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내용과 관련 없는 이미지입니다/사진=tvN 드라마 '미생' 캡처
어느날 A씨는 체중관리도 하고 점심도 편하게 먹을 겸 도시락을 싸서 다녀야겠다고 결심합니다. 이를 B씨에게 알리자 별안간 "절대 안 된다"는 호통이 날아왔습니다. "네가 도시락 싸서 다니는 문제는 좀 더 생각해보겠다"고 답했다는데요.
◇점심시간은 법으로 보장된 '쉬는 시간'
고용주는 근로자의 근무시간이 4시간인 경우에는 30분, 8시간인 경우에는 1시간 이상의 휴게시간을 근무 도중에 줘야 합니다. 직장인의 평균 근무시간이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라고 가정하면 1시간의 휴게시간이 주어지는데요. 이를 점심시간으로 활용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휴게시간은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감독으로부터 벗어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시간입니다. 근로자는 휴게시간 동안 직무를 수행할 의무가 전혀 없으며 직무로부터 떠나는 것을 권리로서 보장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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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해서 휴게시간 동안 하고 싶은 일을 전부 해도 되는 건 아닙니다. 휴게시간은 다음 직무에 대비해 쉬고 있는 시간으로, 그 날 일이 완전히 끝나 직무에서 해방되는 퇴근 이후와는 당연히 그 성질이 다른데요. 휴게시간에는 △이후 직무에 지장을 주는 음주 등의 행위가 금지되며 △회사의 건물, 설비 등을 함부로 사용해서는 안 되고 △고성을 내거나 도박을 하는 등 다른 근로자들의 휴식을 방해하는 행위를 지양해야 합니다.
점심시간을 근무시간으로 보는 예외적인 경우도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으로 거래처 관계자와의 식사 등입니다. 판례는 사용자의 지시나 승인이 존재한다면 업무수행에 관한 제3자를 접대하는 시간 또한 근로시간으로 인정, 수당 지급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그러나 근로자 개인의 자발적 의사로 잡은 약속은 이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지휘-감독하에 놓여있는 시간이라면 근로자가 휴식이나 수면을 취했다고 해도 이는 근로시간에 포함됩니다. 예를 들어 점심시간인데도 "언제 전화가 올지 모르니 사무실에서 대기하라"는 지시가 있었다면 그 시간 동안 본래의 업무가 아닌 이른바 '딴짓'을 해도 근무시간이 아니라고는 볼 수 없는 거죠. (대법원 2006.11.23. 선고 2006다41990 판결)
A씨 사례로 돌아가볼까요? A씨는 점심시간 동안 별도의 근무를 지시받지도, 금지행위를 행하지도 않았기에 자유로운 휴식을 취할 권리를 가집니다. B씨의 "도시락 먹지 말라"는 말에 따를 필요도 없습니다.
◇"같이 밥 먹자"도 직장 내 갑질 될 수도
A씨 외에도 점심시간 탓에 스트레스를 받는 직장인이 적지 않습니다. 지난 3월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여성은 상사의 까다로운 점심 메뉴 선정에 하루 2시간 이상을 소비하다 결국 퇴사했다는 사연을 전하며 안타까움을 자아내기도 했는데요.
이유 없이 A씨의 자유로운 휴게시간 사용을 막고 같이 밥을 먹자며 강압적인 자세로 일관하는 B씨의 모습, 지속된다면 직장 내 괴롭힘으로 볼 여지가 있습니다. 직장내괴롭힘은 당사자들 간의 관계나 당시의 상황, 행위가 계속되고 반복된 정도 등을 고려해 판단합니다. 통상 상사의 사적 심부름이나 업무와 관련 없는 행위에 대한 강요가 지속될 경우 직장내괴롭힘으로 인정됩니다.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받는다면 사측은 피해자와 가해자를 분리한 뒤 지체 없이 사안을 조사하고 적절한 조치를 내려야 합니다. 괴롭힘이 있음을 알면서도 묵인하거나 늑장 대응을 하면 사업주가 처벌받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