증명서에 사용목적을 정확하게 표기하는 기업들도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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