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치 100억→12조' 대박…개미들 이 시장에 몰린다

머니투데이 구경민 기자, 김근희 기자, 강민수 기자 2021.10.2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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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 황금알 낳는 '비상장 K-OTC'(上)

편집자주 국내 유일의 제도권 장외시장인 K-OTC 시장이 뜨겁다. K-OTC 시가총액은 지난해보다 2배 가까이 늘어 처음으로 30조원을 돌파했다. 올해 K-OTC 시장에 진입한 기업들의 평균 수익률은 6000%를 넘어선다. 대박 종목이 속출하고 있지만 '묻지마 투자'에 대한 주의도 요구된다. K-OTC 시장의 현 상황과 문제점을 짚어보고 걸림돌과 해소방안을 모색해본다.

코인보다 '장외주식'..34조 규모로 불어난 'K-OTC'
'기업가치 100억→12조' 대박…개미들 이 시장에 몰린다


국내 유일의 제도권 장외시장인 K-OTC의 성장세가 무섭다. 지지부진한 코스피·코스닥 시장과 대비된다. 최근 4개월간 자금이 유입되며 시가총액이 처음으로 30조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IPO(기업공개) 대박 효과를 학습한 개인투자자들이 비상장 가치주를 찾아 K-OTC로 몰리면서다. 개인투자자 입장에선 매력적이다. 거래를 위한 최소 예악금이 없고 각종 세제 혜택이 풍부하다. 증권사 HTS(홈트레이딩시스템), MTS(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를 통한 거래가 가능해 접근성도 좋다.



시총 34조 첫 돌파..폭발적 성장세

2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9일 현재 K-OTC 시가총액은 34조원을 넘었다. 지난해 대비 88% 증가한 수준이다. 5년새 시가총액이 3배 늘었다.



특히 올 들어 K-OTC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올해 1월 18조원에 머물던 시가총액이 34조원까지 불어났다. 특히 불과 4개월 사이 시가총액이 10조원 가까이 증가했다.

거래규모도 매년 꾸준히 늘고 있다. 2016년만해도 일평균 거래금액이 6억5000만원에 그쳤지만 2017년 10억9000만원, 2018년에는 27억7000만원, 2019년 40억3000만원, 지난해 51억5000원으로 매년 증가했다.

'기업가치 100억→12조' 대박…개미들 이 시장에 몰린다
2014년 출범한 K-OTC는 비상장 주식의 매매를 위해 금융투자협화가 제도화한 국내 장외주식시장으로 현재 중소·벤처기업 142곳이 거래되고 있다.


K-OTC 시장을 달군 주역은 개인투자자들이다. 기업공개(IPO) 열풍과 이에 따른 비상장 주식에 대한 수요가 K-OTC 성장으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가상화폐, 그림, 게임 등 다양한 대상에 투자하는 2030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비상장 주식에 꽂힌 점도 영향을 미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IPO(기업공개) 기업의 주가 상승이 뚜렷한 모습을 보이면서 장외에서 IPO 기업을 찾으려는 투자자들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며 "K-OTC 시장에서도 IPO에 근접한 종목을 중심으로 거래가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K-OTC 시장에서 대박 종목이 속출한 점도 한몫한다. 올해 등록(상장)한 기업은 13곳이다. 이 중 9월 입성한 두올물산의 19일 현재 주가 상승률은 12만%다. 100억원대였던 시가총액이 12조원으로 불었다.

올해 등록한 기업 13곳의 평균 수익률은 6000% 수준에 이른다. 중소·중견기업 소액주주에 대한 양도소득세 면제, 증권거래세 인하 등 세제 혜택도 투자자에겐 긍정적이다.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상장 전부터 거래 기록을 쌓아 안정적 상장을 도모할 수 있다는 매력이 있다.

또 K-OTC가 중간 회수시장으로서 초기 벤처기업들의 원활한 자금 조달 기능도 톡톡히 하고 있다. 벤처기업 1사당 평균 투자금액은 30억원 수준으로 매년 증가 추세다. 국내 벤처투자(VC)의 회수 경로는 장외 매각이 지난해 기준으로 전체의 40%를 차지한다. IPO를 통한 회수는 30%에 이른다.

이환태 금융투자협회 K-OTC 부장은 "중간회수 시장의 존재로서 원활한 자금조달에 도움이 된다"며 "다른 비상장 플랫폼과 비교해 거래 비용도 저렴하고 실제 기업들에 대한 자금조달에 용이한 부분 등 장점이 많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K-OTC의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황 연구위원은 "최근 폭발적으로 증가한 신규 유입 투자자들이 비상장 종목을 포함한 새로운 종목 탐색 활동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업가치 100억→12조' 대박…개미들 이 시장에 몰린다
특정종목 거래쏠림 등 양극화 한계..묻지마 투자 주의

K-OTC가 폭발적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지만 특정종목 거래쏠림 등 양극화 문제는 걱정거리다. K-OTC 거래대금 상위 10개 종목의 거래대금이 총 거래대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올 6월말 기준 80%에 달한다.

시가총위 상위 10개 종목이 전체 시가총액의 60%를 차지한다. 특히 올 9월 두올물산이 시장에 진입하면서 비중이 절대적으로 커지고 있다. 두올물산을 제외하면 전체 시총은 22조원 수준으로 급감한다.

