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태 포스코 기업시민실 ESG그룹장
약 10년 전 중국의 CCTV는 세계적인 석학들이 출연하여 기업에 대해서 설명하는 '기업의 힘'이라는 10부작 다큐멘터리를 제작하여 방영했다. 기업의 탄생부터 발전과정, 세상에 미친 영향 등 흥미로운 내용으로 가득하다. 10부작을 관통하는 핵심은 "최근 수백년간 세상을 변화시켜온 것은 종교도 정치도 과학도 아닌 기업이다"라고 요약할 수 있다. 550만개 기업의 힘으로 미국이 세계 최고의 파워를 갖게 된 것이라면서 중국이 다시 세계의 주역으로 등장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힘'이 필요하다는 것을 주장한다. 중국 CCTV가 기업을 이토록 심층적으로 연구한 이유는 분명해 보인다.
ESG가 트렌드가 되고 있다. ESG는 사회에 도움이 되는 기업은 살아남도록 하고, 더 나아가 더 많은 이윤 창출이 가능하도록 만들기 위한 것이다. CSR과 ESG가 다른 점은 이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사회적으로 바람직하고 책임있는 경영을 하는 기업이 존경받고 장기적으로 성장의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 있어 왔지만, 그것이 경영의 노멀이나 표준이 될 수는 없었다.
고양이가 쥐를 잡는데 특화되어 있듯이 기업은 이윤을 쫓는데 특화되어 있다. 고양이가 큰 짐승을 쫓지 않는 것은 잡았을 때의 이득을 몰라서가 아니라 목숨을 걸어야 한다는 리스크 때문일 것이다. 기업도 마찬가지로 큰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면, 큰 이득이 따른다는 것을 알지만, 거기에는 기업의 운명을 걸어야 한다는 리스크가 존재한다.
ESG는 세상의 트렌드를 바꾸기 위한 대전환을 의미한다. 한두 기업의 참여, 대기업만의 참여로는 그것은 불가능하다. 모든 기업이 "ESG가 돈이 되는구나, 이윤 창출의 기회구나"라고 명확한 신호를 감지할 수 있어야 본격적인 대전환이 이루어질 것이다. 기업의 본질인 이윤 추구도 하고, 이를 통해 세상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결국 ESG를 문화로 정착시켜야 한다. 더 많은 기업이 대전환에 동참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는 어떤 인센티브 구조를 만들어야 할 것인가가 정책의 핵심 과제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