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깝게도 현재까지 이렇다 할 치료법이 없다. 희귀질환인 탓에 신약 개발 추진도 쉽지 않다. 인구 2만명 당 1명의 확률로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되나, 대부분이 진단되지 않은 상태로 남아있다. 국내의 경우 지난해 기준 보고된 환자가 200명이 채 되지 않는다(질병관리청 통계 연보). 그런데 이 영역을 정복하기 위해 연구에 나선 이들이 있다.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 지원 과제로 선정돼 연구비를 지원받을 수 있게 되면서다.
![김진국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사진제공=삼성전자](https://thumb.mt.co.kr/06/2021/10/2021101111095776429_1.jpg/dims/optimize/)
김 교수는 지난 5일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이번에 진행하는 연구와 관련 "사람은 유전자를 양쪽 부모에게 하나씩 받는데, 이중 하나가 돌연변이로 망가지면서 많은 유전병들이 발생한다"면서 "다른 하나의 정상적인 유전자가 만드는 단백질 양을 조절해 총량을 정상화하는 것이 목표"라 설명했다.
이는 2017~2020년 하버드 메디컬스쿨에서 박사후연구원(포닥)으로 근무하면서 착안한 아이디어다. 김 교수는 "과거에 특정 유전자에 대해 이같은 원리를 적용해 발현 효율을 높이는 약물을 개발한 적 있다"면서 "우연히 하나의 개념증명을 발견한 것인데, 똑같은 방법을 다른 유전자에도 체계적으로 적용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우선적으로 엔젤만 증후군에 대한 해법을 찾는데 집중할 계획이다. 그는 "유전자 시퀀스를 토대로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해 발현효율을 높일 수 있는 요소를 찾았다"라며 "아직 예측에 불과한 상태라 대규모 실험을 통해 효과를 입증하고, 실제로 세포에서 테스트했을 때 질병 관련 증상들이 억제되는지 확인해야하는 등 과제가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이 시각 인기 뉴스
그는 이번 연구 추진에 도움을 준 삼성에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희귀병의 경우 다른 질병에 비해 우선 순위가 낮아 재정적 지원을 받기가 쉽지 않아서다. 김 교수는 "삼성의 관심 덕분에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빠르게 연구를 시작하게 됐다"면서 "지원을 받는 만큼 열심히 해보려 한다"고 말했다.
"결과 책임 안 묻는다" 확산하는 도전정신…9년간 705개 연구과제, 연구비 9215억원
![지난해 11월20일 개최된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 '2020 애뉴얼 포럼'에서 운영진과 참여 연구자들이 연구 결과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애뉴얼 포럼'은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의 연구책임자가 연구 성과와 주요 이슈를 설명하고, 참석 연구자들과 토론을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는 자리다./사진=뉴스1(삼성전자 제공)](https://thumb.mt.co.kr/06/2021/10/2021101111095776429_2.jpg/dims/optimize/)
매년 상·하반기에 각각 기초과학, 소재, ICT(정보통신기술) 분야에서 지원할 과제를 선정한다. 올해 하반기에는 김 교수 팀이 진행하는 '유전자 치료를 위한 RNA 스위치 발굴' 연구를 포함해 22개 과제를 선정했다. 기초과학 분야(10개) 172억7000만원, 소재 분야(6개) 92억원, ICT 분야(6개) 76억원 등 총 연구비 340억7000만원이 지원된다.
이번을 포함해 지금까지 지원 받은 연구 과제는 기초과학 분야 239개, 소재 분야 230개, ICT 분야 236개 등 총 705개다. 9215억원의 연구비가 집행됐고, 지원을 받은 연구진은 1만3000명에 달한다.
삼성의 지원을 받은 연구진의 성과에는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지금까지 국제학술지에 2550건의 논문이 게재됐고, 특히 사이언스(10건)·네이처(7건)·셀(1건) 등 최상위 국제학술지에 소개된 논문은 420건에 달한다. 최근에는 김종호 한양대 교수 연구팀이 세균 감염을 빠르게 진단하고 치료할 수 있는 인공항체를 개발하는데 성공, 연구 결과가 최고의 화학 학술지로 꼽히는 '미국화학회지' 표지 논문으로 선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