금융투자업계에선 K-OTC가 소속 기업에 대한 정보가 코스피나 코스닥과 비교해 크게 부족하다는 점에서 투자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황 연구위원은 "비상장주식이라 거래량이 낮아 투자자가 원하는 시점에 매도하고 매수할 수가 힘들 수 있고 증권사 리포트도 부족해 정보에 제한이 있다"며 "투자자들의 조심스런 접근이 필요하고 기업의 정보 전달 채널을 확대해 투자자들이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12만% 상승 "제2의 두올물산 찾아라".. K-OTC 성공 기업은

'기업가치 100억→12조' 대박…개미들 이 시장에 몰린다
불과 한달여만에 12만% 폭등한 주식이 있다. 지난 9월 K-OTC 시장에 입성한 두올물산이 주인공이다. 데뷔 때 100억원에 불과하던 시가총액이 12조원을 넘었다. 코스피, 코스닥과 같은 상장 시장이 아닌 비상장 K-OTC 시장이기에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K-OTC에 등록된 기업들은 IPO 기업처럼 수요예측 등을 절차를 거쳐 해 공모가를 정하지 않는다. K-OTC 시장의 첫 기준가는 주당 순자산가치로 정해진다. 첫 거래일에는 주당 순자산가치의 30%~500% 범위에서 거래가 가능하다. 첫 거래일에 최대 5배까지 오를 수 있다. IPO에 성공한 기업이 상장 첫날 시초가를 기준으로 상하 30%의 가격제한폭이 적용되는 것과 비교된다.

특히 자동차 내외장재 개발과 제조업체인 두올물산은 바이오 사업에 본격 진출한다는 소식이 기업 가치를 더 부각시켜 주가 급등을 이끌었다. 물론 적정 기업가치에 대한 논란도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두올물산이 급등하고 있지만 향후 등락을 반복하면서 적정가격을 찾아 갈 것"이라며 "K-OTC 시장은 상장단계로 진입하기 위한 '상장 테스트베드(Test Bed)'로 보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K-OTC 시장에서 거래되면서 적정 가격을 찾은 후 코스피, 코스닥에 상장하는 사례가 적잖다. K-OTC에서 거래되던 종목 중 처음으로 상장 시장에 입성한 기업은 2014년 코스피에 상장한 삼성에스디에스다. K-OTC 거래 첫날 23만8000원(가중평균주가)에 거래됐던 삼성에스디에스는 K-OTC 거래 마지막날인 2014년 11월13일 37만7500원을 기록했다. 이튿날 코스피 시장에 입성한 삼성에스디에스는 코스피 상장 첫날 32만7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공모가(19만원)보다 K-OTC 마지막 거래 가격에 더 가까웠다.

삼성SDS를 포함해 미래에셋생명, 제주항공, 에이치엘비제약(옛 씨트리), 카페24, 웹케시, 지누스 등 13개 기업이 K-OTC에서 거래되다가 상장 시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13개 기업 모두 K-OTC에서 거래를 시작한 후로 주가가 상승했다. 이 중 8개 기업의 코스피·코스닥 상장 첫날 종가는 공모가보다 K-OTC 거래 마지막날 가중평균주가에 가까웠다.

카페24의 경우 K-OTC 매매 첫날 2015원이었던 가중평균주가가 거래 마지막날 9만4100원으로 97.86% 뛰었다. 공모가는 5만7000원에 불과했으나 2018년 2월8일 코스닥 상장 첫날 종가는 8만4700원을 기록했다.

특히 카페24는 K-OTC 시장에서 몸값을 높여 처음으로 '테슬라 요건 상장'에 성공한 사례다. 테슬라 요건은 미국 전기차기업 테슬라처럼 적자를 내더라도 시가총액 1000억원 이상 등의 조건을 충족하면 상장할 수 있는 제도다.

이환태 한국금융투자협회 K-OTC 부장은 "카페24의 경우 K-OTC 거래 가격을 공모가 협상시 참고가격으로 활용했다"며 "K-OTC 시장은 비상장기업의 적정가치를 평가해 가격을 발견하는 기능이 있다"고 말했다.

K-OTC를 통해 상장폐지됐던 기업이 코스피에 재입성한 사례도 있다. 텐트 사업을 펼치다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로 자본잠식에 빠진 지누스는 2005년 코스피에서 상장폐지된 후 2014년 K-OTC 시장에 지정됐다.

지누스는 매트리스·침대 등 가구 사업으로 영역을 전환하고 글로벌 유통 플랫폼 아마존 등을 통해 매트리스를 판매하면서 일어섰다. K-OTC 첫 매매 이후 2019년 10월30일 코스피에 재입성하기 전까지 지누스의 가중평균주가는 4000원에서 7만9600원으로 94.97% 올랐다.

올해는 넷마블네오가 코스피 시장 문을 두드리고 있다. 넷마블네오는 넷마블이 2012년 게임 개발사업을 물적 분할해 세운 회사다.

K-OTC에 따르면 넷마블네오의 시가총액은 지난 19일 기준 1조6549억원이다. 넷마블네오는 지난 6월 액면분할을 통해 장외주식 가격을 낮추고, 한국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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