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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를 아예 안 먹지 않는다면, 나는 무조건 먹어봤겠지

머니투데이 세종=최우영 기자 2021.10.05 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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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바다이야기, 어록(魚錄)(16)] 국민횟감 '넙치'가 맛있는 계절이 돌아온다

편집자주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우리나라 물고기, 알고 먹으면 더 맛있다.
회를 아예 안 먹지 않는다면, 나는 무조건 먹어봤겠지




전국 어느 횟집에 가도 항상 수조에 들어있는 녀석이 있다. 흔히 '광어'라고 불리는 넙치다. 모듬회를 시키면 으레 넙치와 다른 어종을 섞어 내놓는다. 그야말로 '국민 횟감'이다.

사실 넙치가 처음부터 대중적인 횟감인 것은 아니었다. 자연에서 어획에만 의존하던 때에는 쉽게 접하기 힘든 고급 생선이었다. 넙치가 우리 곁으로 다가올 수 있었던 건 30여년 전 이미 대량 양식의 길을 열어놓은 수산과학자들의 노고에 힘입은 게 크다.

닥치는대로 잡아먹는 바다의 포식자
지난 4월 19일 경북 포항시 북구 송도동 포항수협활어위판장에서 어민이 방금 잡아온 대광어 한마리를 경매장으로 옮기고 있다. /사진=뉴스1지난 4월 19일 경북 포항시 북구 송도동 포항수협활어위판장에서 어민이 방금 잡아온 대광어 한마리를 경매장으로 옮기고 있다. /사진=뉴스1
넙치는 우리나라 전 연안과 쿠릴열도, 일본, 남중국해 등 태평양의 서쪽 중에서도 북위 30~45도 지역에 주로 산다. 우리나라에선 봄에 서해 연안을 따라 북쪽으로 이동해 살다가 가을에 다시 남하해 겨울철 흑산도 서쪽 해역 등에서 겨울을 난다. 긴 타원형으로 납작한 몸에 입이 아주 크다. 아래턱이 위턱보다 좀 더 나와있고, 양턱에 날카로운 송곳니가 1줄로 나있다. 눈이 있는 등쪽의 비늘은 빗비늘로 아주 작고, 눈이 없는 쪽은 둥근 비늘이다.



이처럼 큰 입과 날카로운 송곳니를 지닌 넙치는 어릴 때 요각류와 젓새우류 같은 소형 갑각류를 먹다가 성장하면서는 다른 생선을 잡아먹게 된다. 이 밖에도 새우와 갯가재 등 대형 갑각류와 오징어 및 조개를 먹는 바다 생태계의 상위 포식자로 자리잡는다. 자연에선 부화 후 1년이면 24㎝, 2년이면 35㎝, 3년이면 45㎝, 5년이면 61㎝ 안팎으로 성장한다. 떄때로 1미터 넘는 넙치가 낚시로 잡히는 경우가 보고된다. 반면 양식산은 1년~1년 반이면 45㎝ 이상 성장한다.

넙치는 우리나라 전 연안에서 저층트롤 어업으로 어획되며 주어기는 12~3월이다. 어획 금지 기간은 없지만 35㎝ 이하를 잡으면 최대 80만원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한 해에 약 4만톤의 양식 넙치가 시장에 나오는데, 자연산보다 많다. 넙치는 우리나라 양식산 어류의 약 60%를 차지한다.

몸이 넓어 '넙치' 가자미와 다른 점은 '눈'
(왼쪽)넙치 (오른쪽)가자미의 일종인 각시가자미. /사진=국립수산과학원(왼쪽)넙치 (오른쪽)가자미의 일종인 각시가자미. /사진=국립수산과학원
넙치는 '넓다'는 말에 물고기를 뜻하는 '치'가 붙어 '몸이 넓은 물고기'를 뜻한다. 횟집에서는 한자어로 광어(廣魚)로 더 많이 알려졌다. 이전에는 넙치만 표준어로 인정 받고 광어는 사투리 취급을 받았지만 최근에는 우렁쉥이(멍게), 조피볼락(우럭)처럼 넙치와 광어 모두 표준어로 통한다.

