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하이픈의 욕망에서 느껴지는 동질감

머니투데이 한수진 기자 ize 기자 2021.10.13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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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하이픈, 사진제공=빌리프랩엔하이픈, 사진제공=빌리프랩


지난 12일 그룹 엔하이픈(ENHYPEN)이 첫 번째 정규앨범 'DIMENSION : DILEMMA(디멘션 : 딜레마)'를 발매했다. 1번 트랙 'Intro : Whiteout(인트로 : 화이트아웃)'부터 'Interlude : Question(인터루드 퀘스천)'까지 총 8곡이 담겼고, 타이틀곡은 2번 트랙 'Tamed-Dashed(테임드-대시드)'다. 'DIMENSION' 시리즈의 첫 앨범으로, 복잡하고 모순된 새로운 차원의 세계에서 겪는 다양한 감정들을 이야기한다. 그 이야기의 첫 주제로 꺼내든 것은 '딜레마'로, 진퇴양난을 뜻하는 단어의 의미처럼 혼란한 멜로디들이 공격적으로 구현됐다. 전반전으로 아이돌 특유의 이지리스닝(편하게 들을 수 있는)하기 좋은 곡들은 아니지만, 보다 생각할 거리를 남기는 여운 짙은 앨범이다.



엔하이픈은 '4세대 핫 아이콘'으로 불린다. 4세대 아이돌의 대표적 특징이 자아에 초점을 맞춘 콘셉트와 가치 전달이 가능한 심오한 주제의 차별화된 세계관을 들 수 있는데, 엔하이픈은 이 특징들을 정석처럼 보여주고 있는 팀이다. 데뷔작 'BORDER(보더)' 시리즈부터 자신들이 겪은 경험들을 꺼내 MZ세대들의 깊은 공감을 얻었다. 데뷔를 앞두고 느낀 복잡한 감정과 데뷔 후 마주한 색다른 세상에 대한 솔직한 감정들을 노래했다. 동질의 감정에 주파수를 맞춰 승부수를 띄운 셈이다.

이번 엔하이픈의 앨범은 선주문량만 91만 장이다. 발매 전 수치임을 감안할 때 밀리언셀러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토록 많은 인원이 이들의 음악을 지지하고 응원하는데는, 쉽게 드러내 놓을 수 없는 깊숙한 감정들을 대신 이야기하기 때문일 것이다. 비록 가사와 멜로디는 전문 작사가와 작곡가가 썼지만, 그들에게 맞춰 제작된 노래들이기 때문에 제것처럼 흡수한 모습들로 오히려 완성도 있게 들려진다. 퍼포머로서 엔하이픈은 애초에 기반을 탄탄히 세우고 데뷔했다. 이들은 서바이벌의 생존자다.



'DIMENSION : DILEMMA'는 이 생존자들이 험난한 가요계에서 자리를 잡고, 조금의 빈 공간이 생기면서 파고든 욕망의 딜레마를 담아냈다. 이 부분에서 허를 찔리는 기분을 느꼈다. 자신들의 이야기를 어느 정도까지 솔직하게 꺼낼지, 인간의 감정을 어떻게 진화시킬지 우려했던 부분들을 단박에 정리했다. 과감하게 자아를 정립해가는 엔하이픈의 모습은 '길들여지면 되나 날 매료한 욕망의 그 섬광'이라는 타이틀곡 'Tamed-Dashed'의 가사처럼 직격으로 가슴에 꽂힌다. 어쩌면 2년차 신인 아이돌의 안주처럼도 들려지는 이 위험한 주제는, 격변하는 혼란의 감정을 함께 담아내며 현실의 동질감을 안긴다. 1980년대 감성의 뉴 웨이브를 다시 꺼내들어 욕망을 이야기한 것도 신선했다. 개러지록풍의 날 것 느낌의 베이스 사운드와 강력한 EDM 스타일의 신스 베이스가 질주하듯 몰아치는데 가사와도 퍽 어우러진다.

인트로와 인터루드를 넣었듯 1번 트랙부터 8트랙까지 순차적인 감정의 파고가 담겼다. 독백처럼 영어 내레이션으로 채운 인트로와 인터루드는 메시지 전달에만 집중했다. 장르에선 브레이크 비트, 일렉트로 펑크, EDM, 힙합, 얼터너티브 록, 재즈&소울로 다양성을 넓혔지만, 가사에선 일관되게 자아를 정립하려는 열정적인 분투를 담는다. 특히 퍼포먼스로는 청량의 느낌을 살리며 심오한 분위기를 다소 덜어낸다. 청량과 욕망을 함께 배치한 이 독특함만큼이나, 엔하이픈의 노래를 확실이 다른 길을 확립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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