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하던 아내 방화 살해…中사회 분노케 한 남성에 '사형' 선고

머니투데이 박가영 기자 2021.10.15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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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에 대한 사회적 인식 부족 문제도 지적

인터넷 생방송 도중 이혼한 전남편에게 살해당한 SNS 인플루언서 라무./사진=유튜브 갈무리인터넷 생방송 도중 이혼한 전남편에게 살해당한 SNS 인플루언서 라무./사진=유튜브 갈무리


소셜미디어(SNS)에서 생방송을 진행하던 전 부인에게 휘발유를 끼얹고 불을 붙여 살해한 중국 남성이 사형 선고를 받았다.

14일(현지시간) BBC, 가디언 등에 따르면 중국 쓰촨성 아바티베트족·장족자치주 중급인민법원은 지난해 왕훙(인플루언서)으로 활동하던 라무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탕루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법원은 "범죄 방법이 극도로 잔인하며 사회에 매우 큰 충격을 줬다"며 "엄중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판시했다.

티베트인 라무는 동영상 플랫폼 더우인(중국판 틱톡)에 농촌 생활과 관련된 게시물을 올리던 인기 인플루언서였다. 수십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던 그는 산속 산책, 허브 재배, 남편과 두 자녀와 함께 사는 집 등 일상을 영상으로 공유하곤 했다.



하지만 사회를 분노케 한 데는 영상 이면의 사실이 있다. 라무가 가정폭력 피해자라는 것이었다. 2009년 결혼한 라무는 탕루의 지속적인 폭력에 시달렸다. 지난해 5월 이혼했지만, 다시 함께 살지 않으면 아이를 해치겠다는 탕루의 협박에 못 이겨 재결합했다. 이후에도 가정폭력은 계속됐고 라무는 같은 해 6월 두 번째 이혼을 위해 소송을 제기했다.

이로부터 3개월 뒤, 인터넷으로 생방송을 진행하며 팬들과 소통 중이던 라무의 집에 탕루가 찾아왔다. 탕루는 라무의 방에 들어가 휘발유를 붓고 불을 질렀다. 라무는 화재로 인해 전신 90%에 심각한 화상을 입었고,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으나 약 2주 뒤 사망했다.



이 사건으로 중국에서 가정폭력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졌다. 중국 누리꾼들은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 라무 사건 관련 해시태그를 달며 가정폭력법을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이 같은 글은 검열에 의해 빠르게 삭제됐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중국 내 가정폭력은 오랜 기간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돼 왔지만 2016년에야 이를 범죄로 규정했다. 그러나 처벌은 미미한 상태고 아직도 시골 지역에서는 가정폭력이 만연하다. 여성인권단체인 베이징 이퀄리티의 지난해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이후 920명 이상의 여성이 가정폭력으로 사망했으며, 이는 5일에 3명꼴이다.

가정폭력에 대한 지역 경찰들의 인식 수준도 낮다. 실제로 라무도 남편의 폭력에 시달리다 경찰을 찾아갔지만 가족의 일이라며 돌려보냈다고 한다. 여성인권 전문변호사 루 샤오취안은 "경찰은 악순환을 끊는 데 개입하지 않는다"며 "가정폭력의 본질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올바른 조치를 취할 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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