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글로벌 공급망 약화와 인플레이션

머니투데이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2021.10.21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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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오르고 있다. 오랫동안 안정세를 유지한 원유와 가스 가격이 급등하고 탈탄소 흐름 강화로 좌초자산으로 간주되던 석탄 가격도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대부분 원자재가격이 급등하고 있으며 식료품 가격 역시 예외는 아니다. 부동산을 제외한 상품과 제품부문에서 지속적인 가격상승 그리고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공급부족의 일상화 등은 최근 30년 사이에 세계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의 핵심에는 글로벌 공급망의 약화가 자리한다. 글로벌 공급망은 전세계에서 가장 저렴한 상품들을 찾아내 효과적인 물류망을 통해 가공을 거쳐 소비지까지 전달하는 체계로 1990년대 이후 30년 동안 형성됐다고 할 수 있다. 재고를 최소화하면서 효율을 극대화하는 글로벌 공급망의 형성은 전세계적으로 비용절감, 물가안정 등 코로나19(COVID-19)로 인해 큰 타격을 받게 됐다. 코로나19는 생산 및 물류 전반에 큰 영향을 미쳤지만 그 가운데 특히 물류부문에 큰 타격을 주었다. 저소득층 및 고령자들이 높은 비중을 차지한 선원과 트럭운전기사 등이 코로나19의 창궐로 큰 피해를 입으면서 조기은퇴 및 신규진입 인력부족으로 인해 절대적인 인력부족 현상이 나타났다. 이로 인해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의 항만들은 몇 달째 체선으로 인한 혼란이 지속되며 이로 인해 폭등한 해상운임은 결국 가격에 전가된다.



수요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던 공급부문의 여력도 감소했다. 탈탄소 및 녹색경제 흐름의 강화로 화석연료와 광물자원 등에 대한 투자가 감소함에 따라 수요가 증가했지만 이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녹색경제 대두에 따라 풍력터빈, 태양광패널, 고효율 모터 등에 들어가는 각종 광물자원 및 희토류 등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지만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면서 가격상승이 진행된다. 원자재 외에 차량용 반도체 등 저부가가치 제품도 공급 여력이 확충되지 않는 상황이 지속된다.

이와 같은 현상에 대해 주요 선진국의 코로나19 백신접종 확대에 따른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보편화 그리고 국가간 이동제약 감소에 따라 곧 소멸될 것이라는 견해도 있지만 최근 나타나는 모습은 단순한 일시적 현상이 아닌 보다 근본적인 변화라는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코로나19라는 일시적 충격 외에 녹색경제 대두와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 확산은 기존 글로벌 공급망 유지와 확대를 어렵게 한다. 비용효율 외에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야 하는 상황의 전개는 결과적으로 비용상승을 수반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자율주행에 기반한 물류체계의 변화, 새로운 광물자원 수요증가에 따른 신규광산 개발 등은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변화는 시작됐지만 그 결과와 방향은 아직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상황인 것이다. 지금은 기존 질서가 다른 질서로 변화하는 기간이라 할 수 있다. 과거의 패턴과 방식에 집착하기보다 새로운 변화의 흐름에 올라탈 수 있는 유연함이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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