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이상 테슬라 하락에 베팅 안한다"…전설의 공매도 투자자 굴욕

머니투데이 송지유 기자 2021.10.17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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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빅쇼트' 주인공 마이클 버리, CNBC와 인터뷰…
"테슬라 풋옵션 투자 규모 부풀려졌다" 입장 선회

지난 2015년 11월 23일 뉴욕 지그펠트 극장에서 열린 영화 '빅쇼트' 시사회에 참석한 마이클 버리. /사진=CNBC 캡처지난 2015년 11월 23일 뉴욕 지그펠트 극장에서 열린 영화 '빅쇼트' 시사회에 참석한 마이클 버리. /사진=CNBC 캡처


테슬라의 거침없는 주가 상승에 할리우드 영화 '빅쇼트' 주인공으로 유명세를 탄 전설의 공매도 투자자 마이클 버리가 백기를 들었다. 버리는 "더 이상 테슬라 주가 하락에 베팅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15일(현지시간) 미 경제매체 CNBC는 마이클 버리가 인터뷰를 통해 "테슬라 풋옵션(주가하락에 베팅하는 파생상품)은 단순한 투자의 일부분 이었을 뿐"이라며 "앞으로는 테슬라 하락에 돈을 걸지 않겠다"고 밝혔다.

버리의 테슬라 풋옵션 투자 사실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 보고서를 통해 공개됐다. 버리가 운영하는 사이언에셋매니지먼트가 SEC에 지난 6월말 기준으로 테슬라 풋옵션 107만5500계약을 보유하고 있다고 보고한 것이다. 이는 지난 1분기 테슬라 풋옵션 매수량에서 34%를 추가로 늘린 것이어서 시장에선 버리가 테슬라 주가 하락에 돈을 걸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이에 대해 버리는 "언론들이 우리의 테슬라 포지션 가치에 대해 크게 부풀린 측면이 있다"며 "언론 보도처럼 풋옵션을 통해 테슬라에 대한 매도 포지션을 많이 가지려 했던 것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버리는 테슬라·로쿠·텔라닥·스퀘어·코인베이스 등 혁신 기술기업에 투자하는 캐시 우드의 '아크 이노베이션 ETF(ARKK)'의 풋옵션도 23만5500계약 사들였다. 하지만 이번 인터뷰에서 테슬라 뿐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에 대해서도 다소 달라진 견해를 보였다.

그는 "블록체인 기술에 흥미를 느끼고 있으며 현실 세계에서도 사용될 것이라고 믿는다"면서 "하지만 암호화폐 시장 안에 거품이 있는 것은 확실하다"고 주장했다.


'테슬라·비트코인' 거침없는 상승…빗나간 예측에 투자전략 해명
테슬라 주가가 힘없는 증시에서도 거침 없이 상승하고 있다. /사진=AFP테슬라 주가가 힘없는 증시에서도 거침 없이 상승하고 있다. /사진=AFP
그는 지난달 미국 증시 상승과 관련 "역사상 가장 거대한 투기 거품이 발생하고 있다"고 경고해 왔다. 특히 테슬라 등 성장주, 제대로 된 가치평가 없이 대중들에 이끌려 투자하는 밈주식,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에 대해 부정적인 관점을 보였다.

이 때문에 버리가 주로 이들 주식에 집중 투자하는 '돈나무 언니' 캐시 우드를 저격한 것이라는 해석이 많았다. 그는 한 경제전문지와 인터뷰에서 "테슬라의 거품이 빠질 것"이라며 "테슬라 추종자들은 즐길 수 있을 때 즐기라"고 발언까지 했다.

테슬라와 비트코인 시세 하락에 강한 믿음을 갖고 있던 버리가 노선을 변경한 것은 거침없이 오르는 가격 때문이다. 버리가 풋옵션 투자를 늘렸던 지난 2분기까지 약세를 면치 못했던 테슬라 주가(15일 기준 843.03달러)는 올 들어 20% 가까이 상승했다.

특히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서 힘이 없는 증시에서 테슬라는 이달 들어서만 8.7% 급등했다. 비트코인 역시 코인당 가격이 6만달러를 넘어서는 상승 랠리를 지속하고 있다.

가격 하락을 점쳤던 투자 전망이 빗나가면서 버리는 체면을 다소 구겼다. 버리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최근 투자 전략에 대한 입장을 자세히 밝힌 것은 테슬라와 비트코인 가격 상승으로 추종 투자자들의 항의가 빗발쳤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정확히 예측, 주택 버블 붕괴에 베팅해 수십억달러 수익을 낸 인물인 만큼 테슬라·비트코인 등에 대한 버리의 부정적인 분석을 참고한 투자자들이 꽤 많았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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