넙치의 학명은 Paralichthys olivaceus이다. 속명인 Paralichthys는 그리스어로 '평행'의 Parallelos와 '고기'란 ichthys의 합성어로 두 눈이 같은 방향으로 향해 있음을 나타낸다. 영어명은 눈이 왼쪽에 모여있다 하여 lefteye flounder, 체색이 올리브 색과 유사하고 그 향이 느껴진다는 이유로 olive flounder, 또는 체장 2.3m에 체중이 300kg 가까이 나가는 대서양가자미(halibut)와 모양이 유사하지만 크기가 작아 bastard halibut이라 부른다. 중국에서는 야핑(牙?), 일본에서는 히라메(平目)라 불리운다.

중국 전설에서는 넙치에 대해 "동쪽 바다에 사는 비목어(比目魚)는 눈이 한 쪽 밖에 없기 때문에 두 마리가 좌우로 달라붙어야 비로소 제대로 헤엄을 칠 수 있다"며 상상 속 물고기로 여겼다. 여기서 나온 말이 비목동행(比目同行). '서로 떨어지려고 하지 않고 늘 함께 다니는 사이', 사랑하는 연인들에게서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왼쪽에 붙은 양 눈, 어릴 때부터 그런 건 아니다
부화 후 20일 이후 변태과정을 거치며 몸이 납작해지고, 오른쪽 눈이 이동해 몸의 왼쪽에 두 눈이 위치한다. /사진=넙치 자어의 발달과정부화 후 20일 이후 변태과정을 거치며 몸이 납작해지고, 오른쪽 눈이 이동해 몸의 왼쪽에 두 눈이 위치한다. /사진=넙치 자어의 발달과정
넙치와 비슷하게 생긴 생선으로는 가자미가 있다. 한쪽으로 눈이 몰린 납작한 생선이라 그렇다. 넙치는 눈이 왼쪽으로 몰린 반면 가자미는 오른쪽으로 몰려있다. 그래서 이를 구분하는 유명한 말이 '좌광 우도'다. 넙치(광어)는 왼쪽, 가자미의 일종인 도다리는 오른쪽이라는 뜻이다. 노재구 국립수산과학원 해양수산연구관은 외우기 쉬운 방법으로 "넙!치!는 왼!쪽!(두글자), 가!자!미!는 오!른!쪽!(세글자)"을 알려준다. 다만 가자미 중 강도다리는 넙치와 마찬가지로 눈이 왼쪽으로 몰린 '예외'다.

이러한 넙치 눈이 처음부터 한쪽으로 몰린 것은 아니다. 알에서 부화한 지 20일이 지날 때까진 다른 물고기와 마찬가지로 두 눈이 양쪽에 하나씩 있다. 그런데 20~25일이 지나면서 몸이 점점 납작해지고 오른쪽 눈이 서서히 왼쪽으로 이동해, 부화 후 30~40일이 지나면 우리가 아는 넙치 모습이 된다. 이러한 변태는 포식자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모래나 펄 바닥에 자신을 숨기고 양 눈은 모래 밖으로 노출시켜 먹이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진화한 결과다.

넙치의 또다른 특징은 겉모습을 주변 환경과 같은 보호색으로 바꿀 수 있다는 점이다. 눈에 보이는 주위 환경의 색을 인식해 뇌로 신경자극을 보내면 이것이 색소세포를 자극하는 신경섬유로 전달돼 색소세포의 입자를 키우거나 줄이는 방식으로 변한다. 모래와 바위가 있는 수족관에 넙치를 넣어놓으면 찾기 힘들기 때문에 '바다의 카멜레온'이라고도 불린다.

'귀한 몸'에서 '서민 횟감'이 되기까지
제주도 양식장의 넙치떼. /사진=뉴시스제주도 양식장의 넙치떼. /사진=뉴시스
넙치 소비가 자연산 어획에 의존하던 때에는 귀한 몸으로 대접 받았다. 그러나 대량 양식이 이뤄지면서 서민들도 부담 없이 넙치회를 즐기게 됐다.

