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맵게, 더욱 빨갛게! 완벽 부활 ‘SNL 코리아’

머니투데이 권구현(칼럼니스트) ize 기자 2021.10.25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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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플레이의 완벽한 심폐소생술 "살아있네~"

사진제공=쿠팡플레이사진제공=쿠팡플레이


바야흐로 OTT의 군웅할거(群雄割據) 시대다. 넷플릭스가 펼쳐놓은 OTT 판에 디즈니플러스가 후발주자로 서비스를 오픈할 예정이다. 토종 OTT 서비스 역시 티빙과 웨이브, 카카오TV가 각자 독점 콘텐츠 강화를 내세우며 반격에 나서고 있다. 그리고 또 하나의 대항마, 쿠팡플레이가 경주마 위에 올라탔다.



OTT의 가장 큰 무기는 채널 고유의 오리지널 콘텐츠. 새로운 국가에 서비스를 안착시키기 위해선 시청자의 지갑을 열 수 있는 킬링 콘텐츠가 국룰처럼 여겨지고 있다. 우리나라에 넷플릭스가 정착할 때를 비춰보면 봉준호 감독의 ‘옥자’와 김은희 작가의 ‘킹덤’이 쌍두마차로 활약한 바 있다. 곧 오픈할 디즈니플러스 역시 전 세계의 영화 및 TV쇼 시장을 뒤흔드는 오리지널 콘텐츠와 제작 시스템을 갖췄다. 상대적으로 자본도, 시스템도 부족한 국내 OTT 서비스에겐 불리한 상황, 하지만 쿠팡플레이는 열악한 환경에서도 신의 한 수를 내밀었다. 바로 'SNL코리아'의 부활이다.

tvN에서 국내 론칭했던 'SNL코리아'의 뿌리는 미국 NBC다. 무려 40여 년간 방송되고 있는 NBC의 간판 프로그램의 라이선스를 구입해 한국에서 꽃을 피웠다. 라이브 방송을 토대로 고정으로 프로그램을 꾸리는 크루와 매주 새로운 호스트(게스트)가 콩트와 풍자 등 말 그래도 살아있는 버라이어티를 펼쳤다. 가장 중요한 재미 포인트는 바로 호스트의 망가짐. 평소 예능에서 보기 힘든 연예인이 출연해 코미디 연기를 비롯 각종 19금 드립을 선사하며 색다른 재미를 제공했다. 덕분에 시즌 9까지 장수하며 명맥을 이어갔지만, 결국 어른들의 사정 속에 막을 내렸다. 그리고 2021년, 쿠팡플레이가 독점 스트리밍 서비스를 체결하며 리부트를 선언했다.



사진제공=쿠팡플레이사진제공=쿠팡플레이
실로 현명한 선택이다. 과거 'SNL코리아' 론칭이 흥할 수 있었던 건, 지상파 방송과 다른 케이블 채널에서만 선보일 수 있는 매운맛 그리고 빨간맛 덕분이었다. 허나 계속된 자극은 무뎌지는 법. 심지어 정권의 외압에 따라 정치 풍자 수위의 높낮이를 달리하는 탓에 가진 특유의 매력이 빨리 쇠하기도 했다. 하지만 OTT 서비스는 지상파, 케이블을 넘어 한결 자유로운 표현이 가능한 플랫폼이다. 하여 쿠팡플레이를 업은 'SNL코리아'는 신생 특유의 패기에 힘입어 예전보다 과감하고 강렬한 맛으로 무장할 수 있었다.

야심차게 론칭한 만큼 메인 크루 신동엽을 중심으로 호스트에 확실하게 힘을 실었다. 첫 번째 호스트는 바로 이병헌. 평소 예능에서 볼 수 없던 월드 스타의 출연과 함께 첫 회부터 특유의 패러디 콩트로 중무장하며 성공적인 부활을 알렸다. 이후 하지원과 제시가 프로그램의 빨간맛을 끌어올렸고,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2’로 인기 절정을 누리고 있던 조정석이 발군의 콩트 연기로 팔색조 매력을 뽐냈다. NCT 127의 출연은 'SNL코리아'의 호스트 범주의 확장을 알렸으며, 조여정 역시 아카데미를 밟은 ‘기생충’의 안주인과 다른 반전 매력을 과시했다.


