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닥치는대로 잡아먹는 바다의 포식자

넙치는 우리나라 전 연안에서 저층트롤 어업으로 어획되며 주어기는 12~3월이다. 어획 금지 기간은 없지만 35㎝ 이하를 잡으면 최대 80만원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한 해에 약 4만톤의 양식 넙치가 시장에 나오는데, 자연산보다 많다. 넙치는 우리나라 양식산 어류의 약 60%를 차지한다.

넙치의 학명은 Paralichthys olivaceus이다. 속명인 Paralichthys는 그리스어로 '평행'의 Parallelos와 '고기'란 ichthys의 합성어로 두 눈이 같은 방향으로 향해 있음을 나타낸다. 영어명은 눈이 왼쪽에 모여있다 하여 lefteye flounder, 체색이 올리브 색과 유사하고 그 향이 느껴진다는 이유로 olive flounder, 또는 체장 2.3m에 체중이 300kg 가까이 나가는 대서양가자미(halibut)와 모양이 유사하지만 크기가 작아 bastard halibut이라 부른다. 중국에서는 야핑(牙?), 일본에서는 히라메(平目)라 불리운다.
중국 전설에서는 넙치에 대해 "동쪽 바다에 사는 비목어(比目魚)는 눈이 한 쪽 밖에 없기 때문에 두 마리가 좌우로 달라붙어야 비로소 제대로 헤엄을 칠 수 있다"며 상상 속 물고기로 여겼다. 여기서 나온 말이 비목동행(比目同行). '서로 떨어지려고 하지 않고 늘 함께 다니는 사이', 사랑하는 연인들에게서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왼쪽에 붙은 양 눈, 어릴 때부터 그런 건 아니다

이러한 넙치 눈이 처음부터 한쪽으로 몰린 것은 아니다. 알에서 부화한 지 20일이 지날 때까진 다른 물고기와 마찬가지로 두 눈이 양쪽에 하나씩 있다. 그런데 20~25일이 지나면서 몸이 점점 납작해지고 오른쪽 눈이 서서히 왼쪽으로 이동해, 부화 후 30~40일이 지나면 우리가 아는 넙치 모습이 된다. 이러한 변태는 포식자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모래나 펄 바닥에 자신을 숨기고 양 눈은 모래 밖으로 노출시켜 먹이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진화한 결과다.
넙치의 또다른 특징은 겉모습을 주변 환경과 같은 보호색으로 바꿀 수 있다는 점이다. 눈에 보이는 주위 환경의 색을 인식해 뇌로 신경자극을 보내면 이것이 색소세포를 자극하는 신경섬유로 전달돼 색소세포의 입자를 키우거나 줄이는 방식으로 변한다. 모래와 바위가 있는 수족관에 넙치를 넣어놓으면 찾기 힘들기 때문에 '바다의 카멜레온'이라고도 불린다.
'귀한 몸'에서 '서민 횟감'이 되기까지

우리나라 넙치 종묘생산기술은 국립수산진흥원(현 국립수산과학원)에서 시작됐다. 국립수산진흥원은 1981년 경남 거제 외포리에서 성숙한 자연산 어미로부터 확보한 수정란을 이용해 종묘생산을 시도했다. 1988년에는 대량생산기술의 안전화와 함께 수정란의 본격적인 분양을 시작했다.
1990년부터 산업적 규모의 넙치 종묘생산이 시작됐으며 이 당시 동해안, 남해안 및 제주도에 대규모 양성장이 들어서면서 오늘날과 같은 넙치 전성시대를 열었다. 그 결과 넙치 생산량은 우리나라가 세계 1위다. 또 암컷의 성장이 빠르기에 종묘 전체를 암컷으로 생산하는 기술, 성(性)적으로 분화하기 전 어린 개체의 암수를 구분하는 기술, 성장이 30% 이상 빠른 신품종 개발, 질병에 강하고 고수온 등 환경변화에 강한 넙치개발 기술 등이 확보돼 이용중이다.
넙치, 어떻게 먹어야 맛있을까

