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유럽연합(EU), 중국에 이어 미국까지 플랫폼 규제 움직임이 가시화한다. 한국도 이에 뒤질세라 세계 최초로 인앱결제 강제 방지법을 제정해 구글, 애플을 규제하기 시작했고 이어 공정거래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금융위원회 등 여러 부처가 플랫폼 규제 입법을 서두른다. 그러나 EU, 미국의 플랫폼 규제는 주로 소위 빅테크로 불리는 거대 플랫폼을 대상으로 한다. EU 디지털시장법은 소위 게이트키퍼(Gate keeper)로 불리는 대규모 온라인 플랫폼을, 미국의 반독점패키지 법안도 GAFA(Google, Amazon, Facebook, Apple)가 대상이다. 한국의 현행 법안은 이들 국가보다 훨씬 많은 플랫폼을 규제 대상으로 한다.
다음은 기업결합 심사강화로 스타트업의 M&A(인수·합병)을 통한 출구전략(Exit strategy)이 어려워질 가능성이다. 스타트업 창업 생태계가 활발해지기 위해서는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출구가 필요한데 그 전략으로는 통상 M&A와 IPO(기업공개)가 있다. 창업자와 투자자는 이를 통해 투자금을 회수하고 이중 상당수가 다시 창업 혹은 투자로 순환되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 까다로운 요건으로 인해 IPO가 매우 어렵기 때문에 M&A는 스타트업에 중요한 투자회수 전략이 된다.
이밖에 신설, 강화규제 도입 시 스타트업의 규제준수능력을 고려하지 않는 것도 문제다. 물론 법이란 원칙적으로 만인에게 동동하게 적용돼야 하지만 경제규제법의 접근방식은 달라야 한다. 스타트업은 소규모 인원으로 각종 경제규제법상 요건을 모두 준수할 능력이 없고 이 요건을 모두 준수하고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기술을 비즈니스로 발전시키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미국이 사후규제 시스템을 통해 자유로운 벤처실험을 허용함으로써 세계적 창업국가로 성공한 점을 배울 필요가 있다. 미국처럼 가급적 사전규제를 도입하지 않는 것이 제일 좋지만 불가피하다면 새로운 규제도입 시 기업의 규모, 인원, 매출에 따라 차등적인 규제를 설계할 필요가 있다. 거대 플랫폼 규제가 의도하지 않게 스타트업을 고사시키는 부작용이 없도록 세심한 주의를 해주기 바란다. 스타트업은 청년의 희망이자 창업국가와 혁신경제의 기초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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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기술법정책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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