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ESG=돈"이라는 명확한 신호가 필요하다

머니투데이 김훈태 포스코 기업시민실 ESG그룹장 2021.10.28 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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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태 포스코 기업시민실 ESG그룹장

김훈태 포스코 기업시민실 ESG그룹장김훈태 포스코 기업시민실 ESG그룹장


2020년 1월, 블랙록 회장 겸 CEO인 래리 핑크가 연례서한을 통해 TCFD 및 SASB의 권고사항에 맞게 보고하도록 요청하면서 투자자들은 장기적 투자가치 제고를 위해 ESG를 요구하기 시작했고, 정부도 ESG 전환을 위한 지원책을 마련 중에 있다. 기업들도 ESG를 향한 질주를 본격적으로 시작했으며 몇몇 기업들은 ESG를 내부 프로세스화하고 더 나아가 문화로 만들어 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약 10년 전 중국의 CCTV는 세계적인 석학들이 출연하여 기업에 대해서 설명하는 '기업의 힘'이라는 10부작 다큐멘터리를 제작하여 방영했다. 기업의 탄생부터 발전과정, 세상에 미친 영향 등 흥미로운 내용으로 가득하다. 10부작을 관통하는 핵심은 "최근 수백년간 세상을 변화시켜온 것은 종교도 정치도 과학도 아닌 기업이다"라고 요약할 수 있다. 550만개 기업의 힘으로 미국이 세계 최고의 파워를 갖게 된 것이라면서 중국이 다시 세계의 주역으로 등장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힘'이 필요하다는 것을 주장한다. 중국 CCTV가 기업을 이토록 심층적으로 연구한 이유는 분명해 보인다.



등소평은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고 했다. 그는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도입해 생산력을 높이는 것이 발전의 선결 조건이라고 생각했고, 자본주의든 공산주의든 잘살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중국의 개혁 개방 이후 이윤을 추구하는 중국 기업의 수는 엄청나게 증가했고, 그에 따라 중국의 경제력도 세계 2위로 부상했다. 등소평이 이야기한 고양이는 체제를 의미했다. 체제 대신에 기업이라는 단어로 바꾸면 어떨까? "검은 기업이든 흰 기업이든 세상에 도움을 주면 된다"는 의미가 된다.

ESG가 트렌드가 되고 있다. ESG는 사회에 도움이 되는 기업은 살아남도록 하고, 더 나아가 더 많은 이윤 창출이 가능하도록 만들기 위한 것이다. CSR과 ESG가 다른 점은 이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사회적으로 바람직하고 책임있는 경영을 하는 기업이 존경받고 장기적으로 성장의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 있어 왔지만, 그것이 경영의 노멀이나 표준이 될 수는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기업의 ESG 수준을 평가해서 신용등급산정에 고려하고, 금리 및 투자의사결정에도 반영되도록 함으로써 기업의 이윤에 직접적인 영향이 가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결국 인위적으로 사회에 도움이 되는 기업, 즉 ESG를 잘하는 기업이 돈을 더 잘 벌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가겠다는 것이다. 반면, 공해나 사회적 물의로 외부 불경제를 만들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기업은 살아남기 힘든 환경을 조성한다는 것이다. 기업들이 ESG를 문화로 만들어 가지 않으면 안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고양이가 쥐를 잡는데 특화되어 있듯이 기업은 이윤을 쫓는데 특화되어 있다. 고양이가 큰 짐승을 쫓지 않는 것은 잡았을 때의 이득을 몰라서가 아니라 목숨을 걸어야 한다는 리스크 때문일 것이다. 기업도 마찬가지로 큰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면, 큰 이득이 따른다는 것을 알지만, 거기에는 기업의 운명을 걸어야 한다는 리스크가 존재한다.

ESG는 세상의 트렌드를 바꾸기 위한 대전환을 의미한다. 한두 기업의 참여, 대기업만의 참여로는 그것은 불가능하다. 모든 기업이 "ESG가 돈이 되는구나, 이윤 창출의 기회구나"라고 명확한 신호를 감지할 수 있어야 본격적인 대전환이 이루어질 것이다. 기업의 본질인 이윤 추구도 하고, 이를 통해 세상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결국 ESG를 문화로 정착시켜야 한다. 더 많은 기업이 대전환에 동참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는 어떤 인센티브 구조를 만들어야 할 것인가가 정책의 핵심 과제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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