넙치 강국답게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활어 상태로 유통돼 식탁에 오르기 직전까지 싱싱한 게 장점이다. 대부분 회로 소비되고 있으나 스테이크, 탕수, 튀김, 구이 등 다양한 요리로 활용이 가능하다. 국립수산과학원에서 발간한 '광어야 요리를 부탁해'는 가정에서 손쉽게 즐길 수 있는 광어요리 30가지를 소개하고 있다.
한편 한방에서 넙치는 '몸이 허한 사람을 보(補)해주고, 기혈이 부족한 사람에게는 기운을 더해주며, 입맛이 없고 식욕의 감퇴가 오는 모든 증상을 없애준다'고 일컫는다. 이 밖에도 어린이의 발육에 필요한 라이신이 많고, 지방질이 적으며 소화가 잘돼 노인과 병의 회복기에 있는 사람에게도 훌륭한 식품이다. 넙치에는 단백질 100 g당 유리아미노산의 일종인 타우린이 196 ㎎ 들어있어 혈압조절 작용, 동맥경화 예방, 인슐린 분비촉진에 의한 당뇨병 치료 등과 같은 건강 기능효과가 있다.
자연산 넙치는 '배가 흰색' 얼마나 유효할까

일부 미식가들은 입맛으로 자연산 넙치를 구분해낸다고 하지만 이는 쉽지 않다. 오히려 잡힌 지 오래된 자연산 넙치는 수조에서 받는 스트레스 때문에 양식산보다 육질이 떨어질 때도 있다. 보통 양식산 넙치의 배 밑에는 검은 반점처럼 이끼 자국이 있고, 자연산 넙치의 배는 새하얀 게 특징이지만 최근 양식기술의 발달로 양식산 넙치도 흰색의 배를 가진 경우가 있다.
이 밖에도 지느러미가 찢어지지 않았다거나 야생에 적응하느라 이빨이 크고 불규칙한 것이 자연산이라고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자연산을 구별하는 단편적인 예에 불과하다. 노재구 연구관은 "오히려 넙치의 성장 단계에 따라 필요한 영양 성분이 고루 들어있는 사료를 배불리 먹고 자란 양식산 넙치가 영양적으로 우수하다"며 "봄철 산란기를 제외하고는 언제나 맛있는 것이 특징이지만 겨울을 대비해 지방을 축적하는 9월부터 12월까지가 가장 맛있는 시기라 할 수 있다"고 전했다.
제철 맞은 넙치, 싸고 맛있게 즐기는 방법

대한민국 수산대전에는 전통시장부터 오프라인 마트, 온라인 쇼핑몰, 생활협동조합, 수산유통 스타트업 등 수산물 주요 판매처가 대부분 참여한다.
대형마트 8개사(이마트, 홈플러스, 농협하나로유통, 롯데마트, GS리테일, 메가마트, 서원유통, 수협마트), 온라인 쇼핑몰 15개사(11번가, 컬리, 쿠팡, 한국우편사업진흥원, 이베이코리아, 수협쇼핑, 위메프, 오아시스, SSG.com, CJ ENM, 더파이러츠, GS홈쇼핑, 롯데온, 인터파크, 꽃피는아침마을), 생협 4개사(한살림, 아이쿱, 두레, 행복중심 생협), 수산 창업기업 4개사(얌테이블, 삼삼해물, 풍어영어조합법인, 바다드림)에서 사시사철 할인 쿠폰을 뿌린다.
행사기간에 맞춰 생선을 주문하면 정부가 지원하는 20% 할인에 참여업체 자체 할인을 더해 반값에도 구입할 수 있다. 제로페이앱을 쓰면 전통시장에서 쓸 수 있는 모바일 수산물 상품권을 30% 할인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맨날 먹는 횟감이라고 식상하다는 이들도 있지만, 이는 그만큼 자주 먹어 익숙하다는 뜻이다. 때로는 처음 보는 어종에 도전하는 것도 미덕이지만 제철을 맞이한 요즘, 언제나 한결 같은 넙치 맛을 있는 그대로 즐겨보는 건 어떨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