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팅 전문가'를 자칭하는 한 유튜버는 한 방송에서 강남역 지하상가를 걷다 우연히 한 여성과 마주쳤다. 이 유튜버는 '너무 맘에 든다'며 여성의 뒤를 100여m 따라 걸으며 "내게 기회를 달라"고 전화번호를 요구했다. 이 여성은 계속해 '남자친구가 있다'며 거절했으나 유튜버의 말이 이어지자 끝내 전화번호를 알려줬다. 구독자들은 일제히 '용기가 부럽다' '남자는 자신감'이라는 댓글을 남겼다.
남성에겐 '훈장'·여성에겐 '공포'…"픽업 아티스트는 연애 전문가도 아냐"
/사진 = 게티이미지
이같은 '번호따기'가 범죄로 이어지는 경우도 잦다. 지난 3월 서울중앙지법은 강남구 길가에서 우연히 마주친 16세 미성년 여성의 전화번호를 알아낸 뒤 수십 차례 전화를 걸어 '친하게 지내자, 예쁘다'고 말한 36세 남성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지난 1월에도 귀가하던 여성의 뒤를 밟아 집 공동현관에서 가슴 등 신체 부위를 만진 20대 남성이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여대 등 대학가가 밀집한 지역에서는 이같은 스토킹 범죄가 자주 발생한다. 혜화역 대학로나 홍대입구역, 이화여대가 근처에 있는 신촌 등이 스토킹 범죄가 자주 일어나는 '우범지대'다. 신촌지구대 관계자는 "여대가 많은 지역일수록 스토킹 피해가 잦아 중점 순찰을 하고 있다"며 "연락처를 알려주지 않겠다는 여성의 뒤를 밟거나 하는 것은 엄연한 범죄"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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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정보업계에서는 이같은 행위가 성공적인 연애와는 거리가 먼 행동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결혼정보회사 관계자는 "조건과 상황이 다 맞는 이성을 만나도 수십번 이상의 만남을 거쳐야 연인으로 발전할 수 있다"며 "길거리에서 처음 보는 남녀가 바람직한 관계가 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했다.
'픽업'이 집착으로, 집착이 스토킹으로…이제부터는 모두 처벌 받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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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만에 스토킹 범죄에 대한 형량을 대폭 강화한 처벌법이 시행된 것은 최근 스토킹 범죄 피해가 잇따르고 있음에도 제대로 된 처벌규정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일례로 서울 노원구에서 세 모녀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김태현은 피해 여성을 약 2달간 스토킹했다. 그럼에도 자신을 만나주지 않자 피해자의 집을 찾아가 피해자와 여동생, 모친까지 살해했다.
형사 전문 김기윤 변호사는 "번호를 묻는 것 자체만으로는 범죄가 되지 않을 수 있으나 거부 의사를 밝히는데도 지속적으로 연락·접근하는 것은 스토킹범죄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 과정에서 반복성이 인정되면 형사처벌의 대상이 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