우리나라 넙치 종묘생산기술은 국립수산진흥원(현 국립수산과학원)에서 시작됐다. 국립수산진흥원은 1981년 경남 거제 외포리에서 성숙한 자연산 어미로부터 확보한 수정란을 이용해 종묘생산을 시도했다. 1988년에는 대량생산기술의 안전화와 함께 수정란의 본격적인 분양을 시작했다.

1990년부터 산업적 규모의 넙치 종묘생산이 시작됐으며 이 당시 동해안, 남해안 및 제주도에 대규모 양성장이 들어서면서 오늘날과 같은 넙치 전성시대를 열었다. 그 결과 넙치 생산량은 우리나라가 세계 1위다. 또 암컷의 성장이 빠르기에 종묘 전체를 암컷으로 생산하는 기술, 성(性)적으로 분화하기 전 어린 개체의 암수를 구분하는 기술, 성장이 30% 이상 빠른 신품종 개발, 질병에 강하고 고수온 등 환경변화에 강한 넙치개발 기술 등이 확보돼 이용중이다.

넙치, 어떻게 먹어야 맛있을까
해양수산부과 국립수산과학원이 30가지 광어 요리법을 담은 ‘광어야, 요리를 부탁해!’ 책자를 발간했다. /사진=해양수산부해양수산부과 국립수산과학원이 30가지 광어 요리법을 담은 ‘광어야, 요리를 부탁해!’ 책자를 발간했다. /사진=해양수산부
넙치는 단백질 함량이 높고 지방 함량이 낮은 고단백 저지방 식품인데 부위별로 지방 함량이 다르다. 지느러미는 지방 함량이 높아 특유의 고소한 맛과 근육의 씹히는 식감이 일품이다. 지느러미 근육에는 세포들을 연결하는 콜라겐 단백질과 콘드로이틴황산이 많이 들어있어 피부미용에도 좋다. 예로부터 산후 조리에도 넙치를 넣은 미역국을 끓이는 것을 제일로 쳤다.

넙치 강국답게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활어 상태로 유통돼 식탁에 오르기 직전까지 싱싱한 게 장점이다. 대부분 회로 소비되고 있으나 스테이크, 탕수, 튀김, 구이 등 다양한 요리로 활용이 가능하다. 국립수산과학원에서 발간한 '광어야 요리를 부탁해'는 가정에서 손쉽게 즐길 수 있는 광어요리 30가지를 소개하고 있다.

한편 한방에서 넙치는 '몸이 허한 사람을 보(補)해주고, 기혈이 부족한 사람에게는 기운을 더해주며, 입맛이 없고 식욕의 감퇴가 오는 모든 증상을 없애준다'고 일컫는다. 이 밖에도 어린이의 발육에 필요한 라이신이 많고, 지방질이 적으며 소화가 잘돼 노인과 병의 회복기에 있는 사람에게도 훌륭한 식품이다. 넙치에는 단백질 100 g당 유리아미노산의 일종인 타우린이 196 ㎎ 들어있어 혈압조절 작용, 동맥경화 예방, 인슐린 분비촉진에 의한 당뇨병 치료 등과 같은 건강 기능효과가 있다.

자연산 넙치는 '배가 흰색' 얼마나 유효할까
자연산 넙치의 특징인 새하얀 배. 다만 최근에는 양식기술의 발달로 배가 하얀 양식산 넙치도 나온다. /사진=최우영 기자자연산 넙치의 특징인 새하얀 배. 다만 최근에는 양식기술의 발달로 배가 하얀 양식산 넙치도 나온다. /사진=최우영 기자
모든 음식에 제철이 있듯 넙치와 관련해서는 '봄 도다리, 가을 넙치'가 알려져 있다. 풍부하게 영양을 섭취하는 여름부터 가을, 겨울로 갈수록 넙치의 맛이 좋아진다는 뜻이다. '5월 넙치는 개도 안 먹는다'는 말은 산란기인 5월에 영양을 소모하기 때문이다. 다만 자연산과 달리 양식산 넙치는 연중 영양가 좋은 사료를 듬뿍 섭취하는 덕분에 계절에 따른 영양성분의 차이가 적고, 양식기술의 개발로 산란기를 거치지 않기에 사시사철 맛있는 상태를 유지한다.

