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야킬 AFP=뉴스1) 금준혁 기자 = 29일(현지시간) 에콰도르 과야킬의 리토랄 교도소에서 유혈 사태가 일어나 재소자 최소 100명이 사망했다. (C) AFP=뉴스1
미 CNN 방송은 지난 6일 한 국가의 고강도 보안 시설로 꼽히는 교도소가 에콰도르에서 어떻게 갱단들의 살육 전쟁의 장으로 변모했는지를 조명했다.
기예르모 라소 에콰도르 대통령은 리토랄 사태에 전국적인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올해만 교도소 폭동으로 두 차례 비상사태가 선포됐다고 한다. 라소 대통령은 지난 8월에도 "예산을 추가 투입해 각지의 교도소 보안 시설을 업그레이드 하겠다"고 밝혔지만, 또다른 유혈 사태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에콰도르 북부의 이바라 교도소는 10명 정원의 감방에 30명 이상의 수감자가 배정됐다고 한다. CNN이 인터뷰한 이곳 수감자 브라이언 산체스는 "일부는 매트리스 없이 복도에서 잠을 청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수용 인원이 초과되다보니 교도관들의 통제도 허술해지고, 무기 반입 등 각종 불법이 방치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에콰도르 교정당국인 SNAI는 지난 2일 장애인·노약자를 위주로 2000명의 수감자에 대한 석방·사면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무엇보다 에콰도르는 남미와 동태평양에서 북미로 이어지는 마약 밀수 통로의 핵심 거점으로 꼽히고 있다. 미국 마약단속국은 2020년 미국에 유입된 코카인의 74%가 에콰도르를 거쳐 유입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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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콰도르 군사정보국장 출신의 마리오 파즈미뇨 전 대령은 "최근 10년 간의 분명한 흐름은 멕시코 갱단이 에콰도르 루트를 보호하기 위해 국내에 침투해 지역 갱단을 고용하고, 세력을 키워왔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멕시코에서 악명을 떨치고 있는 최대 마약 조직인 할리스코 신세대 카르텔(CJNG)과 시날로아 카르텔이 에콰도르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고 한다.
리토랄 교도소 충돌 사태 역시 할리스코, 시날로아의 세력 다툼의 연장선상에 있었다는 게 외신들의 주된 분석이다.
이번 사건이 유독 잔혹하고 대규모 사상자를 냈던 배경에는 자동 화기와 수류탄 등 중화기가 교도소 내로 반입됐던 탓도 있다. 교도소 내에서 갱단이 조직을 키우고, 이들이 무기를 밀반입 할 정도로 재정적인 배경을 갖췄다는 얘기다.
북부 이바라 교도소의 교도관들 역시 CNN에 "수감자들이 마체테(정글에서 쓰는 큰 칼)·폭발물도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들에게 압도당할까봐 두렵다"고 증언했다
당장 가장 취약한 이들은 교도소에 함께 수감된 다른 수감자들이다. 폭동이 일어날 때 희생양이 될 수 있어서다. 더글러스 듀란 ILANUD 국장은 "갱단 등 조직 범죄자들과 일반 수감자들을 분리 수감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에콰도르는 죄명에 따른 분류 없이 남은 형기별로 묶어 수감하기 때문에 갱단이 뭉쳐 있어도 떼어놓을 방법이 없다는 점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