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지방 생존'의 마지막 카드

머니투데이 마강래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 2021.11.02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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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강래 중앙대 교수마강래 중앙대 교수


"지방이 왜 이리 어려워지고 있다고 생각하세요?" 강연할 때 청중에게 종종 이 질문을 던진다. 다양한 답변이 돌아온다. 일자리가 없어 청년들이 떠난다는 대답을 가장 많이 들었다. 예술의전당이나 세종문화회관이 제공하는 문화적 기회가 지방에 없기 때문이란 의견을 밝힌 이도 많다. 최근 집값이 폭등하자 심지어는 부동산으로 자산을 늘리려 서울로 이동이 많아졌다는 대답도 있었다. 여러 가지 다른 답변이지만 공통적인 특징이 있었다. 젊은이들이 도시적 환경과 일자리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점이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청년들이 수도권으로 향하는 이유는 '대학진학'과 '일자리'로 압축된다. 하지만 대학진학의 경우도 그 내막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일자리와 무관하지 않다. 청년들은 수도권 대학에 진학하면 수도권 기업에 취업할 확률이 높아진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럼 여기서 하나 추가 질문을 해보자. 왜 수도권에 일자리 기회가 더 많은 것일까. 이유는 명백하다. 산업구조의 변화가 수도권에 유리한 양상으로 전개됐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수도권 내, 소위 '좋은 일자리'의 생성속도가 점점 빨라진다.



'산업·경제적 변화'는 '공간적 분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1960년대 공업화 과정에서 전국에 제조업 거점도시들이 성장한 것을 생각해보자. 이촌향도의 거대한 흐름은 이 과정에서 만들어졌고 제조업 성장터로서 최고봉엔 수도권이 우뚝 서 있었다. 수도권의 독주가 멈칫하기 시작한 건 '탈공업화' 물결이 거셌던 1990년대 초반부터다. 이때부터는 공장이 기계화하면서 산업현장에서 노동력의 비중이 하락했다. 서울의 공장은 수도권 외곽으로, 수도권의 공장은 지방으로 이전하는 흐름도 나타났다. 이 과정에서 수도권과 지방은 경제성장의 결실을 어느 정도 공유했다.

2010년 이후에는 이전과 다른 양상의 산업구조 변화를 겪고 있다.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을 활용한 혁신기업들이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이런 변화가 얼마나 빠른지를 가늠하고 싶다면 최근 10년간 우리나라 시가총액 100대 기업의 순위변화를 살펴보시라. 문제는 이들이 성장하는 곳이 오로지 수도권뿐이라는 점이다. 지방의 미래가 그리 밝아보이지 않는 것은 이런 거대한 변화가 불과 10년 전부터 시작됐고 가속되는 추세에 있기 때문이다. 최근 청년인구 유출이 눈에 띄게 늘었다는 점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산업구조 변화는 전세계적 메가트렌드다. 거스르기 힘든 도도하고 장대한 힘이라는 뜻이다. 젊은이들은 대도시 내 교육, 문화의 기회 속에서 자신의 역량을 강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혁신기업은 대도시 내에서 교육받고 문화적 소양을 갖춘 젊은이들을 원한다. 젊은 인재와 기업은 이렇게 물고 물리며 대도시 지향성을 강하게 드러낸다. 그렇다면 지방의 선택은 명백해진다. 이러한 거대한 흐름을 타야 한다. 지방에도 수도권과 같은 교육, 문화, 일자리의 기회가 압축된 메가시티를 구축해야 한다. 수도권과 같은 크기의 대도시권이 아니라도 좋다. 그 규모가 작더라도 최소한 수도권과 맞짱이라도 떠볼 수 있는 대도시권을 만드는 것! 이것이 혁신산업 부재로 위기에 처한 지방이 가진 마지막 카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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