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코스피 3.4% 오를때 37% 수익 낸 '러시아펀드' 날개단 이유는

머니투데이 구경민 기자 2021.10.15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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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코스피 3.4% 오를때 37% 수익 낸 '러시아펀드' 날개단 이유는


전 세계 증시가 조정을 받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 증시가 거침없는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천연가스·원유 등 원자재 가격이 급등한 덕분이다. 투자자들에게 외면을 받아왔던 러시아 펀드도 높은 수익률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추운 겨울을 앞둔 EU(유럽연합) 국가들의 가스 재고 등의 이유로 에너지·원자재 가격의 상승세가 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14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러시아 펀드의 연초이후 수익률은 37.61%다. 국내주식형(0.87%), 해외주식형(9.74%)를 크게 앞선다.



또 최근 3개월 동안 국내주식형 펀드(-9.11%)와 해외주식형펀드(-0.66%)가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반면 러시아 펀드는 14.96%의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러시아 펀드의 1년 수익률도 60%에 육박한다. 인도(71.0%)와 베트남(65.24%)에 이어 지역별 수익률로는 3위다.

개별 펀드를 살펴보면 미래에셋연금러시아업종대표 펀드의 1년 수익률은 73.23%에 이른다. 러시아 펀드 중 수익률이 가장 높다. 한국투자KINDEX러시아MSCI ETF(72.83%), 키움러시아익스플로러(63.72%), 미래에셋러시아인덱스(59.84%), KB러시아대표성장주(57.27%)가 뒤를 잇는다.



연초이후, 6개월, 3개월 수익률로 놓고 보면 한국투자KINDEX러시아MSCI ETF의 수익률이 가장 높다. 이 펀드는 1위 천연가스 생산회사인 가스프롬, 러시아 최대 석유업체인 루크오일, 제2위 천연가스 생산업체인 노바텍, 비철금속 생산기업 노르니켈 등을 담고 있다.

러시아 펀드의 높은 수익률은 러시아 증시의 상승세가 반영된 결과다. 러시아 주가지수 RTS는 지난해말 1387.46에서 지난 13일 1851.11로 상승, 올해에만 33.3% 올랐다. 같은 기간 미국과 아시아 증시 등이 인플레이션 우려와 중국 헝다그룹 파산 위기 등 영향으로 하락세를 보인 것과는 대조적이다.

러시아 증시의 상승세는 원유와 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러시아는 지난해 기준 원유, 휘발유 및 가스 수출이 전체 수출의 50%에 이르고 재정수입의 32%를 차지한다. 이처럼 러시아는 에너지 의존적인 국가로 에너지 가격 상승이 뒷받침 돼야 경제가 살아나는 특징이 있다. 증시에서도 에너지 관련 기업들의 비중이 높다. 이들 기업의 시가총액만 하더라도 전체 증시의 40%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당분간 국제 유가와 천연가스 가격의 상승세가 지속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점은 러시아 펀드에 긍정적인 요소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최근 겨울 한파가 예상보다 강할 경우 브렌트유가 최대 배럴당 100달러까지 오를 것이라고 전망한다.

김성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유가가 다시 고공행진을 이어가 2014년 이후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면서 "공급이 수요를 따라오지 못하는 수급 불균형이 단기간내 해결되기 어려워 유가 상승세가 더 이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김소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현재 각 국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천연가스 등 에너지 가격 상승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며 "겨울 난방시즌이 아직 돌입되지 않은 상황에서 전세계 에너지 수요는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고 또, 현재의 사태는 신재생 에너지로의 전환 중 겪는 상황이기 때문에 에너지 수급 불안이 단기간 내 해결되기 어렵다"고 예상했다.

다만 에너지 가격이 안정화되면 에너지 관련 기업 비중이 큰 러시아 경제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에너지 가격 상승 추세는 러시아 펀드에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올 수 있지만 에너지 급등 추세가 꺾이고 안정화 되면 차익 실현 수요도 높아질 수 밖에 없다"며 "과도한 낙관을 경계하고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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