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바이오주 없이 올 수익률 30%…어디에 투자했을까

머니투데이 정인지 기자 2021.10.07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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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을 이기는 액티브 펀드②-1]박성재 VIP자산운용 밸류팀장

박성재 VIP자산운용 밸류팀장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박성재 VIP자산운용 밸류팀장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한국 경제 전체가 좋아져야만 주식시장이 상승하는 시기는 지났습니다. 한국 경제는 이미 저성장 기조에 들어섰고, 코로나19(COVID-19) 이후에도 해결된 건 없어요. 그럼에도 주식투자를 해야 하는 이유는 거시 경제가 아니라 개별 산업과 기업이 성장하고 있어서 입니다."

박성재 VIP자산운용 밸류팀장은 "아직 주식 시장을 떠날 때가 아니"라며 이렇게 말했다. 박 팀장은 전문 사모운용사인 VIP자산운용이 KTB자산운용과 손잡고 만든 공모펀드 KTBVIP스타셀렉션을 자문하고 있다.



이 펀드의 올해 누적 수익률은 30%(한국펀드평가 1일 기준). 전체 국내주식형 공모펀드 중 4위를 기록하고 있다. 3년 장기 수익률도 146%에 달한다.

KTBVIP스타셀렉션은 2015년 VIP자산운용 직원들의 퇴직연금을 운용하기 위해 출시된 KTB VIP밸류퇴직연금 수익률이 좋자 같은 모펀드를 이용해 추가로 만든 공모펀드다. KTB VIP밸류퇴직연금에는 최준철·김민국 VIP자산운용 대표를 비롯해 대부분의 임직원들이 가입돼 있다.



KTBVIP스타셀렉션이 올해 높은 수익을 달성한 것은 실적이 탄탄하면서도 구조적 성장이 가능한 기업에 선별 투자했기 때문이다. 바텀업으로 밸류에이션 매력이 있는 주식을 고른다는 점은 가치주 투자로 유명한 VIP자산운용의 기본 전략과 동일하다. 순자산을 기준으로 하는 자산주 또는 단순 배당주 투자는 지양하고 있다.

박 팀장은 "성장주를 중심으로 투자하지만 시장에서 주목하는 방식과는 다르다"며 "배터리 업체나 신약 개발이 중심인 바이오주에는 투자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대신 전방산업으로 흐름을 읽을 수 있는 소재주처럼 전방의 투자계획과 함께 1~2년 내 이익이 가시화될 수 있는 기업을 중심으로 투자하고 있다.

박 팀장이 애초에 VIP자산운용의 '퇴직연금 관리자'로 나서게 된 이유도 성장주로 장기 투자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는 분석에서다. 박 팀장은 성장 가치주로 운용하는 K리더스 시리즈를 일임 등으로 운용하고 있다. 현재 박 팀장이 사모, 자문, 일임 등으로 운용하는 전체 주식운용규모는 약 6000억원이다.


박 팀장은 "성공적인 투자를 위해서는 사실·정보 수집 능력과 이에 기반한 분석과 이익 추정이 중요하다"며 "특히 성장주는 이익 추정에 따라 주가 변동성이 커지다보니 미래 이익을 얼마나 합리적이고 정교하게 계산할 수 있느냐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보 수집을 위해서는 열심히 발로 뛰어야 한다"며 기업 탐방을 강조했고 "코로나19 이후 직접 탐방은 어렵지만 주기적인 컨퍼런스콜과 경영진 및 산업 전문가들과의 미팅을 통해 기업의 경쟁력을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성장주 내에서도 옥석 가리기가 지속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3년, 5년 뒤에 갑자기 성장하길 기대하기보다는 지금도 실적이 지속적으로 받춰줘야 주가가 유지된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판단에서 KTBVIP스타셀렉션에서는 기존 화학사업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내면서도 2차전지 소재주로 변신하고 있는 한솔케미칼(7월 펀드 내 보유비중 7.8%), SKC(6.21%) 등을 담고 있다.

바이오 중에서도 엘앤씨바이오(7.24%)처럼 의료기기 업체를 선호한다. 박 팀장은 "돈을 잘 벌면서 배당보다는 자기자본이익률(ROE)을 높이기 위해 재투자하는 회사를 눈여겨 본다"며 "미국, 중국에 진출하고 있는 의료기기 기업들은 안정적인 유통망을 구축하고 생산을 확대해 이익 성장을 예측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펀드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산업의 상관관계가 낮은 기업들에 분산투자한다. 2차전지 소재 외에 반도체, 엔터테인먼트 등에 나눠담는 것이다.

최근 대내외 불확실성에 코스피지수가 2900선으로 떨어졌지만 박 팀장은 국내 증시의 이익은 계속 올라오면서 하방경직성이 강해졌기 때문에 주식 투자 비중을 줄일 때는 아니라고 조언했다. 그는 "투자자들이 이미 올랐는데 더 오를 수 있겠느냐, 한국 경제가 어려운데 주가가 어떻게 계속 오르냐는 질문을 많이 한다"면서도 "더이상 주식시장이 한국 경제를 대변하는 시기는 지났다"고 지적했다.

박 팀장은 "경제 상황과는 달리 투자하고 있는 기업들의 이익은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며 "올 연말까지 나올 만한 악재는 거의 노출 돼 시장 변동성은 커질 수 있지만 기업 선택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투자의 희망은 거시 경제가 아니고 기업에서 찾아야 한다"며 "투자를 하지 않으면 노후 대비를 하기가 힘든 현실 속에서 개인투자자들이 주식시장에 계속 머물며 단기적인 시장의 노이즈에 반응하기보다 중장기적인 기업의 경쟁력에 집중해 투자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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