일부 미식가들은 입맛으로 자연산 넙치를 구분해낸다고 하지만 이는 쉽지 않다. 오히려 잡힌 지 오래된 자연산 넙치는 수조에서 받는 스트레스 때문에 양식산보다 육질이 떨어질 때도 있다. 보통 양식산 넙치의 배 밑에는 검은 반점처럼 이끼 자국이 있고, 자연산 넙치의 배는 새하얀 게 특징이지만 최근 양식기술의 발달로 양식산 넙치도 흰색의 배를 가진 경우가 있다.

이 밖에도 지느러미가 찢어지지 않았다거나 야생에 적응하느라 이빨이 크고 불규칙한 것이 자연산이라고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자연산을 구별하는 단편적인 예에 불과하다. 노재구 연구관은 "오히려 넙치의 성장 단계에 따라 필요한 영양 성분이 고루 들어있는 사료를 배불리 먹고 자란 양식산 넙치가 영양적으로 우수하다"며 "봄철 산란기를 제외하고는 언제나 맛있는 것이 특징이지만 겨울을 대비해 지방을 축적하는 9월부터 12월까지가 가장 맛있는 시기라 할 수 있다"고 전했다.

제철 맞은 넙치, 싸고 맛있게 즐기는 방법
/사진=해양수산부/사진=해양수산부
맛있는 넙치를 지금 당장 저렴하게 사먹는 방법이 있다. 해양수산부가 올해 1년 내내 여는 '대한민국 수산대전'이다. 코로나19로 지친 국민들과 어민들을 위한 수산물 할인행사다. 대한민국 수산대전 홈페이지(www.fsale.kr)에서 현재 진행중인 할인행사와 이벤트, 제철 수산물 정보 등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다.

대한민국 수산대전에는 전통시장부터 오프라인 마트, 온라인 쇼핑몰, 생활협동조합, 수산유통 스타트업 등 수산물 주요 판매처가 대부분 참여한다.

대형마트 8개사(이마트, 홈플러스, 농협하나로유통, 롯데마트, GS리테일, 메가마트, 서원유통, 수협마트), 온라인 쇼핑몰 15개사(11번가, 컬리, 쿠팡, 한국우편사업진흥원, 이베이코리아, 수협쇼핑, 위메프, 오아시스, SSG.com, CJ ENM, 더파이러츠, GS홈쇼핑, 롯데온, 인터파크, 꽃피는아침마을), 생협 4개사(한살림, 아이쿱, 두레, 행복중심 생협), 수산 창업기업 4개사(얌테이블, 삼삼해물, 풍어영어조합법인, 바다드림)에서 사시사철 할인 쿠폰을 뿌린다.


행사기간에 맞춰 생선을 주문하면 정부가 지원하는 20% 할인에 참여업체 자체 할인을 더해 반값에도 구입할 수 있다. 제로페이앱을 쓰면 전통시장에서 쓸 수 있는 모바일 수산물 상품권을 30% 할인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맨날 먹는 횟감이라고 식상하다는 이들도 있지만, 이는 그만큼 자주 먹어 익숙하다는 뜻이다. 때로는 처음 보는 어종에 도전하는 것도 미덕이지만 제철을 맞이한 요즘, 언제나 한결 같은 넙치 맛을 있는 그대로 즐겨보는 건 어떨까.
누구나 아는 그 맛, 광어회. /사진=수협쇼핑누구나 아는 그 맛, 광어회. /사진=수협쇼핑
감수: 노재구 국립수산과학원 제주수산연구소 해양수산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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