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클릭] '카카오 국감' 일주일 무엇을 남겼나

머니투데이 이동우 기자 2021.10.09 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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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국정감사]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의 한국도로공사, 한국교통안전공단, 한국도로공사서비스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가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공동취재사진)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의 한국도로공사, 한국교통안전공단, 한국도로공사서비스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가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공동취재사진)


"대리운전 시장 손 떼세요. 택시 콜 시장만 하세요! 하나만!"(심상정 정의당 의원)

지난 8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를 향해 날아든 발언이다. 행정부를 상대로 국정을 감사해야 할 국회의원이 사기업의 사업 영역까지 규정하는 현장이었다. 물론 류 대표에게는 질책에 대해 답변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심 의원은 카카오가 대리시장도 장악하고 있다고 일갈했지만, 실상은 다르다. 대리운전 시장의 최대 사업자는 프로그램사 L사다. 카카오는 2016년부터 일찌감치 시장에 진입했지만 점유율은 15%에 그친다. 대리운전 기사들은 오히려 카카오를 통한 시장 경쟁이 기존 사업자에 경각심을 준다고 환영한다.



좋은 답변은 좋은 질문에서 나온다. 기본적인 사실관계가 틀리면 답변도 어그러질 수밖에 없다. 지난 1일 국감이 시작된 이후 류 대표는 이날까지 3차례나 상임위에 출석했지만 '수수료 내리겠나, 문어발 확장 그만 하겠냐' 등 질의로 '예, 아니요' 답변만 강요 받았다. 플랫폼을 취재해 온 입장에서 이번 국감을 통해 양질의 답변을 들으리라는 기대도 무너졌다.

그간 플랫폼 기업의 독과점 행태에 대해서는 시장에서도 큰 우려가 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국감에서는 '호통치기' 만을 위한 부정확한 질의가 난무하는 듯했다. 지난 5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감에서는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스마트호출'과 가맹택시 이용료를 같게 만들어야 한다는 이해하기 어려운 지적을 했다.



중개 서비스와 가맹 서비스는 명백히 분리된 영역이다. 이용료를 낮추면 낮췄지 두 서비스를 같게 만들 필요는 없다. 류 대표가 이에 대해 바로 잡고 답변을 이어가려 했지만, 이내 호통이 날아왔다. 전 의원은 "할 수 있느냐 없느냐만 대답하라", "국감장에 오는데 답을 안 갖고 온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카카오만 표적이 된 것은 아니다. 이번 국감에서 의원들의 전반적인 질의 수준은 플랫폼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듯 보였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은 음식 배달앱 쿠팡이츠를 담당하는 장기환 쿠팡이츠서비스 대표를 상대로 물류 배송 서비스 '쿠팡플렉스'에 대한 질의를 하기도 했다. 쿠팡플렉스는 누구나 자가 차량을 가지고 쿠팡의 물건을 배송하는 서비스다. 음식 배달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또 많은 의원은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에게 배달원(라이더) 직고용을 물었으나, 이미 시장은 배달앱이 아닌 배달대행업체를 중심으로 라이더와 음식점을 중개하는 쪽으로 재편됐다. 다양한 영역의 수요자들을 연결하는 것이 플랫폼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노동자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는 직고용과는 다른 방식으로 풀어야 할 문제다.


류 대표가 출석한 세 차례 국감 가운데 날카로운 모습을 보여줬던 이는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 정도다. '락인'(Lock-in) 효과를 들어 카카오모빌리티의 프로멤버십 유지, 알고리즘 비공개 등의 소극적인 태도를 비판했다. 짧은 질의였지만 산업에 대해 비교적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다는 인상이 들었다.

IT(정보기술)·플랫폼 업계에서는 이번 국감이 플랫폼 기업의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낼지에 대해 회의적이다. 플랫폼으로 인해 어떤 효용과 피해가 있는지 따져보고, 미래를 모색하는 모습이 보여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부 의원들의 지적처럼 국감장에서 '몇분만 버티면' 되는 환경을 국회 스스로가 만든 셈이다.

한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이번 국감에서 많은 비판을 받은 기업은 사실 시장에서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았던 기업들"이라며 "제도 개선을 통해 경쟁이 활발히 이뤄지도록 유도해야지, 1년에 한 번씩 윽박지르는 모습으로는 아무것도 바꾸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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