깐깐해진 식약처, 제일약품도 약사법 위반 적발..."앞으로도 수두룩"

머니투데이 박다영 기자 2021.10.28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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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처, 제일약품 '텔미듀오정' 허가품목 취소 착수
올해 약사법 위반 적발된 국내 제약사 총 8곳

깐깐해진 식약처, 제일약품도 약사법 위반 적발..."앞으로도 수두룩"


제약 업계의 고질적인 품질관리 문제가 또 다시 도마에 올랐다. 제일약품 (16,700원 ▼100 -0.60%)이 제조한 의약품 3개 품목과 관련한 품질관리 문제가 드러나면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품목허가 취소 절차에 들어갔다. 올해 들어 품질관리 위반으로 적발된 업체는 총 8개다. 이와 관련, 업계에서는 "시작에 불과하다"고 보고 있다.



식약처가 관리 수위를 높이면서 관행적으로 품질관리를 뒷전으로 미뤘던 국내 제약업계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기회가 왔다는 분석도 나온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식약처는 제일약품은 지난 27일 고혈압복합제 '텔미듀오정' 3종에 대해 잠정 제조·판매 중지와 회수 조치를 내렸다. 제일약품이 해당 품목의 허가 신청을 위해 제출한 자료에서 일부 시험 자료가 허위로 작성된 사실이 확인돼 식약처는 허가 취소 절차에 들어갔다.



올해 들어 품질관리가 문제가 돼 약사법 위반 사항으로 적발된 업체는 총 8곳이다. 이 중 제일약품과 한올바이오파마는 시험 자료를 조작한 사실이 확인돼 품목허가 취소에 들어갔고 바이넥스 (15,530원 ▼670 -4.14%), 비보존제약, 종근당 (110,200원 ▼3,300 -2.91%), 동인당제약, 한솔신약, 삼성제약 (1,808원 ▼8 -0.44%) 등 업체의 품질관리 위반 품목에 대해서는 잠정 제조·판매 중지 조치가 취해졌다.

품질관리 이슈로 제약사들이 줄줄이 판매정지 조치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업계는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고 보고 있다.

고의로 시험자료를 조작한 두 업체를 제외하고 나머지 제약사들의 약사법 위반 사항은 제조방법이 변경됐음에도 신고를 하지 않았다거나, 원료 사용량을 임의로 바꾸거나 첨가제를 임의 사용한 것이다. 제약업계에서는 이제껏 이 같은 사항을 문제 삼지 않는 것이 오랜 관행으로 여겨져왔다.


업계 관계자는 "(약사법 위반으로) 걸릴 업체는 지금보다 앞으로 더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며 "업체마다 한 두개 품목은 걸릴 수도 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말했다.

기존에 당연하게 여겼던 사항이라 발빠른 대처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품목마다 다른 변경사항의 범위도 파악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특히 중소 제약사는 소수 복제약(제네릭) 품목의 생산·판매가 주 사업이라 제조·판매 정지 조치를 받으면 타격이 크다. 이외 사업이나 연구개발중인 다른 파이프라인이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갑자기 상황이 달라진 것은 식약처가 의약품 품질관리 강화 수위를 높이면서다. 식약처는 지난 4월부터 '의약품 GMP 특별 기획점검단'을 태스크포스(TF)로 꾸려 의약품 제조소에 대해 불시 점검을 하고 있다. 기존에 의약품 제조시설 정기 실사 주기는 3년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특히 소수의 제네릭 품목을 메인으로 판매하고 있는 중소 제약사들은 품질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면서 "식약처의 불시점검이 늘어나면서 직접적으로 타격을 받는 회사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업계가 정화될 수 있는 계기로 보인다"면서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기준에서 조금만 충족하지 못해도 시장 퇴출이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품질관리를 강화하면 글로벌 스탠다드 기준으로 업계 경쟁력이 올라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근본적으로 이른바 '공동생동 1+3'과 맞닿아있는 문제다. 공동생동은 제네릭이 오리지널 의약품과 동등하다는 것을 입증하는 생동성 시험이다. 제약 업계는 2011년부터 관행적으로 여러 제약사가 비용을 분담해 제네릭을 개발한 후 판권도 공동으로 소유해왔다. 한 회사가 생동성시험을 위탁받아 시행하면 그 결과 하나로 무제한의 동일한 성분 제네릭이 허가를 받는 것이다. 이때 소규모 제약사가 수십곳의 의약품 제조를 맡다보니 품질관리는 뒷전이 된 것이다.

지난 7월부터 이를 막는 약사법 개정안이 적용됐다. 생동성 시험을 시행한 제약사와 위탁사 3곳까지 총 4곳만 제네릭 품목허가를 받도록 제한하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 오랜 관행이 남아있는 것이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는 "국내 업계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품질 관리를 강화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며 "현금만 쌓아둔 채 기술 경쟁력은 높이지 않았던 중소 제약사들을 중심으로 대규모 물갈이가 이뤄질 수도 있다. 업계 환경이 달라질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식약처는 업계가 자정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입장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인력에 제한이 있지만 최대한 점검 횟수를 늘리려고 하고 있다"며 "제조 시설은 최소한의 기준을 지키는 것이 원칙이다. 이를 못 지키는 업체가 어려움을 얘기하는 건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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