섭씨 450~460도 고온이 유지되는 반응기에 한번에 투입된 약 10톤의 폐비닐은 열분해된다. 생활 속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라면봉지, 사탕포장재, 과자봉지가 뒤섞인 것이다. 흙·음식같은 오염물이 묻거나 알루미늄 등 복합재질의 폐비닐은 열분해 기술이 없었다면 매립되거나 소각됐을 폐기물이다.
고회수율·친환경·안전···SK지오센트릭이 에코크레이션 손잡은 이유 '셋'뉴에코원 내 설치된 반응기 등 기기 일체를 개발·설치한 곳이 에코크레이션이다. 뉴에코원은 운영사업자다. 지난 8월 SK지오센트릭은 68억원을 투자해 에코크레이션 지분 25%를 확보해 전략적 투자관계를 맺었다.
지난 18일 뉴에코원에서 만난 전범근 에코크레이션 대표는 "열분해유 회수율은 약 60%로 경쟁사 대비 20~30% 높다"며 "열분해 과정에서 우리만의 집진, 촉매 기술을 활용해 염소 같은 유독한 대기오염물질 배출을 환경부 허용기준치보다 훨씬 낮은 100ppm(백만분율) 미만으로 나오게 했고 찌꺼기같은 왁스성 물질도 제거시켜 폭발 위험도 없앤 것이 우리 기술의 큰 차별점"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에코크레이션은 SK지오센트릭과 손잡고 대기 배출 오염원을 줄이는 한편, 열분해유 가운데서도 순도가 좀 더 높은 나프타 비중을 높이는 기술 개발 노력을 지속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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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열분해유에서 나프타 비중은 10~12%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에코크레이션은 한 달 전 이 비중을 25%까지 높였고 내년 중 45%, 이후 50%까지 높이는 것이 목표다.
이 나프타에 SK지오센트릭 후처리 기술이 더해지면 다양한 플라스틱 원료로 쓰기에 손색이 없어진다. 즉, 열분해유를 저품질의 보일러 연료로만 쓸 것이 아니라 일반 정유를 정제한 것과 차이가 없도록 활용처를 넓히는 것이다. SK지오센트릭은 현재 플라스틱 100% 재순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환경과학기술원 함형택 친환경제품솔루션센터장이 재활용수지가 적용된 단일재질 친환경 플라스틱 용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SK이노베이션
열분해유, 또는 열분해유에서 나온 나프타를 화학사가 그대로 가져다 플라스틱 원료로 쓰긴 어렵다. 기존 정제유 대비 불순물로 인해 플라스틱 제작 공정에 투입할 때 대기오염 물질 배출, 설비 부식 등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이 난제를 푼 것이 SK이노베이션의 '기술메카', 환경과학기술원이다.
같은 날 대전 SK이노베이션 환경과학기술원에서 만난 플라스틱 CR(케미칼 리사이클) 태스크 박민규 PL(프로젝트 리더)는 "오랜 시간 정유·석유화학을 선도해온 노하우가 있기 때문에 열분해유를 후처리해 플라스틱 원료로 상용화할 수 있는 기술력은 SK가 전세계적으로 가장 앞서 있는 수준이라 자부한다"고 강조했다. 후처리 기술에는 촉매, 공정 기술 모두 중요하다.
실제 SK지오센트릭은 지난달 30일 국내 최초로 열분해유를 울산컴플렉스(CLX)의 정유·화학공정 원료유로 투입하는데 성공했다. 기술력 뿐 아니라 정부가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폐기물을 재활용한 열분해유를 석유대체연료로 인정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SK지오센트릭은 열분해유 생산 기술을 가진 미국 브라이트마크사와 협업을 통해 울산에 열분해 및 후처리 공장을 짓고 이르면 2024년부터 정제유 상업생산을 시작한다. 환경과학기술원 내 시험 공장은 내년 1분기 준공해 3~4월쯤 가동 예정이다. 2025년까지 SK지오센트릭이 자체 생산한 열분해유, 중소기업으로부터 구매한 열분해유 등 연간 총 50만톤 활용이 목표다. SK지오센트릭은 폐비닐 100만톤이 원유 540만배럴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함형택 친환경제품솔루션센터장은 "(친환경 업사이클링 비즈니스는) 일정 한 분야만 잘해서 되는 일은 아니다"라며 "전체적으로 필요한 기술을 확보하려 노력하고 있고 폐기물의 수거, 선별단계까지 고려한 밸류체인 내 협업을 통해 나아가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SK이노베이션 환경과학기술원 Plastic CR(Chemical Recycle) Task 박민규 PL이 폐플라스틱 열분해 단계별 유분 성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SK이노베이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