그리고 가장 최근 방송된 7회 옥주현 편은 'SNL코리아'가 버라이어티쇼로 가지고 있는 정체성을 모두 표현했다. ‘레전드 오브 K-POP 핑클편’에서 SNL 크루표 핑클을 가르치는 보컬 및 안무 선생님으로 옥주현의 과거 모습을 향한 차진 디스와 응원을 보냈으며, 뮤지컬 ‘레베카’의 댄버스 부인을 패러디한 ‘옥댄버의 밀착 PT 코너’에서는 레전드 넘버 ‘레베카 ACT2’를 개사해 가창력을 마음껏 분출했다. 또한 간판 코너로 자리매김한 AI 기가후니(정상훈)과 함께 하는 코너에서는 AI 순경 ‘옥티머스’ 분해 아버지를 믿고 음주 측정을 거부한 음주운전자를 향해 ‘The First Noel’을 열창하며 신랄한 풍자까지 전했다. 기존의 코미디 프로그램에선 보기 힘든 쇼 구성과 풍자, 해학 등 ‘SNL 코리아’가 가진 모든 매력을 과시한 셈이다.

사진제공=쿠팡플레이사진제공=쿠팡플레이
새로운 호스트가 등장할 때마다 발전한 모습을 보이며 완벽한 모양새에 다가가고 있는 'SNL코리아'. 그저 호스트에 기대는 것이 아닌, 자신만의 색채를 갖춰가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도 즐겁다. 특히 전통의 코너 ‘위켄드 업데이트’의 부활이 그렇다. 미국 NBC에서도 오랜 세월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간판 코너로 뉴스 보도 형태를 빌린 정치 풍자가 일품이다. 여러모로 'SNL코리아'의 매운맛을 조율하는 핵심 레시피인 셈. 이번 리부트 시즌엔 안영미가 앵커로 활약하는 가운데 배우 주현영이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본명을 빌려 젊은 패기로 신속한 뉴스를 전하고자 하는 인턴 기자로 분한 주현영은 마치 대학 발표 수업에서 볼 수 있는 어수룩한 새내기의 모습으로 뉴스 보도를 전한다. 이미 “앵커님, 제가 질문 하나 드려도 되겠습니까”라는 유행어를 탄생시켰다. 자신이 준비한 리포트를 발표할 땐 당당하고 뿌듯한 표정으로, 돌발 상황이 발생했을 땐 당황한 기색 속에 교과서적인 멘트만 남발하는 게 웃음 포인트. 여기에 회를 거듭하며 정치 풍자에도 무게를 싣고 있다. 최근에는 화천대유 문제를 리포팅했으며, 국민의힘 대선주자 홍준표 의원과의 인터뷰까지 이뤄낸 주현영 기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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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적인 리부트로 신생 OTT 쿠팡플레이의 핵심 콘텐츠로 자리매김한 ‘SNL 코리아’는 앞으로 2편의 에피소드를 남겨둔 상황. 이미 호스트를 미리 발표하며 마지막까지 자신 있는 행보를 펼치고 있다. 9회는 영화 ‘범죄도시’의 배우 윤계상, 마지막 10회는 배우 조진웅이 출격 대기 중이다. 이미 수많은 인터넷 밈을 낳은 윤계상의 장첸이 SNL을 만나 어떻게 변신할지, 다작의 상징인 조진웅의 수많은 작품들이 어떻게 패러디될지, 벌써부터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다.

더 매운맛으로, 더욱 빨간맛으로 부활한 ‘SNL 코리아’, 10회라는 결코 짧지 않은 시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빨리 끝나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허나 기존의 팬덤을 넘어 새로운 팬덤까지 확실하게 붙들었고, 매일 같이 쿠팡플레이 인기 랭킹의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간판 콘텐츠인 만큼 다음 시즌으로 빨리 복귀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코미디 버라이어티 쇼를 찾아 보기 힘든 지금, 우리의 토요일 밤은 앞으로도 보다 생동감 있게 요동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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