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강자' 구글의 하드웨어 4전 5기..픽셀6에 달렸다

머니투데이 차현아 기자 2021.10.07 0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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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픽셀6 출시 안내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구글 픽셀6 출시 안내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구글이 자체 제작 스마트폰인 픽셀폰 신제품을 출시한다. 지난해 출시한 픽셀5에 이어 여섯 번째 제품으로, 직접 만든 스마트폰용 인공지능(AI) 칩까지 탑재하며 하드웨어 기업에 한 발 더 다가섰다. 그간 스마트폰 시장에선 존재감이 미미했던 구글이 이번에는 다른 모습을 보일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구글은 오는 19일 오전 발표행사를 열고 전략 스마트폰 픽셀6와 픽셀6 프로를 공개한다. 픽셀6는 5G(5세대 이동통신)를 지원하며 새로운 안드로이드12 운영체제(OS)가 탑재된다. 픽셀6 프로 모델은 120Hz(헤르츠) 주사율을 지원하며 6.71인치 QHD플러스 아몰레드 디스플레이가, 픽셀6 기본 모델에는 90Hz 주사율과 6.4인치 FHD 아몰레드 디스플레이를 적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출고가는 기본모델은 699달러(약 83만원)부터, 프로는 999달러(약 118만원)부터 시작될 전망이다.

이번 픽셀6에는 구글이 자체 설계한 AP(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인 텐서(Tensor)가 탑재됐다. AP는 모바일용 칩셋이다. 구글은 그동안 픽셀폰에 퀄컴의 스냅드래곤 AP를 적용해왔으나 픽셀6를 시작으로 퀄컴과 결별하고 반도체 칩까지 자체 제작하는 하드웨어 기업으로 발돋움할 방침이다.



픽셀6 시리즈는 텐서 덕분에 한층 진화한 기능을 갖췄다. 텐서는 구글의 AI 기술이 녹아든 결정체로, 제작 기간만 약 4년에 달한다. 가령 픽셀6의 AI는 초점이 맞지 않은 사진도 바로 선명하게 만들어준다. 음성을 실시간으로 문자 변환하는 기능도 갖췄다. 인터넷 연결 없이도 재생 중인 프랑스어 영상을 바로 한글 자막으로 볼 수 있다. 구글은 지난 8월 픽셀6 출시 계획을 밝히며 "텐서를 사용하면 우리가 항상 상상해왔던 스마트폰을 만들 수 있다"고 자신했다.

외신은 구글이 첫 폴더블폰인 픽셀폴드도 이르면 올해 중 출시할 것으로 예상한다. IT 전문매체 렛츠고디지털이 입수해 공개한 이미지 속 픽셀폴드는 7.6인치의 화면이 좌우로 접히는 형태로 최근 출시된 삼성전자의 갤럭시Z폴드3과 비슷하다. 렛츠고디지털은 픽셀폴드에도 텐서가 탑재될 것으로 내다봤다.

IT전문매체 렛츠고디지털이 공개한 픽셀폴드 렌더링 이미지.IT전문매체 렛츠고디지털이 공개한 픽셀폴드 렌더링 이미지.
뼈아픈 실패에도 잇따른 하드웨어 도전 왜
구글 픽셀폰은 2016년 'Made by Google'이라는 슬로건과 함께 출시한 전략 스마트폰이다. 2012년에는 모토로라를, 2017년에는 HTC의 스마트폰 개발 부문 인력을 인수하며 하드웨어 역량을 키웠다. 하지만 스마트폰 시장에서 영향력은 극히 미미하다. 지난해 상반기 구글의 북미 시장 스마트폰 점유율은 3%대에 불과했다. 세계시장 점유율은 훨씬 낮다.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구글은 스마트 기기 시장에서도 꾸준히 실패를 맛봤다. 2012년 구글은 세계 최초 스마트 글래스인 '구글글라스'를 출시했지만 사용성이 떨어져 불편하고 고가로 외면받았다. 당시 미국 과학기술 전문지인 MIT테크놀로지 리뷰는 구글글라스를 21세기 최악의 발명품 중 하나로 꼽았다. 구글은 2018년 태블릿PC 픽셀 슬레이트(Pixel Slate)를 출시했으나 1년 만에 단종했다. 이에 구글 디바이스 및 서비스 부문 수석 부사장인 릭 오스텔로는 자신의 트위터에 "구글 하드웨어 팀은 앞으로 노트북 개발에만 집중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 2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14 창조경제박람회를 찾은 관람객들이 구글 부스에서 구글글래스를 체험하고 있다. 2014.11.27/뉴스1  = 2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14 창조경제박람회를 찾은 관람객들이 구글 부스에서 구글글래스를 체험하고 있다. 2014.11.27/뉴스1
다만 텐서를 계기로 부진했던 스마트폰 사업의 반등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자사 제품에 최적화한 반도체로 생산 효율을 높이고, 미중 무역갈등과 코로나19 등에 의한 부품 수급 변수에도 대응할 수 있게 되서다. 구글 뿐만 아니라 애플과 테슬라 등 주요 IT(정보통신) 기업들 모두 반도체 자체개발에 나선 이유다. 구글이 텐서와 픽셀폰6을 두고 "드디어 목적지에 도달했다"고 자신하는 배경도 거기에 있다.

하드웨어 사업은 구글의 핵심 사업인 소프트웨어에도 중요하다. 자사 OS에 최적화한 하드웨어 기기로 소프트웨어 활용도를 극대화할 수 있어서다. 삼성전자 등 타사 하드웨어보다 자체 하드웨어를 통하면 고객 데이터를 확보하는 게 훨씬 용이하다는 장점도 있다. 하드웨어 사업 확대를 위해 현재 구글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호세 북부에 하드웨어 연구개발(R&D) 센터를 짓고 있다.

CNBC는 "픽셀6는 보급형 스마트폰에 집중해왔던 구글이 이제는 플래그십 모델을 내걸고 삼성전자, 애플과 직접 경쟁하겠다는 전략"이라면서도 "실시간 번역 기능같은 AI 기술이 소비자가 갤럭시나 아이폰 대신 픽셀6를 선택하는 요인이 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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