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를 앞둔 지난 1일 서울 용산전자상가에서 만난 한 소매상인은 반도체 D램 가격을 묻자 이렇게 말했다. 그는 "7월부터 물량이 늘면서 가격이 뚝뚝 떨어졌다"며 "물량이 남아돌아 가격이 좀더 떨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D램 현물가 올들어 최저가…작년 수준으로
SK하이닉스 DDR5 D램. /사진제공=SK하이닉스
D램은 주로 애플·화웨이·델 같은 스마트폰·PC 제조사가 분기별로 대량 구매하는 품목이지만 일부는 총판을 통해 소매점으로 풀려 일반 소비자에게 팔린다. 조립 PC를 만들어 파는 자영업자나 PC 메모리를 업그레이드하는 PC방 업주가 전자상가의 주 고객이다. PC 부품을 사서 조립하는 20~30대 일반인도 많이 찾는다.
이런 소매시장에서 거래되는 물량은 D램 전체 시장의 10%가량이다. 이 곳에서 거래되는 가격을 현물가격, 반도체 업체가 대형 고객사에 분기별로 공급할 때의 가격을 고정거래가격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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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도 2~6개월 차 두고 고정거래가 동반하락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캠퍼스 2라인 전경. /사진제공=삼성전자
한 소매상은 "재고가 많으니 가격이 떨어지는 것"이라며 "소매시장에서 거래되는 반도체가 기업들끼리 거래하는 물량에 비해 소량이긴 하지만 소매시장에 이 정도 물량이 남아돈다면 기업간 거래 협상에서도 조만간 가격이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현물가격은 빠르면 2개월, 늦어도 6개월 정도의 시차를 두고 고정거래가격에 반영되는 경향을 보인다. 지난해의 경우 D램 현물가격이 1월 중순부터 5월까지 하락하자 같은 해 1분기 2.7%, 2분기 14% 올랐던 고정거래가격이 7월부터 하락세로 돌아서 연말까지 5개월 연속 떨어졌다.
반도체 겨울 더 빨리 오나
올 하반기 들어 D램익스체인지 외에도 4분기 고정거래가격 하락 예상을 내놓은 곳이 있었지만 대부분 PC용 D램에 대한 전망이었을 뿐 서버용 D램 가격은 최근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이 대다수였다. 삼성전자 (79,600원 ▲700 +0.89%)와 SK하이닉스 (182,300원 ▲3,600 +2.01%)가 지난 7월 말 실적 콘퍼런스콜(전화회의)에서 고점론 우려를 두고 과장된 것이라는 반응을 내놨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PC용 D램에 이어 서버용 제품의 가격도 하락할 수 있다는 쪽으로 시장 전망이 확연하게 달라진 분위기다. 서버용 D램의 경우 구글, 아마존, 알리바바 등 글로벌 IT업체들이 지난 1~2분기 재고 확보에 주력하면서 현재 10주 이상의 물량을 확보한 업체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재고가 쌓인 만큼 가격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내년 1분기 삼성전자 이익 감소 전망
시장 한 인사는 "7~8월부터 급락했던 PC용 D램 현물가격이 시장 전반의 공급과잉에 대한 강한 신호였을 수 있다"며 "삼성전자의 주가가 8만원대에서 7만원대로 떨어진 시점도 이 시기와 맞물린다"고 말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다만 삼성전자의 3, 4분기 실적에 대한 우려는 적다고 본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증권사들의 전망치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3분기 매출 73조3613억원, 영업이익 15억7890억원을 올린 것으로 예상된다. 4분기 매출과 영업이익 전망치는 각각 74조9721억원, 15조6628억원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4분기 반도체 가격 하락이 시작되면 반도체 업계의 실적 하락세는 내년쯤 본격화할 것"이라며 "삼성전자의 내년 1분기 영업이익이 올 4분기보다 2조원가량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