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층아파트 잔혹사…유네스코 삭제 위기 장릉의 악몽 태릉에서도?

머니투데이 유승목 기자 2021.10.29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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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 장릉 이어 서울 태릉·강릉도 고층아파트 개발로 경관 훼손 우려…문화재청 "세계유산 유지 영향 없어"

서울환경운동연합, 초록태릉을지키는시민들,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회원들이 28일 서울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가 있는 포스트타워 앞에서 정부와 문화재청의 태릉, 강릉 보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서울환경운동연합, 초록태릉을지키는시민들,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회원들이 28일 서울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가 있는 포스트타워 앞에서 정부와 문화재청의 태릉, 강릉 보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조선왕릉 40기 중 하나인 '김포 장릉'의 경관을 훼손한다는 이유로 공사가 중지된 인천 검단 신도시 아파트 문제가 답보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서울 태릉과 강릉 인근에도 고층 아파트가 들어서게 되며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대표적인 조선왕릉인 태릉에도 경관을 해치는 아파트가 건립될 경우 세계문화유산 지정 취소가 불 보듯 뻔하단 우려에서다. 문화재청은 태릉과 강릉의 경우 입지 선정 단계부터 문화재 보호를 위한 조치를 진행하고 있어 세계유산 보호 및 지위 유지에 영향이 없다는 입장이다.



29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 발표한 8·4대책의 일환으로 태릉·강릉 전면부에 위치한 태릉골프장에 6800세대 규모 아파트를 짓는 방안을 추진한다. 태릉골프장을 신규택지로 개발해 아파트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김포 장릉이 대규모 아파트 단지 조성으로 문화유산 지위가 박탈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태릉골프장 인근에 위치한 태릉과 강릉도 동일한 문제를 겪을 수 있다는 지적이 시민단체와 지역주민들을 중심으로 제기됐다.



검단 아파트 갈등으로 조선왕릉이 몽땅 세계문화유산 지위를 잃을 수 있는 상황에서 태릉·강릉까지 문제가 겹치면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는 것이다. 태릉은 조선 중종의 부인 문정왕후 윤씨의 무덤으로 아들 명종의 무덤인 강릉과 나란히 있다. 수도 서울에 원형에 가까운 형태로 보존돼 문화재적 가치가 크단 평가다.

이에 전날 서울환경운동연합·초록태릉을지키는시민들·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회원들은 서울 중구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에서 아파트 건설로 태릉·강릉의 문화유산 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며 태릉과 강릉의 온전한 보존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서울환경연합 관계자는 "검단 신도시 개발 사업으로 김포 장릉 경관을 훼손한 사태는 문화재청이 세계유산 관리를 얼마나 태만하게 해왔는지를 그대로 보여준다"며 태릉골프장 지역의 아파트 건설을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다.


문화재청 "태릉은 입지검토부터 경관분석 진행"
아파트 불법 건축과 관련해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경기 김포시 장릉(사적 제202호)에서 문제의 검단 신도시 아파트가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아파트 불법 건축과 관련해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경기 김포시 장릉(사적 제202호)에서 문제의 검단 신도시 아파트가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에 대해 문화재청은 김포 장릉과 태릉·강릉은 사안이 다르다는 입장이다. 아파트 허가·건립 단계에서 오류가 있었던 검단 신도시 아파트와 달리 태릉지구는 사업계획에서부터 문화재보호를 고려했다는 것이다. 문화재청은 이날 국토교통부와 공동 배포한 자료에서 "태릉지구는 태릉·강릉 등 사업지구 내 문화재 영향과 관련해 지난해 입지검토 단계부터 문화재 보호를 위해 경관분석을 진행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아파트 층고에 따른 경관 시뮬레이션을 통해 경관훼손 여부를 분석하고, 개발구상 마련 과정에서 왕릉에 가까워질수록 주택 층고를 낮춰 왕릉 주변 수목 경계 위로 건물이 보이지 않는 층수 등도 검토했다"며 "시각영향 평가 등 유네스코 세계유산 영향평가를 선제적으로 진행할 계획으로 세계유산의 보편적 가치보호와 유지에 영향이 없도록 준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문화재청은 허가 없이 건설돼 공사가 중단된 검단신도시 아파트를 존속 또는 철거할 지 여부를 조만간 결정할 계획이다.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는 전날 합동심의에서 "건설사들이 제출한 개선안으론 역사문화적 가치를 유지하기 어렵다"며 "추후 소위원회를 통해 보다 심도 있는 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이렇게 결정했다"며 '심의 보류' 결정을 내렸다.

검단신도시 아파트 3개 건설사는 지난 11일 문화재청에 개선방안으로 △장릉색을 강조한 아파트 외벽색깔 변경 △아파트 벽면에 장릉과 같은 재질의 옥경원 비석과 문인석 패턴 도입 등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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