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도 도수는 술도 아니지"…정말 괜찮을까?

머니투데이 구단비 기자 2021.10.03 06:00
글자크기

[논톡식(論Talk食)] 건강한 음식이야기를 논하다

/사진=이미지투데이/사진=이미지투데이


논톡식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논톡식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바야흐로 저도주의 시대다. 건강과 맛을 동시에 챙기려는 젊은 층들이 알코올 도수가 낮은 저도주를 찾는 일이 늘어나면서 주류업체들이 너나 할 것 없이 경쟁적으로 저도주를 출시하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지난달 30일 알코올 도수 2도인 과일 발포주 '필라이트 라들러 자몽'을 출시했다. 진하고 도수가 높은 무거운 술보다 도수가 낮아 가벼우면서도 달콤한 술의 인기를 체감하면서 나온 신제품이다.



롯데칠성음료도 최근 대표 맥주 브랜드인 클라우드의 도수를 낮추고 망고향을 첨가한 '클라우드 하드셀처'를 출시하는 등 주류업계의 변화는 계속되고 있다.

레모나·메로나 더해 "달달하네~"…소주도 도수 확 낮췄다
사진 왼쪽부터 이슬톡톡 레모나, 순하리 레몬진, 호가든 포멜로, 필라이트 라들러 자몽./사진제공=하이트진로, 롯데칠성, 호가든사진 왼쪽부터 이슬톡톡 레모나, 순하리 레몬진, 호가든 포멜로, 필라이트 라들러 자몽./사진제공=하이트진로, 롯데칠성, 호가든
기존 주류제품에 익숙한 맛을 더한 콜라보레이션 제품들도 저도주로 출시됐다. 롯데칠성은 지난 5월 알코올 도수 4.5도, 7도의 과일탄산주 '순하리 레몬진'을 선보이기도 했다.



하이트진로는 경남제약과 손잡고 '이슬톡톡 레모나'를 선보였는데 소주에도 불구하고 도수가 3도에 불과했다. 또 빙그레의 아이스크림 제품 '메로나'를 활용한 '메로나에이슬'도 기존 소주보다 낮은 12도로 제작됐다.

일반 소주들의 도수도 낮아지고 있는 추세다. 처음처럼은 올해 1월 기존보다 0.4도 낮춘 16.5도 소주를 선보였다. '처음처럼 순'은 16도로 도수를 더 낮췄다. 하이트진로도 이에 참이슬 후레쉬 도수를 16.9도에서 16.5도로 낮췄다. 진로의 도수도 16.9도에서 16.5도로 낮아졌다.

저도주 인기는 코로나19를 타고…집에서 '혼술'하기 딱 좋아
저도주 트렌드의 시작은 국내 음주 문화의 변화로부터 기인했다. 과거 술자리가 회식 등 여러 사람들과 모여 즐겼다면 코로나19(COVID-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확산되면서 '홈술'(집에서 술을 즐기는 것)족과 '혼술'(혼자 술을 즐기는 사람)족이 늘어나면서 과음 분위기보다 가벼운 음주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롯데멤버스가 자체 리서치 플랫폼 '라임'을 통해 8월5일~11일까지 성인남녀 200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3.6%가 코로나19 확산 후 주로 집에서 술을 마시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이전 전체 매출의 60%를 차지하던 업소 매출은 사회적 거리두기 여파로 50% 이하로 줄어들었다.

또 혼술이 늘어나면서 도수가 높은 편인 소주와 맥주 출고량은 감소하고 막걸리, 와인 등 과실주가 포함된 그 외 주류의 출고량은 소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국세통계 3차 수시공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분 맥주와 희석식 소주 출고량은 각각 전년 대비 8.4% 감소한 156만7000㎘, 4.5% 감소한 87만5000㎘로 나타났다. 국내분 탁주(막걸리)와 그 외 주류는 각각 전년 대비 2.4% 증가한 38만㎘, 5.1% 증가한 39만3000㎘로 조사됐다.

전문가 "알코올 도수와 관계없이 술은 술…오히려 과음하게 될 수도"
/사진=이미지투데이/사진=이미지투데이
저도주에 대한 전문가의 생각은 어떨까. 도수가 낮아 고량주보다 부담스럽지 않다는 소비자들의 평가와 달리 오히려 과음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지적했다. 알코올 도수와 관계없이 '술은 술이기 때문에 건강엔 좋지 않다'는 평가였다.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알코올 도수가 낮으면 건강에 좋다고 오해하지만 알코올 총섭취량은 똑같게 된다"며 "술잔의 크기를 보면 도수가 낮을 수록 잔이 커져서 결국 한 잔에 들어간 알코올양은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도주의 경우 발효주가 많은데 발효시키면서 생기는 당, 당알코올 등의 성분도 있다"며 "또 맛을 위해 무언가 첨가했을 경우에는 추가적인 당과 첨가물이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도수가 낮고 비교적 맛있어서 알코올이 조금 들어간 음료수로 생각해 오히려 더 많이 먹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며 "도수와 상관없이 술 섭취는 마시는 양과 빈도를 조절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혼술 문화가 늘어난 것과 관련해서도 "그동안 한국의 술 문화는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이었다면 이젠 혼자 집에서 즐기는 시간으로 바뀐 것 같다"며 "그러다 보니 더 자주 먹고 많이 먹게 되는 '음주의 습관화'로 인해 건강엔 더 나쁠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TOP