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현재 가계부채는 또다시 우리 경제 문제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가계부채 급증이 심각한 문제로 처음 대두되었던 2001년 말 약 340 조원이었던 가계신용 잔액은 올해 상반기에 1,800 조원을 넘어섰다. 약 20년간 5배 이상 증가했다. 사상 최대 규모다. 하지만 '사상 최대'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가계신용은 항상 증가해왔기 때문에 언제나 사상 최대다.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있다.
또 최근 가계대출에서 주택담보대출보다는 신용대출, 그중에서도 중.저신용자에 대한 신용대출이 더 빨리 상승해 리스크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최근 들어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것이다. 2020년 2사분기 말 가계신용의 전년동기 대비 증가율이 5.3%였는데 이 증가율이 매 분기 높아지더니 올해 2사분기 말에는 10.3%가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당국의 규제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냄비가 끓어 넘치려고 하면 가스불을 줄여야 한다.
하지만 가계대출은 국민 개개인의 일상생활과 매우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가계대출 시장이 너무 경직되면 일상적인 경제활동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 일반 국민들이 가계대출이라는 금융서비스를 통해 자신의 경제활동 계획에 따라 자금을 편리하게 융통할 수 있게 하는 것도 우리가 금융시스템을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다. 따라서 너무 커져 버린 리스크 관리를 위해 부득이하게 가계대출 규제를 강화하더라도 이른 시일내에 시장을 정비하여 다시 가계대출 시장이 원활하게 작동하게 할 필요가 있다. 냄비가 끓어 넘치려고 하면 가스불을 줄여야 하지만 그렇다고 가스불을 꺼버리면 요리를 망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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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윤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