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과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준 덕분일까. 추락하던 주가도 이후에 반등했다. 30% 넘게 빠졌던 카카오는 일단 바닥을 딛었다. 하지만 사업적 확장성이 저지된 것은 단기적으로는 한계로 작용할 수 있다.
일반인들은 금융부문에서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의 차이를 잘 구분하지 못한다. 하지만 이 둘은 같은 그룹이면서도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며 경쟁한다. 계열사가 독립적으로 성장하다보니 외부투자를 달리 받아 주주구성도 제각각이다. 그런 결과로 총수가 하라, 하지마라 제어할 수 없는 의사결정 구조를 갖게 됐다.
물론 그로 인해 택시독점에 그치지 않고, 미용실과 꽃배달까지 침투한 것은 확실한 패착이다. 자영업자 영역을 침범해 "혁신하랬더니 배신했다"던 비판이 나온 건 이런 맥락에서 뼈아픈 상처다. 철수 선언은 했지만 각 사업마다 주주 파트너의 이해가 걸려있어서 이행할 수 있을 지도 불분명하다. 실제 문화영역에서는 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을 포기했으니 주춤거리는 것은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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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카카오에 뜬금없는 제안을 해본다. 사업은 한계를 맞게 됐지만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다. 이제부터 이뤄질 확장의 전제조건은 크게 2가지다. 첫째는 골목상권의 아마존화는 불가능하게 됐으니 기존 중후장대 사업을 혁신할 명분을 얻었다. 둘째는 연못속 고래가 된 수준이라 앞으로는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달러를 벌어오는 비즈니스가 어울린다는 것이다. 이런 조건이라면 HMM(옛 현대상선)은 어떠한가.
내년에 매각이 시작될 예정이지만 마땅한 인수자가 없다. 구사주인 현대그룹은 여력이 없고, 되살 명분도 크지 않다. 포스코가 관심을 보이지만 해운업계 반발이 크다. 현대차나 KCC, 현대중공업 등 범현대가도 주력사업에 매진하느라 관심 밖이라 한다. 이런 상황이라면 오션 모빌리티 영역을 그 훌륭한 빅데이터 처리기술로 혁신할 차원에서 카카오가 명함을 내밀지 못할 이유가 없지 않나.
꼭 HMM이어야 한다는 얘기는 아니다. 네이버 창업으로 부를 얻고, 카카오로 다시 재기한 기업가 김범수에게 이제 돈보다는 업적이 중요할 것이다. 자신을 키워준 나라에 기업보국(企業報國)하는 도전은 이제 그 급을 달리해야 할 것이란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