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티빙
‘유미의 세포들’ 웹툰을 애정 했던 필자는 드라마화 소식이 마냥 달갑지 않았다. 원작이 있는 작품을 드라마로 만드는 건 쉽지 않은 작업인 데다, 이 웹툰의 구성상 영상화된 모습은 상상도 되지 않았다. ‘유미의 세포들’의 주요 구성원인 세포들과는 별개로 전작들 속 안보현을 떠올리면 웹툰 속 구웅이 쉽게 매치되지 않는 탓도 있었다. 무려 ‘코리안 조커’였는데, 구웅이라니! 이 같은 걱정은 필자만이 한 게 아닌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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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안보현의 웹툰 원작 드라마 출연은 ‘그녀의 사생활’ ‘이태원 클라스’에 이어 벌써 세 번째다. 달라도 너무나 다른 캐릭터들에, 매 작품에서, 캐릭터마다 제 옷 입은 듯 소화해 낸 그의 연기력에 다르게 다가왔을 뿐. 공교롭게도 이 작품들 역시 웹툰계에서 많은 사랑을 받은 작품들로 드라마화 소식과 함께 원작 팬들의 관심이 뜨거웠던 걸로 기억한다. 그때마다 안보현은 원작 속 등장인물에 자신의 해석을 더해 드라마 속을 너머 마치 어딘가에 살고 있을 것 같은 인물로 탄생시켰다. 그렇게 친근함과 환상 그 사이의 남사친 남은기(‘그녀의 사생활’)도, 악랄함의 끝판왕이지만 연민마저 느껴지는 악역 장근원(‘이태원 클라쓰’)도 시청자의 뇌리에 남았다.
잘 다져진 연기력만 보면 연기의 정도를 걸어온 것 같은 배우건만, 그가 복싱 선수 출신이라는 사실은 놀라움을 안긴다. 탄탄한 몸과 길쭉한 팔과 다리, 강한 눈빛이 쉽게 가질 수 없는 것임은 알았지만, 남들과는 다른 엄청난 준비 과정(?)은 감탄마저 나왔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꿈꾸던 소년이 큰 키를 무기로 무대에 서고, 이를 발판 삼아 연기자로 데뷔하기까지 쉽지 않은 시간의 터널을 지났다는 건 직접 겪지 않았음에도 느낄 수 있다. 어느 작품, 어느 캐릭터로 마주해도 머리부터 발끝까지 체화된 그의 연기가 모든 걸 말해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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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현이란 배우를 잘 표현할 말을 찾고 싶어 사전을 뒤적이다 하나의 단어에 꽂혔다. ‘유양불박하다’는 말이다. 듬직하고 진득하다는 뜻으로, 세상이 정해준 표준 인생 속도가 아닌 자신의 뚝심으로 꾸준하게 그리고 천천히 목표를 향해가는 그의 지금까지를 고스란히 담은 듯하다.
차분히 쌓아온 안보현의 필모를 하나하나 나열하기엔 모든 게 부족하다. 확실한 한 가지는 웃는 얼굴에는 선함이, 무표정한 얼굴에는 차가움이 담겼다는 것. 그래서 따뜻하고 다정한 캐릭터도 180도 다른 악역도 제 모습인 양 보여준다는 것. 분명 어떤 의심도 불신도 연기로 증명할 거라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